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보며 마음이 쉬어가는 ‘힐링공간’에 초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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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며 마음이 쉬어가는 ‘힐링공간’에 초대합니다”
  • 정하라 기자
  • 승인 2021.07.26 16: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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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복합문화공간 ‘필름포럼’에 가다

하루 6~10편씩, 1년에 50여 편 영화 상영
상업 논리보다 예술성과 기독교 가치에 주목
“‘온라인 플랫폼’ 활용해 문화선교 확장할 것”

학문의 요람인 신촌 대학가에는 예술성과 작품성을 갖췄지만, 대중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독립 영화를 상영하는 기독교복합문화공간인 ‘필름포럼’이 들어서 있다. 연세대와 이화여대 사이 도로변에 마련된 극장을 들어서면 건물의 외벽에 걸린 ‘마음이 쉬어가는 곳’이라는 포스터가 눈길을 끈다. ‘사랑’이라는 큰 명제 아래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담은 영화를 상영하며 오가는 이들의 쉼터가 되어주는 복합문화공간 ‘필름포럼’을 지난 22일 방문했다.

서울의 최고기온이 35도까지 올라간 찜통더위 속에 찾은 하늬솔빌딩 지하 1층에 위치한 ‘필름포럼’ 내부는 비교적 시원하면서도 한산한 모습이었다. 안내표식을 따라 극장이 있는 지하로 내려가자 영화 포스터가 곳곳에 배치된 카페가 눈에 들어온다.

영화 티켓을 끊고 좌석을 정할 수 있는 기기가 마련된 이곳에선 영화를 관람할 수 있는 상영관과 함께 아늑한 분위기의 갤러리 카페가 운영되고 있었다. 영화관과 카페, 갤러리가 공존하는 이곳은 더운 여름날 누구나 와서 지친 마음을 달랠 수 있는 휴식처이자 아지트와도 같은 문화공간으로 시민들의 발걸음을 사로잡고 있었다.

학문의 요람 신촌 대학가에는 ‘사랑’이라는 큰 명제 아래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담은 영화를 상영하며 오가는 이들의 쉼터가 되어주는 기독교 복합문화공간 ‘필름포럼’이 들어서 있다.
신촌 대학가에는 ‘사랑’이라는 큰 명제 아래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담은 영화를 상영하며 오가는 이들의 쉼터가 되어주는 기독교 복합문화공간 ‘필름포럼’이 들어서 있다.

기독교적 가치 ‘예술영화’ 상영

서울국제영화제에서 운영하는 필름포럼(대표:성현 목사, 이사장:오금희)은 2012년 5월 개관해 기독교 신앙을 기반으로 삶을 아름답고 풍요롭게 만들어가는 영화를 선정해 상영해오고 있다. 2013년에는 영화진흥위원회 지정 예술영화전용관으로 선정될 정도로 품격있는 기독교영화관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영화 상영뿐 아니라 카페와 갤러리, 아카데미를 운영하면서 기독교 문화예술을 나누는 복합문화공간으로 기능하고 있었다.

카페의 창구 옆에는 2곳의 상영관(90석, 52석)이 마련돼 있었으며, 2곳의 세미나실(10인실, 20인실)이 별도로 운영 중이었다. 세미나실에서는 ‘필름포럼 아카데미’를 열어 국내 유수의 기독 예술전문가들을 초청해 치유와 회복, 내면의 성숙을 이룰 수 있는 인문학과 영화 예술, 기독교 영성강좌 등의 강의를 진행해왔다. 코로나로 인해 현재는 온라인으로 전환된 상태다.

이날은 총 9편의 예술영화를 상영 중이었다. 상영작은 영화 ‘부활:그 증거’ 같은 이름만으로도 기독교적인 아우라를 내뿜는 작품이 있는가 하면 ‘크레센도’, ‘꽃다발 같은 사랑을 했다’, ‘오필리아’ 등의 감성을 자극하는 휴먼 영화도 있었다. 대형 영화관들이 상업적 논리에 따라 관람객에 따라 상영 기간을 조정하는 반면 필름포럼은 영화가 가진 예술적 가치와 기독교적 메시지에 따라 상영 여부를 결정한다. 일반 영화관에서 빨리 극을 내린 작품이라고 할지라도 필름포럼에서 찾아볼 수 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필름포럼 대표 성현 목사는 “필름포럼은 영화 상영에 있어 일반 상업논리가 아닌, 영화가 가진 예술적 가치와 무게에 더 비중을 둔다”고 전했다. 또한 그는 “필름포럼은 기독교 문화공간이면서도 종교와 상관없이 누구라도 와서 쉬어갈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을 지향하고 있다”면서 “기독교 문화가 단지 예배당에 갇혀있지 않고 다양한 문화예술영역으로 확장되길 바라며, 이를 위한 공간으로 필름포럼이 쓰임 받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필름포럼은 하루 6~10편씩, 1년에 50여 편의 영화를 상영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영화관에 사람들의 발길이 끊기면서 필름포럼을 찾는 이들도 현저하게 줄어든 것이 사실이다. 성 목사는 “이전에는 하루에 300명의 관객이 방문했다면, 코로나 팬데믹 후에는 관객이 급감했다”며 “매출이 크게 떨어져 운영이 힘들어진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위기를 돌파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를 벌이고 있다”고 전한 그는 “필름포럼의 취지에 공감한 개인이나 교회의 후원, 예술영화 정부 지원금, 매출 등으로 운영이 가능해진 상황이다. 지난 20년간의 운영 노하우를 활용해 향후 중장기적인 자립 방향을 모색하고 있다”고 전했다.

