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으로 자신을 꾸미는 일은 ‘순간적’… 내면의 정화가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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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으로 자신을 꾸미는 일은 ‘순간적’… 내면의 정화가 중요
  • 이상규 교수
  • 승인 2021.07.27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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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규 교수의 초기 기독교 산책 - 일상생활에 대한 교회의 가르침: 화장(2)

일반적으로 초기 교부들은 외적인 치장이나 화장, 외모 꾸미기 등은 육적인 일로 간주하여 부정적인 입장을 보여주고 있다. 일찍이 디다케 1:4에서, “그대는 물질적이며 육적인 정욕을 멀리하라”고 가르친 바 있다. 기본적으로 그리스도인은 이 세상에서 살고 있으나 이 세상에 속한 자들이 아니었고, 이 땅의 가치와는 다른 천국의 소망을 두고 있었다. 말하자면 이 땅에서는 순례자들이었고 심리적 이민자들이었다. 따라서 외모나 외모꾸미기와 같은 일에 소극적이었다. 그들의 의식 구조를 ‘나그네 의식’(pilgrim mentality)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많은 교부들은 화장이나 화장품, 머리 모양(hair style)에 대하여 신랄한 풍자를 남겨두고 있었다. 제롬(Jerome, 340~420)은 기본적으로 외형을 꾸미는 화장에 대해 부정적이었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어떤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기독교인의 볼에 연지와 화장을 하게 하는가? 여성의 눈물이 피부 화장을 벗겨 자국을 만든다면, 그 여성의 죄를 위해서는 누가 눈물을 흘릴 수 있겠는가? 하나님께서 자신이 만드신 모습을 알아보지 못하는데 무엇에 의지하여 하늘을 향해 얼굴을 들 수 있겠는가?”라고 말한다. 외형의 꾸밈보다 내면의 정화가 더 중요하다는 점을 이렇게 말한 것이다.

또 키프리아누스는 화장을 즐겨하는 이들에게 “돈을 들여 화장으로 꾸민 아름다움으로는 주름살을 없애거나 죽음을 회피할 수 없다”고 말한다. 화장으로 자신을 꾸미는 일은 순간적이며, 머리카락 하나라도 바꿀 수 없다고 말한다. “당신은 머리카락 하나라도 희거나 검게 할 수 없기” 때문에, 머리카락을 염색하는 일도 반대한 것이다.

금욕주의적 성격이 강했던 테르툴리아누스는 예상대로 화장이라는 이름으로 시간을 낭비하는 일에 대하여, 그리고 머리 모양으로 외형을 꾸미는 일에 대해 책망했다. 그는 고동색(당시에 유행하던 색)으로 염색된 엄청나게 많은 머리카락을 주목한다. “어울리지도 않는 새로운 스타일을 추구한다고 불쌍한 머리카락은 쉼을 누리지 못했다. 묶였다가 풀렸고, 올렸다가 내려졌다. 어떤 이들은 곱슬머리로 만들었고, 또 다른 이들은 길게 늘어뜨려서 바람에 휘날리게 했다. 당시에 패드(pad)와 롤(roll)로 만들어진 가발도 있었는데, 그것은 지옥에 가기로 결정된 일부 불쌍한 죄인들의 진흙탕 같은 머리 같았다. 이 모든 것이 영혼에 어떤 가치가 있을까? 그렇게 치장한 여인들은 심판 날에 공중에서 그리스도를 만나도록 천사들이 옮겨줄 것이라고 기대할 수 있을까?”

의복 역시 염색될 수 없었다. 하나님은 주홍색이나 자주색 양(羊)을 만들지 않았다. 실제로 많은 기독교인들은 흰색 옷만 입었다. 그들은 유행하는 로마의 토가(toga)보다 평범한 망토(cloak)를 더 선호했다. 교부들은 멋을 부리는 사람들을 책망했다. 그 당시에도 가발이 유행했다. 가발(假髮)을 반대했던 테르툴리아누스는 이렇게 말한다. “안수할 때 장로는 누구의 머리에 안수하며 누구의 머리카락을 축복하는 것인가”라고 물었다. 초기 기독교인들은, 오늘 우리들이 ‘중립적인 것’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에 대해서도 의견을 제시했고, 인간의 욕망을 통제해애 한다고 가르치고자 했다. 그들은 고급스런 악기, 금이나 은 항아리, 흰색 빵, 외국산 포도주, 따뜻한 목욕, 깃털로 만든 베개를 멀리하라고 했다. 항아리가 꼭 금이나 은이어야 할 필요가 없다고 보았고, 굳이 비싼 외국산 포도주여야 할 이유가 없다고 본 것이다. 야곱에게는 돌베개로도 충분했으므로 오늘 우리가 고급 베개를 고집할 이유가 없다고 본 것이다. 부유한 이들이 추구하는 세욕에 심취하지 말라는 경고였다.

백석대 석좌교수·역사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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