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스러운 여름, 사랑이 한없이 내리는 쪽방촌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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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난스러운 여름, 사랑이 한없이 내리는 쪽방촌 되길
  • 최선관 실장
  • 승인 2021.07.27 15: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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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관 실장/돈의동쪽방상담소

기상청은 ‘2021년 여름철 기상전망’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올해 더위가 2018년이나 1994년과 닮은 역대 최고급 불볕더위가 되지 않을까 우려를 표했다. 아니나 다를까 앞당겨 찾아온 더위가 연일 푹푹 찌게 만든다. 이미 폭염경보와 폭염주의보가 수차례 울렸다.

이곳 쪽방은 더위가 찾아오면 온갖 매체들의 기삿거리가 된다.

“무더위 대책은 어떤가요? 쪽방 주민들은 살 만 한가요? 이 무더위를 어떻게 해야 무사히 지날까요? 위험 요소는 무엇인가요?”

나, 자신도 제대로 답을 알지 못하는 질문들이 마구 쏟아진다.

노숙인 복지를 오래 하면서 느끼는 점은 대부분의 사람에게 단절과 결핍이 있다는 것이다. 가정과 부모, 인간관계와 사회 등 어딘가 쉽게 적응하지 못하게 만드는 이러한 장애물을 안고 살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폭염주의보가 발령된 오늘도 이가 듬성듬성한 얼굴로 빙긋이 웃을 수 있는 것은 쪽방이라는 불편함을 넘어, 피를 나누진 않았지만, 가족과 같은 형과 동생들이 있고, 친구들이 곁에 있어 평안을 주고받으며 사는 것 아닌가 하고 생각해 본다.

서울의 쪽방촌을 창신동, 돈의동, 남대문, 서울역, 영등포로 구분하여 서울 5대 쪽방촌이라고 부른다. 서울 5대 쪽방촌은 과거 윤락가였던 곳에서 윤락업이 퇴출하면서 저렴한 숙소를 제공하기 위해 거주 공간을 좁게 나눠 만들어 형성된 곳을 일컫는다. 우리가 사는 하늘 아래 가장 가난한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이라 하지만 돈의동 쪽방촌은 그래도 살만한 곳이다.

지난 8년간 노숙인의 창작문화예술의 기회를 제공하여 서예와 도예, 글쓰기(동화책), 뮤지컬, 목공예, 안경공예, 가죽공예, 합창단 등 여러 시도와 다양성을 추구하여 변화를 꾀하였다. 8년간의 세월을 함축하여 표현한다면 ‘결핍’과 ‘충만’이라 할 수 있겠다. “사랑의 결핍, 사람의 결핍, 문화의 결핍, 나눔의 결핍!” 말이다. 그러나 이것이 “사랑의 충만, 사람의 충만, 문화의 충만, 나눔의 충만!”으로 변하는 것을 보며 참 많은 깨달음을 얻을 수 있었다.

가장 낮은 자들과 함께 울고 웃었던 지난날의 그 변화는 인본주의적 문화와 예술 활동과 물질의 나눔으로 되는 것이 아니었다. 속사람의 변화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런데, 속사람이 변한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참으로 변화하여 새길을 간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오랜 시간 돌고 돌아서 예배공동체라는 답에 이르렀다. 기도와 말씀, 그리고 찬양으로 하모니를 이룬 작은 공동체 말이다.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고, 세상 제도나 형식으로는 결코 변화시킬 수 없다는 걸 알게 되었다. 참 자유로움을 얻는 길, 참 변화를 얻는 길, 그것은 길이요 생명이신 예수그리스도의 샘에서 흘러나옴을 깨닫는다.

35도를 넘는 여름철 무더위에도 이곳 돈의동 쪽방촌에 예수그리스도의 사랑이 한없이 내려 적셔주시길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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