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권도로 용기와 희망 전하는 ‘태권도 전도사’ 될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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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권도로 용기와 희망 전하는 ‘태권도 전도사’ 될래요”
  • 이진형 기자
  • 승인 2021.07.26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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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석 人사이더 ㉕ ‘태권도 전도사’ 백석대학교 스포츠과학부 14학번 최혜은

태권도 열기가 뜨겁다. 최근 미국 유명 오디션 프로그램 ‘아메리카 갓 탤런트’에 출연한 세계태권도연맹 시범단의 공연 영상이 일주일 만에 천만이 넘는 조회 수를 기록했다. 강력하면서 아름다운 동작으로 태권도의 매력을 보여준 시범단의 퍼포먼스는 전 세계적으로 많은 찬사를 받고 있다.

시범단의 무대를 본 심사위원들은 “이건 싸움에 관한 것이 아니다. 용기에 관한 것이고 자신감에 관한 것이고 존중에 관한 것이다”라며 태권도의 예술성뿐 아니라 그들이 전하는 메시지에 주목했다. 태권도를 조금이라도 배워본 이라면 태권도가 상대방을 제압하는 ‘무술’이라기보다 수련자의 몸과 마음을 단련하는 ‘무도’에 가깝다는 것을 잘 알고 있을 터. 평화와 화합, 용기와 희망을 전하는 ‘태권도 정신’이 세계인들의 마음을 울리고 있는 것이다.
 

'태권도 전도사' 최혜은 씨는 태권도를 통해 용기와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태권도 전도사' 최혜은 씨는 태권도를 통해 용기와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이러한 태권도 정신을 널리 알리는 데에 앞장서고 있는 이가 있다. 학창시절 백석대 태권도시범단과 국가대표 시범단으로 세계 각국을 다니며 태권도를 전파한 백석대학교 스포츠과학부 졸업생 최혜은(태권도전공 14학번) 씨. 졸업 후에도 그는 태권도 지도자, 연구자, 유튜버 등 다양한 모습으로 태권도를 알리는 일에 누구보다 열심인, 명불허전 ‘태권도 전도사’다. 어려서부터 태권도밖에 몰랐던 그가 유튜브 채널까지 열게 된 이유는 태권도를 하며 자신이 경험한 하나님의 은혜를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어서다.

9등급 인생
“네 살 때 태권도복을 입은 오빠가 너무 멋져 보였어요. 도장은 여섯 살부터 등록할 수 있었지만 막무가내로 울며 떼를 썼죠. 맞는 도복이 없어서 소매를 잘라 입었고 매트에 앉아서 구경하다가 쓰러져 잠이 들면 부모님이 데리러 오는 식이었어요.”
 

최혜은 씨는 네 살 때 오빠를 따라 처음 태권도장에 발을 들여놓았다.
최혜은 씨는 네 살 때 오빠를 따라 처음 태권도장에 발을 들여놓았다.

초등학교에 들어간 후로는 겨루기 전문 학원에 다니며 본격적인 엘리트 선수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그러나 명문 고등학교 태권도 선수부에 들어갔음에도, 각종 대회에서 수상하며 유명 대학에 스카우트 되던 동기들과 달리 최 씨는 꽃길을 걷지 못했다. 형편없는 성적표와 메달 하나 없이 다가오는 대학입시 때문에 눈앞이 깜깜했고 자존감은 바닥으로 떨어졌다. 운동선수로서 치명적인 악성빈혈 진단까지 받으면서 모든 희망이 사라지는 듯했다.

“10년 동안 태권도의 길을 걸어왔지만 쓰라린 실패와 좌절 속에서 목표를 잃었어요. 실기도 학교성적도 엉망인 제 자신이 ‘9등급 인생’이라는 생각 때문에 견디기 힘들었어요. 태권도가 하나님께서 주신 사명이라 생각했는데 왜 이렇게 됐나 원망스러웠죠. 태권도를 그만둬야겠다는 생각으로 특기자가 아닌 일반전형으로 대학을 지원했습니다.”
 

최혜은 씨는 태권도를 하며 큰 좌절을 딛고 일어섰다.
최혜은 씨는 태권도를 하며 큰 좌절을 경험했지만 실패를 딛고 일어설 수 있었던 것은 하나님의 은혜 덕분이라고 고백한다.

