“저도 연주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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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연주하고 있어요”
  • 손동준 기자
  • 승인 2021.08.10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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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주인공입니다(21) ‘찬양의 중심’ 잡는 베이스 연주자

합주에서 저음의 가치 빛나

여희원 씨가 캠퍼스 채플에서 베이스를 연주하고 있다.
여희원 씨가 캠퍼스 채플에서 베이스를 연주하고 있다.

일렉기타나 통기타보다 덩치는 큰데, 현은 (보통)네 줄밖에 없다. 손가락이 움직이는 것을 보면 연주를 하는 것이 분명한데, 주의 깊게 듣지 않으면 어떤 음을 연주하는지 파악하기 어렵다. 

‘베이스 기타’라는 이름에도 나타나듯, 이 악기가 커버하는 음역은 피아노 정 가운데에 위치한 ‘도(가온다, C)’의 2옥타브 아래의 ‘미(E)’에서 가온다와 같은 옥타브의 미(E)까지다. 비교적 고음역대를 사용하는 기타나 피아노보다 낮다 보니, 음이 튀지 않는 특성을 갖는다. 연주를 하고 있는데도, 청중은 잘 듣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하는 것도 베이스 음역대의 특성 때문이라 할 수 있다. 

교회와 대학 채플에서 베이스 주자로 섬기는 여희원 씨(은광교회)는 이따금 주변 사람들로부터 “네가 뭘 치는 거냐”는 질문을 받는다고 털어놓았다. 귀 기울여 듣지 않으면 다른 음에 묻혀서 깔리는 저음이다 보니 크게 실수를 해도 ‘티가 나지 않는’ 웃픈(웃기지만 슬픈) 순간도 있다. 그런데도 그는 이 악기가 무척 매력적인 악기라고 자신 있게 말했다. 

“지금도 교회에서는 피아노 반주를 할 때가 더 많지만, 둘 중에 고르라면 단연 베이스를 고를 거예요. 베이스는 치면 칠수록 어렵긴 하지만, 매력적인 악기에요. 저도 베이스를 시작하기 전에는 노래를 들을 때 베이스 음을 잘 듣지 못했어요. 그런데 베이스를 연주하면서, 베이스가 들어가는 것과 들어가지 않는 것에 큰 차이가 있음을 알게 됐고, 베이스 음을 즐기게 됐죠.”

그가 꼽는 밴드 내에서 베이스의 가장 큰 역할은 ‘중심을 잡는 것’이다. 찬양팀이 만들어 내는 소리에 안정감이 생기고, 드럼과 함께 ‘리듬’을 책임진다. 

“베이스를 연주하며 가장 기쁜 순간은 역시 합주를 할 때예요. 피아노는 혼자 쳐도 재미를 느끼지만, 베이스는 다른 악기들과 함께 맞춰가는 쾌감이 있죠. 합주의 희열이 큰 악기입니다.”

합주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파트너는 역시 드러머다. 그런데 박자를 맞추기 어려운 드럼 연주자를 만났을 때는 퍽 난감하다. 드러머가 킥(발로 치는 가장 큰 북)을 어떻게 치는지 주의 깊게 살피며 연주하는데, 드러머의 박자가 홀로 빨라지거나 느려지면 베이스 주자도 휘말리기 쉽기 때문이다. 

여희원 씨는 끝으로 베이스 연주자의 가장 큰 장점은 예배의 현장에서 나타난다고 말했다. 특히 잔잔한 찬양을 연주할 때 베이스가 주는 특유의 울림이 있다는 것. “청중들이 찬양과 기도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돕고싶다”는 말에서는 보람과 자부심이 묻어났다. 그리고 연주자 본인도 예배자로서 다른 악기들에 비해 더 자유로울 수 있다고 장점을 꼽았다. 

“건반의 경우에는 수련회를 가도 처음부터 끝까지 쉼없이 쳐야 하는 느낌이라면, 베이스는 잠깐잠깐 빠져도 크게 문제가 되지 않기 때문에, 자유롭게 기도하고 찬양할 수 있어요. 저만해도 집회 중에 은혜가 느껴지면 잠시 연주를 내려놓고 찬양에 집중하곤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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