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교역자도 엄연한 목회자, 헌신에 맞는 예우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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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교역자도 엄연한 목회자, 헌신에 맞는 예우가 필요하다
  • 서헌제 교수(한국교회법학회장)
  • 승인 2021.07.20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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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교회 정관, 어떻게 만들까’ ⑨ 임시직으로서 부교역자

불안한 지위 부교역자, “성직자인가 근로자인가”
법원 “부목사 근로자성 부인”, 전도사 인정하기도


제대로 된 정관을 마련하지 못해 분쟁과 갈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교회들이 적지 않다. 잘 정비된 정관만 있었더라면 충분히 막을 수 있는 교회 분쟁 때문에 불필요한 소송비용이 지출되고 교회 위상은 추락하고 있다. 무엇보다 성도들에게 깊은 상처를 남기게 된다.  
본지는 교회 분쟁이 사회법 소송으로 비화되는 문제를 막기 위해 반드시 교회 정관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하면서, 학자이자 목회자로서 오랫동안 교회법을 연구해온 서헌제 교수의 특별기고를 연재한다.

“부교역자도 양떼의 구원을 책임지는 영적 지도자이다. 부교역자의 안정적 지위를 보장하고 예우하는 것은 신앙 차원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이다.” 자료사진=백석총회 강도사고시 합격자교육
“부교역자도 양떼의 구원을 책임지는 영적 지도자이다. 부교역자의 안정적 지위를 보장하고 예우하는 것은 신앙 차원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이다.” 자료사진=백석총회 강도사고시 합격자교육

부교역자의 지위
교회의 사역자를 ‘직원’으로 부르는데 항존직인 담임목사와는 달리 부목사, 전도사 등 부교역자는 임시직으로 분류된다. 예장 합동, 예장 통합 등 주요 교단 헌법에 따르면 부목사는 위임목사(담임목사)를 보좌하는 임시목사로서 당회결의로 청빙하되 계속 시무하게 하려면 매년 당회장이 노회에 청원하여 승낙을 받도록 하고 있다. 

이에 따라 대부분의 교회정관에서는 부목사를 총회에서 강도사 인허와 목사임직을 받은 총회 소속 목사로서 담임목사를 보좌하여 설교·교육·심방·성례식 등의 활동을 하며, 임기는 1년으로 하되 당회 결의로 청빙(연임)하는 것으로 정한다. 

한편 전도사는 총회의 전도사 고시에 합격한 자로서 당회 결의로 청빙하며 담임목사의 시무를 보좌하는 예비목회자로 한다. 전도사는 목회 전반을 전임하는 유급전도사(전임전도사)와 목회를 배우며 교회기관에서 수련하는 교육전도사로 구분한다. 

이렇게 부교역자를 임시직으로 하는 것은 총회헌법에 따른 형식적인 절차일 뿐 부목사도 한 교회에서 오래 사역하는 경우가 많다. 다만 임시직으로서 지위가 불안정하므로 부목사직은 담임목사로 나가기 전 수련과정으로 보내게 된다.

부교역자의 세법상 지위
부목사와 전도사는 담임목사와 마찬가지로 세법상 종교인으로서 소속 교회로부터 받는 사례비에 대해 세금(종교인과세)을 내야 한다. 부교역자는 세무서에 소득신고를 할 때 종교인소득(기타소득)신고와 근로소득신고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부교역자는 근로소득신고를 해야 유리한 것으로 알고 있지만 종교인소득 신고자도 저소득층에 대한 근로장려금과 자녀장려금 혜택에서 아무런 차이가 없으므로, 교회정관에서는 부교역자도 가급적 종교인소득신고를 하도록 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부목사에게 제공되는 사택이 지방세법상 세금이 면제되는 종교재산에 포함되는가 하는 점이 부목사의 교회 내에서 지위와 관련해서 문제된다. 법원은 정년이 보장되는 담임목사 사택은 면세대상에 포함되지만 부목사는 1년 단위의 임시직임을 근거로 그 사택에 대해서는 면세혜택을 인정하지 않는다.

부목사의 근로자성
이처럼 부목사는 목사임에도 불구하고 임시직이라는 지위의 불안정성 때문에, 그리고 신학교 난립과 목사의 대량 배출로 담임목사로 청빙받기 어려운 현실에서 부목사의 담임목사에 대한 종속성은 교계 밖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심하다. 부목사들은 ‘하나님의 일에 충성한다’는 명목 하에 보수나 근무 강도에 있어서 매우 열악한 조건을 감수하는 것이 보통이다. 그래서 부목사가 근로자인가 아니면 사역자인가하는 논란이 거세다. 

만일 부목사의 근로자성을 인정하게 되면 근로기준법상의 최저임금 보장, 주 52시간 근무와 근로시간의 제약을 받고, 4대 보험가입, 시간외수당, 퇴직금 등도 지급해야 하는 등 재정이 어려운 중소 교회로서는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그보다도 목사를 근로자로 보게 되면 영적 지도자로서 목회자의 모습과 맞지 않는다는 교리적인 문제도 있다. 

최근 고용노동부에서는 유권해석을 통해서 종교인은 근로자가 아니므로 고용보험과 산재보험 대상이 아니라고 확인한 바 있다. 법원도 부목사가 종교적·영적 가르침을 중점으로 하는 목회활동을 업무로 하는 점을 들어 근로자성을 부인하고 있다. 이와 관련한 최근 사례를 소개한다. 

