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자 이중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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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회자 이중직
  • 조성돈 교수
  • 승인 2021.07.20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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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돈 교수/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코로나 상황이 길어지면서 목회를 포기하는 이들이 늘어가고 있다. 작은 교회지만 그래도 소망을 갖고 버티고 있었던 목회자들이나 몇 명이라도 함께 하는 것에 의미를 두고 있었던 목회자들이 이제 못 버티고 있다.

페이스북을 통해서 보면 목회를 접은 분들의 이야기가 심심치 않게 나타난다. 그중에는 개인적으로 알고 있는 사람도 있는데, 전에는 그의 사역에 많은 감동을 받았던 적도 있다. 작은교회였지만 그래도 젊은 사람들이 꽤 모여서 찬양과 예배가 생동감 있게 진행되던 교회였다. 그런데 코로나 상황이 길어지면서 어려워졌던 모양이다. 개척 후 10년을 이끌었던 사역을 끝내 접었다.

최근 한 교회에서 설교를 하러 갔다가 담임목사와 이야기를 나누다 놀라운 이야기를 들었다. 그 동안 후원해 왔던 작은 교회 목회자가 찾아왔단다. 교인이 10명 남짓인데 더 이상 버틸 수가 없다는 하소연이다. 교회를 안 하겠다고 하면 되겠지만 목회자의 마음에 그럴 수는 없다. 그래서 교인들과 함께 이 교회에 들어오고 싶다는 말이다. 그냥 교회를 폐쇄할 수 없으니 명분이라도 갖겠다는 말이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그런 교회가 벌써 세 군데나 있었다고 한다. 작은 교회의 상황이 여의치 않은 것은 분명하다.

코로나가 길어지면서 무너져 가는 교회가 속출하고 있다. 주님의 몸된 교회가 무너져 가니 마음이 너무 아프다. 그런데 대책이 없다. 

그러나 이걸 코로나 상황 때문이라고만 할 수는 없다. 이미 오래 전부터 교인수가 줄어들고 있었다. 그냥 줄어들었다고 하기에는 그 표현이 부족하고, 정말 많이 줄어들고 있었다. 주요 교단들을 중심으로 봐도 지난 8년 만에 거의 15% 정도의 감소를 보였으니 충격적이다. 그러니 결국 코로나 상황 때문이 아니라 지속되어 오던 상황에서 코로나로 인해 모임이 어려워지고, 이 상황이 가속화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즉 빠르게 진행되어 오던 것이 더 빠르게, 그야말로 급속도로 진행된 것이다.

문제는 대책이다. 사회로 치면 구조조정이 불가결한 때이다. 만약에 기업이 이런 불경기를 맞이하고, 매출이 급감했다면 인적, 물적 자원을 조정했을 것이다. 그런데 교회가 그렇게 구조조정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그래서도 안 된다. 그러나 우리가 살펴보아야 할 것은 이제 벼랑 끝에서 교인들이 줄어들고, 교회들이 줄어들고 있는 것은 현실이란 것이다. 결국 그동안 배출했던 많은 목회자들이 갈 곳이 없다.

목회를 소명으로 알고 신학을 공부했다. 길게는 10년을 신학 공부하며 목회자가 되기 위해 훈련을 받았다. 심지어 부교역자 생활을 하며 보낸 시간까지 하면 20~30년을 훌쩍 넘긴다. 그런데 이제 갈 곳이 없다. 있던 곳도 내려놓아야 한다. 소명이라고 좇아왔는데 갑자기 맨몸으로 광야에 내몰린 것 같다. 달리 할 수 있는 것도 없고 생각도 없다. 앞으로 무엇을 해야할지를 상상조차 할 수가 없다. 

교단이 지금 할 수 있는 일은 목회자들의 이중직을 허용하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생계를 이어갈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하는데, 더 이상 범법자를 만들지 말고 해결해 주어야 한다. 더 나아가서는 목회자들의 이직(移職)을 알아봐 주어야 한다. 사회에서는 양심 있는 기업가라면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다. 더군다나 이들은 교회라는 공동체에서 목회자를 한 이들이다. 소명 받고 나선 몸인데 교회와 사회를 위해서 의미 있는 일을 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목회자로서 품위도 지키고, 자존심도 지키고, 무엇보다 자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의미 있는 일을 마련해 주어야 한다. 이런 일을 개발하는 것이 교단이 해야 할 일이고, 무엇보다 그들을 세워 동역자로 세운 교단의 최소한의 책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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