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치 위한 통합 아닌, 위기 극복 위한 통합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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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치 위한 통합 아닌, 위기 극복 위한 통합돼야”
  • 손동준 기자
  • 승인 2021.07.27 14: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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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중기획 // 한국교회 연합기관 통합 논의 (하) 통합의 목적과 명분
지난 20일 천안 백석대학교에서 진행된 한국교회교단장회의 정례모임에서 소강석 목사가 참석한 교단장들로부터 연합기관 통합의 협조를 얻어냈다.
지난 20일 천안 백석대학교에서 진행된 한국교회교단장회의 정례모임에서 소강석 목사가 참석한 교단장들로부터 연합기관 통합의 협조를 얻어냈다.

 

소강석 목사 “밑바닥까지 훑었다”…교단장들 지지 이끌어 내

각 정관들에 담긴 ‘하나됨’의 정신, 사람 위한 통합 아니어야

 

지난 20일 천안 백석대학교(총장:장종현 목사)에서는 올해 첫 한국교회교단장회의 정례모임이 열렸다. 이날 행사의 호스트였던 소강석 목사(예장 합동 총회장)는 참석한 교단장들에게 ‘기독교 연합기관의 하나 됨’에 협조해 달라고 당부했다. 소 목사는 행사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참석한 교단장들께서 마음을 모아주셨다”면서 “과거 통합 과정에서는 윗선이 중심이었다면, 지금은 제가 밑바닥까지 훑었다. 이제 통합이 되고 안 되고는 하나님께서 하실 일”이라고 밝혔다. 이어 “홍수가 나면 개미들은 수만 마리가 함께 뗏목을 만든다”고 말한 소 목사는 “과거 한국교회의 전성기에 추진했던 통합은 ‘잔치’를 위한 것이었다면, 지금은 위기 상황이다. 지금은 반드시 하나 됨이 필요하다”며 통합의 명분이 ‘위기 극복’에 있음을 분명히 했다.

소강석 목사는 올해 초 발간한 소책자 ‘한국교회 연합기관, 하나가 될 수 없을까?’에서 연합기관 통합의 단계를 ‘통합의 공론화’-‘통합 협의체 구성(상시 대화 창구 마련 및 물밑 작업)’-‘통합 가시화’-‘각 연합기관의 임시총회를 통한 하나됨의 합법적 결정’-‘통합 선포 및 감사예배’로 정리한 바 있다. 여기에 비추어 보면, 이번 교단장회의는 ‘통합 협의체 구성’과 ‘통합 가시화’ 사이의 어딘가에 자리하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소 목사의 발언 내용만 봐도 통합과 관련한 물밑 작업이 활발하게 진행된 것만은 확실해 보인다. 한교총의 전신이라 할 수 있는 교단장회의에서 지지를 끌어낸 이상, 공론화의 과정이 한교총으로 옮아가기만 한다면, 통합을 향한 5부 능선은 넘었다고도 볼 수 있다. 
그러나 과거 연합기관의 통합 논의들을 보면 서명까지 다 해놓고도 무산된 사례가 적지 않다. 소 목사도 이같은 점을 언급하면서 마지막까지 절차적 정당성과 목적의 타당성을 잃어선 안 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답은 정관에 있다

연합기관 통합의 단계가 진척될수록 협상의 핵심 인사들과 실무자들은 하나됨의 목적이 무엇인지 거듭 명심할 필요가 있다. 과거 교계 연합단체에서 활동했던 한 인사는 “그간 한국교회 연합단체들이 하나로 합쳐지지 못했던 것은 훌륭한 지도자가 없어서가 아니다”라며 “통합이 단순한 물량이나 돈으로 해결될 일이라면, 기업윤리이고 비즈니스이지,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일은 아닐 것”이라고 조언했다.

어떻게 통합하는 것이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것일까. 해당 인사는 “왜 통합을 하는지부터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 방법이 선하려면 먼저 목적이 선해야 한다”며 그 답을 각 연합기관의 정관에서 찾아보라고 권했다.

한기총의 정관은 “새로운 천년과 통일을 대비해서 한국 기독교를 하나로 묶어야 한다는데 공감한 범 교단의 교회 지도자들이 1989년 2월 9일 대전 유성에 모였다”로 시작한다. 이어 “한국교회의 모든 교단을 하나로 묶어서 정부나 사회에 대해 한목소리를 내자는데 합의했다”고 단체의 출범 배경을 소개하고 있다. 

한국교회연합의 경우 정관에 하나됨의 정신이 더욱 분명하게 드러난다. 이들은 “한국교회는 성경적인 교회 연합과 일치의 정신에 의거하여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한 형제, 자매로서 다양한 교단 중심의 교회로 발전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하나 됨을 추구해 온 귀한 전통이 있다”면서 “한국교회의 새로운 연합과 일치를 모색하며 하나님이 주신 사명을 감당하기 위해 사랑과 믿음 속에 더욱 든든히 하나 됨을 실천해 나갈 것”이라고 선포한다. 

한교총 역시 “한국교회는 성경적인 교회 연합 정신에 따라 쉼 없이 하나 됨을 추구해 왔다”면서 “우리는 각 교단의 정체성을 유지하며 하나로 연합하여 기독교 신앙 선조들의 숭고한 유산과 종교개혁의 정신을 힘써 계승할 것”임을 정관에서 강조하고 있다.

 

자리 만들기 위한 통합은 지양

그간 교회 연합기관이 하나됨에 실패한 원인을 살펴보면 본질을 상실하고 사람의 탐욕이 개입된 탓이 크다. 소강석 목사는 “한국교회 연합기관이 하나 되기 위해서는 우리가 모두 교권 제일주의의 이기적인 사고를 내려놓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교회문화연구소장 이의용 교수(전 국민대)는 “지금까지 교회 연합기관들이 흩어지고 합치기 위해 그때마다 여러 명분을 내세웠지만, 결국엔 그 뒤에는 교계 정치인들의 자기 자리 확보를 위한 욕망이 자리하고 있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교계 연합단체 내부 사정에 정통한 한 인사도 “10년 전 한기총에서 주요 교단들이 대거 이탈할 당시 이단 문제가 표면적인 원인으로 제기됐지만, 사실상 당시 교단 사무총장에서 은퇴를 앞둔 인사가 차기 행보를 위해 새 단체 창립에 동력을 불어넣은 측면이 있다”고 설명하면서 “한교총 태동 당시에도 이를 주도한 핵심 인물들의 ‘자리’에 대한 필요가 맞아떨어지면서 일이 쉽게 풀린 경향이 있다”고 평가했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일각에서 현재의 3개 보수연합기구 위에 이를 관장할 또 다른 단체를 두는 이른바 ‘옥상옥’ 구조의 통합은 지양할 필요가 있다. 누군가의 자리를 또 만들어주기 위한 통합이 될 가능성이 클뿐더러, 제4의 단체의 탄생으로 그칠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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