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고 덧없는 인생, 하나님을 경외하는 것이 최선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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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고 덧없는 인생, 하나님을 경외하는 것이 최선의 삶
  • 유선명 교수
  • 승인 2021.07.27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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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선명 교수의 전도서이야기 - “일의 결국을 다 들었으니”(전 12:13)

인생의 종착점에는 무덤이 있고 그 너머에는 창조주가 계신 것을 기억하라는 전도자의 권고에 이어, 전도서의 주제가인 헤벨송이 다시 들려옵니다: “전도자가 이르되 헛되고 헛되도다 모든 것이 헛되도다”(12:8) 모든 것의 덧없음을 재확인하는 이 결어는 전도서 초두에 등장하는 “헛되고 헛되며 헛되고 헛되니 모든 것이 헛되도다”(1:2)와 짝을 이루어 전도서 전체를 포괄하는 틀을 이룹니다. 이 외피 바로 안에 있는 대칭성 역시 의미심장합니다.

1장에서는 헤벨 선언 뒤에 기억의 덧없음을 토로하는 탄식이 이어졌는데(“이전 세대들이 기억됨이 없으니 장래 세대도 그 후 세대들과 함께 기억됨이 없으리라” 1:11), 12장의 헤벨 선언은 반대로 “너는 청년의 때에 너의 창조주를 기억하라(12:1)”라는 권면에 뒤이어 나옵니다. 이처럼 1:1~12:8이 헛됨-기억-기억-헛됨의 잘 짜인 통일성을 보여준다는 데 근거해서 어떤 해석자들은 코헬렛이라 불리던 지혜 스승의 본래 가르침은 12:8에서 마쳤고 12장 9~14절은 후대에 덧붙인 후기라고 주장합니다.

이들에 따르면 코헬렛(전도자)은 정말로 모든 것이 헛되다고 믿은 허무주의자였고 그의 가르침은 정말로 구약성경의 큰 흐름과 충돌하는 주장을 담고 있으며, 그의 가르침을 전수하면서도 그 과격성을 순화시키기 위해 덧붙인 후기가 12장 9~14절이기에 이 후기에 담긴 내용이 정경으로서의 전도서가 갖는 공적인 가르침입니다. 그렇다면 전도서의 최종요약은 12:13에 담기게 될 것입니다: “일의 결국을 다 들었으니 하나님을 경외하고 그의 명령들을 지킬지어다 이것이 모든 사람의 본분이니라” 이런 설명은 전도서 안에 있는 이른바 자기모순 혹은 내적 갈등의 문제를 완화하기 위한 것이지만, 사실 12장 9~14절이 앞부분과 다른 주장을 펴고 있지는 않습니다. 하나님께서 일부러 당신의 말씀을 크게 오해할 수 있는 방식으로 우리에게 전달하기를 원하신 것이 아니라면, 전도서 1장 1절에서 12장 14절까지 전체가 전도자의 가르침이자 하나님의 말씀으로서 순전성과 통일성을 가졌다고 기대하는 것이 마땅합니다.

전도자가 이스라엘의 정통신학과 다른 이질적인 가르침을 전했다는 주장 역시 근거 없는 편견입니다. 전도자는 평생 이스라엘 백성을 지혜의 길로 이끌었던 지혜의 스승이었으며, 하나님께서 깨닫게 해 주신 것을 아름다운 말, 정직한 말, 진리의 말씀으로 남겼습니다(9~10절). 

“지혜자들의 말씀들은 찌르는 채찍들 같고 회중의 스승들의 말씀들은 잘 박힌 못 같으니 다 한 목자가 주신 바이니라”(11절) 하나님의 말씀은 우리 마음을 베기도 하고 싸매기도 합니다. 상한 마음을 위로하는 온유한 음성도, 굳은 마음을 도려내는 예리한 지적도 동일한 저자에게서 나온 것임을 알아야 합니다. 때로 전도자의 음성이 명료함 대신 질문을 일깨우고 확고한 신뢰 대신 회의를 부르는 듯 들린다면, 그것은 말씀의 능력이 갖는 한계가 아니라 진리의 깊은 것을 들어도 미처 소화할 수 없는 우리의 한계를 말해줄 뿐입니다.

율법은 복음의 깊고 놀라운 세계를 설명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율법은 성령의 도우심 없이는 복음을 이해할 수조차 없던 우리를 위해 ‘초등교사’의 역할을 수행했습니다(갈 3:21~25). 스스로는 결코 구원을 줄 수 없는 율법이 복음을 통한 구원의 길로 이스라엘을 인도했듯이, 전도자의 교훈도 인생의 수많은 일들을 수수께끼와 덧없음의 영역에 남겨두면서도 우리를 참다운 지혜로 이끌어 준 것입니다. “일의 결국을 다 들었으니 하나님을 경외하고 그의 명령들을 지킬지어다” 우리는 저 ‘결국’이라는 단어의 무게를 압니다. 영원 앞에서 너무나 작고 덧없는 존재이지만, 하나님을 경외하는 것이 우리의 몫이고 영광이니까요.

백석대 교수·구약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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