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붓으로 그린 집, 거룩한 영적 공간으로 회복 꿈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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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으로 그린 집, 거룩한 영적 공간으로 회복 꿈꿔”
  • 정하라 기자
  • 승인 2021.07.23 13: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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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청년 미술인 인터뷰// 양정은 작가

전시회 ‘이미 아직 post covid-19’ 개최

“땅이 아닌, 본향인 천국의 집 바라보길”

여기 많은 집이 한데 옹기종기 들어서 있는 그림이 있다. 빽빽하게 들어선 집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조금씩 모양과 높이가 다르다. 하지만, 위에서 내려다보면 그저 다 똑같은 집에 불과하다. 그림은 이 땅의 집에 대한 의미를 되묻게 만든다. 내가 영원히 머물 집은 어디이며, 진정으로 내가 사모해야 할 본향의 집은 어디인가에 대한 물음 말이다.

기독청년 미술작가 양정은 작가(31·서울은현교회)가 지난 10일부터 18일까지 서울 일원동 밀알미술관에서 ‘이미 아직 post covid-19’라는 주제로 전시회를 개최했다. 양 작가는 백석예술대 회화과 졸업 후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원 재학, 현재 백석대학교 기독교전문대학원(기독교미술전공)에 재학하며 활발한 창작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양정은 작가의 작품 ‘되돌리다’(Acrylic on canvas 2021).
양정은 작가의 작품 ‘되돌리다’(Acrylic on canvas 2021).

그는 “코로나19로 현장 관람이 어려워지면서 미술계 전반이 어려워진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코로나와 상관없이 동일하게 이뤄나가야 할 사명이 있다”며 “집이 확장되어가는 모습은 물리적 영토를 넘어 하나님의 나라가 확장되어가는 것을 말하며, 그리스도인의 사명을 회복해나가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집은 곧 사람이다. 하나하나의 집은 이 땅에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영혼을 의미하며, 개개인이 하나의 작은 빛으로 그의 나라를 이뤄가는 형상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표현했다”고 밝혔다.

그의 작품들의 공통점은 작은 집들이 모여 커다란 하나의 집을 이뤄낸다는 것이다. 작품은 이 땅의 물리적 공간으로서 ‘집’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이미 왔지만, 아직 오지 않은 하나님 나라(already not yet)’를 소망하며 확장해나가는 영적 공간으로의 천국을 의미하기도 한다.

양 작가는 “그리스도인에게 시온(Zion)이란 물리적 영토가 아닌 영적 영토로서 이스라엘의 회복을 의미한다”면서 “작품은 영적인 개념의 영토를 다시 물리적 영토로 재해석했다. 우리가 이 땅만을 바라볼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의 사명을 회복해가자는 마음을 작품에 담았다”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본향인 천국의 집을 사모하는 이들이 한데 모여 건강한 공동체를 이룬다. 작품의 전체 주제는 코로나 전후가 아니라 코로나와 상관없이 도래할 천국을 꿈꾸는 것”이라며 설명했다.

이번에 전시된 그의 대표작 ‘되돌리다’(Acrylic on canvas 2021)에는 작은 집들이 모여 또 다른 커다란 집을 이루며 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 저마다 빛과 책으로 칠해진 지붕, 벽, 창문은 각 사람의 아우라를 의미한다. 여기서 개개인은 하나의 작은 집(영토, 백성)으로서 그의 나라를 이뤄가고 있는 모습이다.

양 작가는 “집의 색감은 선한 것들이 악한 것들을 덮으며 퍼져나가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나 혼자만 건강한 것이 아닌, 내가 모인 공동체 모두가 건강할 수 있기를 꿈꾸는 것”이라고 전했다.

양 작가는 초창기부터 지금까지 줄곧 ‘하나님 나라’에 대한 메시지를 담은 작품을 그려왔다. 그의 대표적인 초창기 작품 ‘야곱의 사닥다리’는 죄로 인해 멀어진 이 땅과 하늘을 이어주는 유일한 다리를 그리고 있다. 이는 예수 그리스도를 예표하는 것으로 그 아래 다스림을 받는 나라가 그가 오실 때를 기다리며 회복하고 있음을 담아냈다.

그의 작품을 언뜻 보면 기독교적인 상징물을 찾기가 쉽지 않다. 작품에 대놓고 ‘예수’나 ‘십자가’를 묘사하지는 않았지만, 작품의 주제를 보면 어느새 고개를 끄덕이며 작가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에 수긍하게 된다.

비교적 이른 나이에 기독교 미술작가로 활동하는 양 작가의 소명이 있다면 세상과 싸움에서 당당히 견줄 수 있는 ‘기독교 미술 작품’을 내놓는 것이다.
비교적 이른 나이에 기독교 미술작가로 활동하는 양정은 작가의 소명이 있다면 세상과 싸움에서 당당히 견줄 수 있는 ‘기독교 미술 작품’을 내놓는 것이다.

비교적 이른 나이에 기독교 미술작가로 활동하는 양 작가의 소명이 있다면 세상과 싸움에서 당당히 견줄 수 있는 ‘기독교 미술 작품’을 내놓는 것이다. 그는 “비기독교인 관객들도 쉽게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작품을 그리고 싶다”면서 “우리 안의 은혜로만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대중이 공감할 수 있고 예술적인 가치도 높은 그림을 그리고 싶다”고 밝혔다.

다음 작업으로 그는 성경의 각 권 속 스토리를 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그림으로 재해석해 작품화할 예정이다. 이러한 계획의 예고편으로 마태복음(마1:40, 마9:37-38)의 말씀을 주제로 그림을 그렸다.

끝으로 그는 “사실 그저 받은 것이 너무 많고, 내가 가진 모든 것이 하나님의 은혜”라면서 “앞으로 평생을 성경을 주제로 그림을 그리고 싶고, 세상의 예술작품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는 작품을 내놓는 기독교 미술계의 후학을 양성하는 것을 꿈꾸고 있다. 앞으로도 저를 통해 하나님이 하실 일들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양정은 작가의 마태복음(마1:40) 작품.
양정은 작가의 마태복음(마1:40)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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