꼴찌에서 일등으로
아무런 기대도 목적도 없이 지원한 백석대학교 스포츠과학부의 합격자 명단이 발표되었다. 최 씨는 ‘추가’합격자 중에서도 맨 뒤에서 두 번째였다. 꼴찌로 입학한 그에게 학교생활이 즐거울 리 없었다. 하지만 하나님의 계획은 계속되고 있었다.

“태권도전공 교수님께서 저를 눈여겨보시고 끊임없이 응원과 격려를 해주셨어요. 처음에는 교수님의 관심과 열정을 받아들이기 힘들었지만 진실하고 따뜻한 마음이 조금씩 전해지더군요. 닫혀 있던 마음이 열리기 시작하면서 태권도가 다시 좋아졌어요.”
 

최혜은 씨는 2017 태권도경연대회에서 마스터즈 부문 대상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을 수상했다.
최혜은 씨는 2017 태권도경연대회에서 마스터즈 부문 대상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을 수상했다.

그때부터 최 씨는 백석대학교를 대표하는 태권도 선수로 이름을 날리기 시작했다. 춘천코리아오픈 국제태권도대회 자유품새 3위, 전국대학태권도 선수권대회 품새 2위, 전국 태권도도장 경영법 및 지도법 지도부문 은상 등 각종 대회에서 수상을 하더니 2017년 열린 태권도경연대회에서는 마스터즈 부문 대상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까지 받는 쾌거를 기록했다. 3학년 때는 치열한 경쟁을 뚫고 국가대표 시범단으로 선발되어 2년 동안 여러 나라를 다니며 태권도 시범과 지도 활동을 하기도 했다. 4년 내내 성적우수장학금을 놓치지 않았고 학과 수석으로 졸업을 했다. 추가합격자로 겨우 입학할 때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대학입시를 준비할 때 어머니와 함께 새벽기도를 다녔어요. 지금 생각하면 부끄러운 투정과 불평들이었지만 돌이켜보면 제 기도를 하나님께서 다 들으시고 그대로 이루어주셨어요. 하나님이 보내주신 사람들을 만났고 그분의 계획대로 길이 열렸죠. 꼴찌에서 일등으로, 제 인생에 제가 한 번도 생각하지 못했던 일들이 펼쳐졌습니다.”
 

최혜은 씨는 치열한 경쟁을 뚫고 국가대표 시범단에 선발되어 2년 동안 활동했다.
최혜은 씨는 치열한 경쟁을 뚫고 국가대표 시범단에 선발되어 2년 동안 활동했다.
최혜은 씨가 한중 수교 25년 및 주중한국문화원 개원 10주년 행사에서 국가대표 시범단 공연을 마친 후 단체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오른쪽 아래 7번째)
최혜은 씨가 한중 수교 25년 및 주중한국문화원 개원 10주년 행사에서 국가대표 시범단 공연을 마친 후 단체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오른쪽 아래 7번째)

행복 전도사
졸업 후 시간이 꽤 흘렀지만 최혜은 씨는 여전히 학교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남다르다. 그도 그럴 것이 대학 시절 배우고 경험한 것이 그의 인생을 바꿨기 때문이다.

“가장 기억에 남는 건 ‘백석대학교 태권도시범단’ 활동이었어요. 라오스, 수단 등으로 해외봉사활동을 다녀왔는데, 고된 일정 때문에 많이 고생하고 힘들긴 했어도 정말 행복한 시간이었어요. 저희가 준비한 시범을 보고 행복해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며 오히려 저희들이 행복해졌거든요. 그래서 시범단 이름을 ‘행복 전도사’라고 지었답니다.”
 

라오스 해외봉사활동 중 백석대학교 태권도시범단 단원들이 공연을 마치고 현지인들과 사진을 찍고 있다.
백석대학교 태권도시범단 단원들이 라오스 해외봉사활동 중 공연을 마치고 현지인들과 사진을 찍고 있다.
수단 현지 언론에 소개된 백석대학교 태권도시범단과 최혜은 씨의 인터뷰 모습.
수단 현지 언론에 소개된 백석대학교 태권도시범단과 최혜은 씨의 인터뷰 모습.

