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 작은교회, 8명이 모여 예배했다고 벌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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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 작은교회, 8명이 모여 예배했다고 벌금?
  • 정하라 기자
  • 승인 2021.08.06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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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천 신리교회 김동기 목사, “교회 예배 회복 위해 적극 나설 것”

“눈발이 날리는 추운 날씨 속에서 예배당에 오신 분들을 어떻게 밖으로 내쫓겠습니까. 동네 어르신 8명이 모여 예배를 드렸다고 벌금형을 부과하는 것은 너무 부당합니다.”

충북 제천의 농촌 미자립교회에서 8명이 모여 대면예배를 드렸다는 이유로 벌금형을 받는 일이 발생해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충북 제천 신리교회(담임:김동기 목사)가 지난해 12월 20일 주일예배에 8명이 참석해 예배를 드려 감염병에 관한 법률을 어겼다는 이유로 벌금형을 선고받은 것.

당시 비수도권은 거리두기 2단계로 정규 종교활동시 좌석 수 20%만 대면예배가 가능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제천시는 지난 12월 13일 비대면 영상예배 촬영을 위한 5인 이내 집합을 제외한 모든 모임을 금지하는 행정명령을 내렸으며, 관내 191개 교회에 대한 전수 현장점검을 실시해 4개 교회를 고발했다

충북 제천 신리교회 김동기 목사.
충북 제천 신리교회 김동기 목사.

지난 6일 신리교회에서 만난 김 목사는 “사실상 방송장비가 갖춰지지 않는 미자립 농촌교회의 경우 온라인예배는 교회의 문을 닫으라는 것과 같다. 교회의 성도들도 70·80대 어르신이 대부분이고 방송을 한다고 해도 이들이 온라인으로 예배를 드릴 수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지난해 12월 20일 8명의 어르신이 모였다. 당시 겨울철이었기에, 눈발도 날리고 날씨도 추워 어르신들을 교회 안으로 모실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면사무소직원은 지침 위반으로 사진을 찍었고, 제천시청은 5명이 넘게 모인 교회들을 모두 고발했다”고 당시 정황을 설명했다.

제천시장은 12월 13일 교회를 대상으로 전원 집합금지 명령을 내렸지만, 제천시기독교연합회의 항의에 따라 5명으로 인원을 제한한 상황이었다. 청주지법 제천지원은 지난 4월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신리교회에 100만원의 벌금형 약식명령을 내렸다.

김 목사는 “사실 정부 기준으로는 문제가 되지 않은 상태였고, 면적 기준으로도 우리 교회에서 18명까지 현장예배가 가능하다는 답을 받았었다. 하지만 제천시는 행정명령으로 교회 예배 인원을 5명까지만 허용했다”며 부당함을 호소했다. 이어 그는 “제천 시장도 무리라고 판단했는지, 중간에 고발을 취하했지만, 검찰이 정상참작 없이 약식기소했고 벌금형을 확정받아 이의신청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전했다.

신리교회는 백석총회 교단 내에서도 유서가 깊은 교회다. 1953년 설립돼 오는 10월 24일 68주년이 되는 오랜 역사를 자랑하며 충북노회의 시작부터 함께 한 교회다.

김 목사는 “예전에는 교회 인근에 마을이 있어서 성도들이 5~60명이 모일 만큼 부흥하던 때도 있었는데, 수몰지구가 되면서 다른 마을로 이주를 가고 몇 명 남지 않은 노인들만이 마을을 지키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오래된 교회이지만, 대부분이 고령층으로 구성돼 있기에 특별한 프로그램이 없으면 교회의 존속조차도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고충을 전했다.

신리교회와 같은 지역인 제천의 정광교회(담임:박영석 목사)도 같은 이유로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미자립 농촌교회에서 고령자의 어르신 8명이 모여 예배를 드린 것을 문제로 삼은 것이다.

이후 김동기 목사는 박영석 목사와 함께 예배회복을위한자유시민연대(예자연)의 도움을 받아 변호사를 선임하고 법원의 벌금형 약식명령에 이의를 제기하는 재판청구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이미 두 차례의 재판을 실시했으며, 오는 19일 선고공판을 앞두고 있다.

김 목사는 “처음에는 벌금형 청구가 너무 부당하단 생각에 이의를 제기했지만, 이후에는 이 일이 전체 한국교회를 대변하는 일이 될 수도 있겠다고 느꼈다. 저의 작은 움직임이 한국교회 예배 회복을 위한 좋은 선례가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감사한 것은 신리교회와 김동기 목사가 처한 안타까운 소식을 듣고 전국 각지에서 도움의 손길과 기도의 후원을 보내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신리교회의 소식을 듣고 많은 목회자와 사모, 성도들로부터 연락이 와서 위로와 지지를 보태주고 있어 큰 힘이 된다”고 밝혔다.

더욱이 김 목사는 만성 신부전증을 앓고 있어 일주일에 세 번, 한 번에 4시간씩 투석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다. 몸의 건강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소송까지 진행하는 것은 더욱 버거울 수밖에 없다.

그는 “못난 종의 건강을 위해 울부짖으며 기도하는 장로와 권사들이 생각나서 목회에 전념해야겠다고 생각한다. 그나마 감사한 것은 아내의 신장을 공여받아 이식수술을 앞두고 있다. 아내와 성도들에게 그저 감사한 마음 뿐”이라고 밝혔다.

특히 김 목사는 “헌법에서 보장하고 하나님께 영광 돌리는 예배의 문제를 절대 타협해서는 안 될 것”이라면서 “한국교회가 깨어 예배하고, 목회자와 성도가 하나되어 예배를 지키기 위한 운동을 벌였으면 한다”면서 예배를 위한 적극적인 행동을 요청했다.

끝으로 김 목사는 “이식수술을 하고 강단에서 쓰러져 죽더라도 하나님 앞에 말씀을 전하다 죽는 것이기에 그것도 영광”이라면서 “신리교회가 불씨가 되어 한국교회에 선한 영향력을 끼치고, 예배의 회복이 일어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지난 6일 신리교회에서 만난 김 목사는 “교회의 성도들도 70·80대 어르신이 대부분이고 방송을 한다고 해도 이들이 온라인으로 예배를 드릴 수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김동기 목사가 시무하는 충북 제천 소재의 작은 농촌교회인 신리교회. 이 교회는 지난해 12월 주일예배에 8명이 참석했다는 이유로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교회 부임 후 지금까지 예배를 중단한 바 없는 김 목사는 황당한 제천시의 고발을 지적하며 당시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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