영화관과 카페, 갤러리가 공존하는 필름포럼은 시민들의 휴식처이자 아지트와도 같은 문화공간으로 오가는 이들의 발걸음을 사로잡고 있었다.
영화관과 카페, 갤러리가 공존하는 필름포럼은 시민들의 휴식처이자 아지트와도 같은 문화공간으로 오가는 이들의 발걸음을 사로잡고 있었다.(사진:필름포럼 제공)

수준 높은 ‘기독영화’ 창작되기를

2019년은 ‘기독교 영화의 호황기’라고 불릴 정도로 수준 높은 기독교 영화가 연달아 상영된 해다. 대표적으로 영화 ‘바울’은 27만명, ‘에니메이션 천로역정:천국을 찾아서’ 29만 명, ‘교회오빠’ 11만 명 등의 흥행 기록을 써내려 가면서 기독영화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었다. 하지만 지난해 시작된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 되면서 기독교 문화계 역시 직격탄을 맞았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해 현장과 온라인을 병행할 수 있는 문화선교방법에 대한 활발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성현 목사는 “코로나 이전에는 ‘찾아가는 영화관’을 통해 교회에서도 기독영화를 상영하는 프로그램을 많이 진행했다. 작품의 완성도가 높고, 예술성이 높은 기독교 영화들이 많이 상영되면서 큰 호응을 얻었지만, 코로나19를 계기로 ‘찾아가는 영화관’이 중지되었고, 영화제작도 어려워지고 있다”고 밝혔다.

양질의 기독교 영화들이 많이 제작되지 못한 것도 운영의 어려움에 한몫을 더했다. 좋은 기독영화들이 지속적으로 제작돼야 필름포럼에서도 이를 선별해 상영할 수 있기 때문. 성 목사는 “기독교 영화계가 어려워질수록 필름포럼은 조금 더 공격적이고 적극적으로 기독교 영화를 상영할 예정”이라면서 “창작자에게 도움을 주기 위한 공간으로서도 책임을 다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필름포럼이 지난 2003년부터 열어온 ‘서울국제사랑영화제’는 국내 유일의 기독교 이념 영화제로 그동안 ‘사랑’, ‘위로’, ‘미션’ 등을 주제로 다양한 스펙트럼의 영화를 소개하며 관객들과 소통을 시도해왔다. 성 목사는 “그동안 ‘서울국제사랑영화제’를 통해 필름포럼은 종교인에게는 종교적 영감을 불러일으키고, 일반 대중에게는 보편적인 인류애로 사랑을 구현하고 예술적으로 승화시킨 작품들을 선포였다”고 전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서울국제사랑영화제’도 매년 열리는 4월에서 올해는 11월로 늦추고, 규모도 축소해 개막할 예정이다.

코로나19로 현재는 중단됐지만, ‘필름포럼 아카데미’에서는 치유와 회복, 내면의 성숙을 이룰 수 있는 인문학과 영화 예술, 기독교 영성강좌 등의 강의가 진행됐다.(사진:필름포럼 제공)
코로나19로 현재는 중단됐지만, ‘필름포럼 아카데미’에서는 치유와 회복, 내면의 성숙을 이룰 수 있는 인문학과 영화 예술, 기독교 영성강좌 등의 강의가 진행됐다.(사진:필름포럼 제공)

‘온라인 플랫폼’- 문화선교 확장 기대

필름포럼은 코로나 시대에 적응하기 위해 ‘온라인 플랫폼’을 이용해 문화선교의 새로운 길을 펼칠 예정이다. 성현 목사는 “코로나는 문화선교의 굉장한 위기이지만, 온라인 플랫폼을 활용해 문화선교의 새로운 길을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를 위해 필름포럼은 지난해 말, 유튜브 채널 ‘시네마브런치’를 오픈했다. 여기에는 성현 목사를 비롯해 추상미 감독, 이무영 감독이 출연하며 ‘나다니엘 브레이크’,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부터, ‘밀양’, ‘오두막’, ‘원더우먼 1984’ 등의 영화에 대한 리뷰와 스토리를 나눈다. 예를 들어 반 기독교 영화로 알려진 ‘밀양’을 기독교적 관점에서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를 나누며 시청자들과의 소통을 시도한다. 10분여의 짧은 컷으로 편집해 가볍게 볼 수 있지만, 영화에 대한 심도 있는 해석을 시공간을 초월해 공유하고 나눌 수 있다는 점에서 문화선교영역의 확장을 기대해볼 수 있다.

아울러 오프라인에서 진행됐던 ‘필름포럼 아카데미’도 온라인으로 전환해 ‘줌미팅’을 통해 다양한 주제로 전체 4~10주 과정으로 진행하고 있다. 성현 목사는 “필름포럼에서 영화를 보고 브런치를 먹은 후 영화해설을 해주는 프로그램을 진행했는데, 하루 평균 4~70명이 찾아왔다.이제 당분간 현장에서 진행되는 모임은 어렵겠지만, 시공간을 초월해 나눌 수 있는 양질의 콘텐츠를 생산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밝혔다.

또 ‘국제사랑영화제’에서 진행됐던 ‘시네토크’를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할 계획을 갖고 있다. 지난해는 종이책을 만들어 제공했지만, 영상매체 기반의 소비시장이 커지면서 온라인 영상을 문화선교의 도구로 활용하고자 하는 것이다.

성 목사는 “필름포럼이 좋은 플랫폼이 되어 좋은 창작물을 배급하고 알림으로써 기독교 창작물이 계속 제작될 수 있도록 돕는 마중물 역할을 하길 바란다. 앞으로도 시공간을 초월해 세대와 연령, 다양한 사람이 오갈 수 있는 문화복합공간으로 운영되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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