최 씨는 또 신앙의 방황을 겪던 힘든 시기에 기독교 대학을 다닐 수 있었던 것이 하나님의 큰 은혜였다고 말한다.

“캠퍼스 곳곳에 새겨진 성경 말씀과 복음의 메시지는 힘든 시간을 이겨낼 수 있는 큰 힘이 되어줬어요. 어딜 가든지 하나님이 저와 함께하시는 것 같았죠. 대회를 앞두고 밤늦게까지 학업과 운동을 병행해야 할 때는 오히려 가장 피곤한 시간에 있던 채플 수업이 기다려졌어요. 말씀으로 위로하시는 하나님을 만나는 시간이었거든요.”

학교에 대한 그의 애틋한 마음은 후배들에게 아낌없이 전해졌다. 졸업할 때 태권도경연대회에서 받은 상금을 대학발전기금으로 기탁한 것. 누구보다 힘든 시간을 보내며 노력한 결과였고 적지 않은 금액이었지만, 학교와 후배들에 대한 고마운 마음이 컸기에 아깝지 않았다.

최 씨의 기부금은 형편이 어려운 학생을 위한 장학금과 교내 태권도대회 상금으로 후배들에게 전달됐다. 장학증서의 맨 위에는 ‘최혜은 장학금’이라는 제목이 쓰였다. 그는 이미 자신이 꿈꾸던 ‘행복 전도사’로 살아가고 있었다.
 

최혜은 씨가 대회 우승으로 받은 상금을 후배들을 위한 장학금으로 기탁했다.
최혜은 씨가 대회 우승으로 받은 상금을 백석대학교 후배들을 위한 장학금으로 기탁했다.
백석대학교 태권도시범단 해외봉사활동을 떠나기 전 공항에서 단체사진 촬영 중인 최혜은 씨. (오른쪽 아래 3번째)
최혜은 씨가 백석대학교 태권도시범단 해외봉사활동을 떠나기 전 공항에서 단체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오른쪽 아래 3번째)

하나님의 시선
최 씨는 졸업 후 호주에서 1년 4개월 동안 태권도 사범으로 근무했다. 낯선 땅에서 말이 통하지 않는 외국인들에게 태권도를 가르쳐야 하는 쉽지 않은 길이었다. 한국으로 돌아와 태권도진흥재단에서 주한 외국인 대상 태권도 보급사업을 담당하는 등 여러 경험을 쌓은 그는 더 넓은 배움을 위해 대학원 석사과정도 시작했다. 대학 시절 실습을 하며 배운 영상기술로 태권도 관련 콘텐츠를 제작해 유튜브 채널(Master hena)도 열었다. 최근에는 세계 최초로 인공지능을 활용한 평가시스템을 연구·개발하는 새로운 일에도 뛰어들었다. 그가 걸어온 길은 늘 새로움의 연속이었다. 가보지 않은 길을 걸어갈 때 두려움이 생기기도 하지만, 모든 것이 '하나님의 시선' 안에 있음을 고백하는 최혜은 씨는 오늘도 새로운 도전을 주저하지 않는다.

“지금까지 밟아온 길을 돌아보면 하루하루 주어진 역할에 최선을 다했을 때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경험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하나님의 계획은 제 생각보다 더 크시고 우리는 그분의 시선에 사로잡혀 있으니까요. 지금 하는 프로젝트도 길이 잘 열려서 선교를 위해 사용될 수 있으면 좋겠어요. 하나님께서 또 어떤 새로운 길을 열어주실지 기대합니다.”
 

최혜은 씨는 졸업 후 1년 4개월 동안 호주에서 태권도 사범으로 근무했다.
최혜은 씨는 대학 졸업 후 1년 4개월 동안 호주에서 태권도 사범으로 근무했다.
6개국에서 선발된 태권도 우수 선수들을 지도하고 있는 최혜은 씨.
해외 6개국에서 선발된 태권도 우수 선수들을 지도하고 있는 최혜은 씨.
최혜은 씨는 새로운 직장에서 세계 최초로 인공지능을 활용한 평가시스템  연구·개발에 힘쓰고 있다.
최혜은 씨는 새로운 직장에서 세계 최초의 인공지능을 활용한 평가시스템 연구·개발에 힘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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