부목사의 근로자성을 부인한 판결
A교회는 당회 결의로 B를 부목사로 청빙하였으나 부적절한 설교 등을 이유로 B의 시무만료일을 청빙일로부터 1년이 되는 날로 정하고 소속 노회에 연임청원을 하지 않았다. B는 A교회와 부목사로 3년간 근무하기로 하는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근무하던 중 A교회로부터 구두로 해고 통지를 받았는바, 위 해고는 B에게 근로기준법에 따른 해고예고의무를 이행하지 않았으며, 서면으로 통지하지 않은 등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정당한 해고사유가 존재하지 아니하여 무효라는 소송을 제기하였다. 
법원의 판결은 다음과 같다.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는 계약 형식이 고용계약인지 도급계약인지 보다 실질적으로 근로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 부목사는 위임 목사를 보좌하는 목사로서 교인들을 위한 심방활동을 하고 신앙지도를 하는 등으로 종교적·영적 가르침에 중점을 둔 목회활동을 주로 수행하는데, 그와 같은 목회활동의 내용 및 성격상 B목사가 A교회나 위임 목사로부터 업무에 관하여 상당한 지휘·감독을 받는다고 보기는 어려운 점 등을 감안하면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라고 볼 수 없다.” 

지금까지 이와 유사한 여러 건의 소송에 제기되었으나 법원은 일관해서 부목사는 근로자가 아니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부목사의 탄원서  
 B목사는 법원에 다음과 같은 탄원서를 제출했다. 

“담임목사를 보좌하는 부교역자(부목사)들은 정해진 근로시간 외에도 새벽부터 늦은 밤까지 근무합니다. 정해진 휴일인 월요일에도 제대로 쉬지 못합니다. 담임목사가 지시하면 행정, 청소, 운전 등 교회 내외의 모든 대소사를 챙겨야 합니다. 그럼에도 사례비는 최저임금 수준입니다. 무엇보다 담임목사가 그만두라고 하면 한 순간에 해고당하는 불안정한 지위에 있습니다. 이처럼 부교역자(부목사)의 위치는 노동인권의 사각지대에 있습니다. ‘부목사는 임시목사로 매년 당회장이 노회에 청원하여 승낙을 받는다’는 부교역자를 비정규직으로 양산하는 부조리한  총회 헌법 정치편 4장 4조 한 가지가 개혁되면 도미노처럼 연쇄적으로 자정능력을 상실한 교회(총회)가 개혁될 수 있다고 믿습니다. 종교개혁자 칼뱅은  ‘모든 직업은 성직이다(직업소명설)’라는 명언을 남겼습니다. 이 세상에 무엇 하나 성직이 아닌 것이 없으므로, 목사가 성직자여서 노동자가 아니라고 결론내릴 수는 없는 것입니다.” 

부목사가 노동자라는 이러한 주장에는 동의할 수 없지만, 현재와 같이 1년마다 형식적인 청빙절차를 거쳐야 하는 임시직으로 규정하는 것은 부목사의 지위를 불안정하게 할 뿐 아니라 다년간 근무하는 교회 현실에도 맞지 않기 때문에 개선할 필요가 있다. 현재 예장 고신총회는 부목사 임기를 최소한 3년 정도 보장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전도사의 근로자성
교회법상 전도사도 부목사와 마찬가지로 근로자가 아니라 사역자의 지위에 있다. 그런데 법원은 담임목사의 지시를 받아 교회 천장에 플래카드를 부착하다가 추락하여 사망한 전도사의 산재보상청구소송에서 다음과 같이 근로자성을 인정한 바 있다. 

“전도사는 담임목사를 보좌하는 지위에 있고, 종교활동 이외에도 담임목사의 지시에 따라 교회의 각종 업무를 망라하여 수행하였으며, 이 사건도 담임목사의 지시를 수행하다가 발생하였는바, 전도사는 종속적인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하였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 종교적 관점에서는 성직자를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는 자로 평가하는 것에 거부감이 있을 수 있으나, 개별적·구체적 사안에서 해당 성직자를 사회적, 법적 관점에서 산재보험법상 ‘근로자’로 평가하여 산재보험 등의 혜택을 받도록 할 것인지 여부는 서로 다른 차원의 문제이다.”

부교역자, 근로자인가? 
위 판결에서 지적하는 바와 같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는 ‘종속적 관계’에서 ‘임금’을 목적으로 노동을 제공하는 자를 말한다. 부목사와 전도사가 담임목사의 지시를 받아 사역하고 교회에서 받는 사례비가 주된 수입원이라는 현실적 측면에서 보면 근로자로 볼 여지는 있다. 그러나 교회법(정관)상으로는 부교역자도 엄연히 양떼의 구원을 책임지는 영적 지도자로서 자신의 신앙 양심에 따라 헌신하는 목회자이다. 더구나 부교역자들을 교회에서 지급하는 보수(임금)를 대가로 근무하는 노동자로 보는 것은 한국교회 현실상 아직은 받아들이기 어렵지 않은가 한다. 부교역자에게 안정적인 지위를 보장하고 그들의 헌신에 교회가 알맞은 예우를 하는 것은 법적 차원이 아니라 신앙 차원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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