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임목사 권한 범위를 지혜롭게 설정해야 분쟁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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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임목사 권한 범위를 지혜롭게 설정해야 분쟁 없다”
  • 서헌제 교수 (한국교회법학회 회장)
  • 승인 2021.07.19 1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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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교회 정관, 어떻게 만들까’ ⑧ 교회 대표자로서 담임목사

담임목사는 법적 대표인 동시에 교회의 얼굴
교회재산 처분은 교인총회 결의 거쳐야 가능

제대로 된 정관을 마련하지 못해 분쟁과 갈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교회들이 적지 않다. 잘 정비된 정관만 있었더라면 충분히 막을 수 있는 교회 분쟁 때문에 불필요한 소송비용이 지출되고 교회 위상은 추락하고 있다. 무엇보다 성도들에게 깊은 상처를 남기게 된다.
본지는 교회 분쟁이 사회법 소송으로 비화되는 문제를 막기 위해 반드시 교회 정관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하면서, 학자이자 목회자로서 오랫동안 교회법을 연구해온 서헌제 교수의 특별기고를 연재한다.

“한국교회 풍토에서 담임목사는 교회의 얼굴이고 정체성이라도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법을 떠나 양떼를 위해 모든 권세를 내려놓고 십자가를 지신 주님이 기억하는 담임목사가 되면 되지 않을까?”
“한국교회 풍토에서 담임목사는 교회의 얼굴이고 정체성이라도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법을 떠나 양떼를 위해 모든 권세를 내려놓고 십자가를 지신 주님이 기억하는 담임목사가 되면 되지 않을까?”

담임목사의 지위
교인이 교회의 법적 주인이라면 담임목사는 교회의 법적 대표인 동시에 교회의 얼굴이다. ‘00교회’하면 잘 몰라도 ‘000 목사가 담임목사로 있는 교회’라고 하면 그 교회가 어떤 교회인지를 금방 알 수 있는 것처럼 한국교회는 사실상 담임목사의 역량에 의존하고 있다. 이처럼 교회에서 담임목사가 차지하는 영향력이 절대적이기 때문에 교회정관에도 이를 뒷받침할 규정을 두어야 한다. 

대부분 교회정관에서는 담임목사의 지위를, ① 담임목사는 교인총회 특별결의로 청빙 받아 정년까지 시무하는 목사이다. ② 담임목사는 다음의 지위와 권한이 있다. 1. 본 교회의 대표 2. 설교·인사·재정 및 교회 모든 직무와 사역의 총괄·지도·감독 3. 당회·제직회·교인총회 의장으로 정한다. 이를 요약하면 담임목사는 신앙공동체인 교회의 영적 지도자인 동시에 법적으로는 비법인 사단인 교회의 대표자로서 정년까지 시무하는 항존직이라는 것이다. 

항존직으로서 담임목사
교회의 사역자를 교회법으로는 직원(officer)으로 부르며 근로자인 사무직원(employee)과 구별한다. 직원은 교회에 시무정년까지 계속 사역하는가에 따라 항존직과 임시직으로 구분한다. 담임목사와 장로·집사·권사는 항존직으로, 일년 단위로 임시로 임용되는 부교역자와 서리집사를 임시직으로 하며 항존직은 교인총회의 결의로 선출한다. 항존직은 임기가 따로 없기 때문에 한번 교회에 직임을 맡으면 시무연한까지 계속 직무를 수행한다. 항존직의 시무연한은 교회별로 차이가 있지만 대부분 70세로 정하고 있다. 교회와 교단에 따라서는 아예 시무정년을 두지 않거나 65세로 제한하는 경우도 있다. 

항존직의 임기제와 신임투표
그런데 일부 교회에서는 항존직인 담임목사의 임기를 10년 정도로 제한하거나 또는 일정기간마다 신임투표를 통해 재임용한다. 이에 대해 대부분 교단은 담임목사의 임기제, 신임투표제는 항존직이라는 개념에 반하여 허용되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인 것 같다. 문제는 이러한 교단의 입장에도 불구하고 지교회가 정관으로 항존직, 특히 담임목사의 임기제와 신임투표제를 도입할 경우 그 정관이 효력이 있는가 하는 점이다. S교회 분쟁에서 이 문제가 법적 쟁점으로 다루어졌다.  

S교회는 “담임목사 또는 장로가 안식년(6년 시무후 1년)을 마치게 되면 당회원 2/3 이상의 찬성을 얻어 재시무하게 된다. 당회의 찬성을 얻지 못할 경우 공동의회에서 신임투표를 물어 시무할 수 있다”라는 안식년 규정을 두고 있었다. 이 규정의 준수를 서약하고 담임목사로 청빙 받아 7년을 시무한 후 신임투표에서 불신임 당하자 담임목사가 신임투표제는 교단 헌법에 반하여 무효라는 소송을 제기한 사안에서, 법원은 다음과 같이 판단하였다. 

“총회헌법에서 담임목사 등 항존직의 시무는 만 70세가 되는 해의 연말까지로 한다고 규정한 것은 정년을 정한 것일 뿐, 그 임기를 정한 것은 아니라고 해석할 수 있고, 정년제와 임기제는 개념적으로 양립할 수 있다. ‘항존직(恒存職)’의 문언 자체로는 ‘항상 존재하여야 할 직분’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일 뿐이고 문언에서 곧바로 ‘종신직’ 내지 ‘임기제 배제’라는 의미가 도출되지 아니한다.” 즉 항존직이기 때문에 반드시 정년까지 임기를 보장해야 한다는 논리는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국교회는 ‘하나님이 맡겨주신 양 떼’라는 담임목사의 소명의식과 헌신에 의해 성장하고 부흥한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섣불리 신임투표제를 도입함으로써 담임목사가 교인들의 눈치를 살피는 삯꾼 목자로 전락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생각하면 담임목사는 교회에 부임하더라도 다른 교회로 옮겨가는 경우가 많은데 비해 교인들은 한번 청빙하면 싫든 좋든 그 목사 밑에서 신앙생활을 강요받는다는 것도 균형에 맞지 않는다. 실제로 교인들의 불신을 받는 목사의 거취를 둘러싸고 많은 소송이 제기되는 것을 보면 이를 예방하는 차원에서라도 교단이 무조건 신임투표제를 금기시 할 것이 아니라 각 교회의 판단에 맡겨두는 것이 타당하지 않을까 한다. 

담임목사는 교회의 법적 대표
담임목사는 교회의 대표자이다. ‘대표’라는 용어는 법적 개념으로서 담임목사는 비법인사단인 교회를 대표해서 모든 행위를 할 수 있는 지위에 있다는 의미이다. 다른 말로 하면 담임목사가 교회 대표로 체결한 모든 계약에 대해서는 목사 개인이 아니라 교회가 책임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만큼 대표자가 가지는 권한이 크기 때문에 자칫 대표권 남용으로 교회가 입을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정관에 담임목사의 대표권을 제한하는 규정을 둘 필요가 있다. 가령 교회의 중요재산을 처분하거나 교회명의로 빚을 얻을 경우 교인총회나 당회 결의를 얻도록 하는 것이다. 관련되는 분쟁사례를 살펴본다.   

담임목사 교회재산처분의 무효 사례
담임목사가 교인총회의 결의를 거치지 아니하고 당회 결의만을 받아 교회 재산을 처분하자 일부 교인들이 무효소송을 제기한 사례에서 법원은 “비법인사단인 교회의 대표자는 총유물인 교회 재산의 처분에 관하여 교인총회 결의를 거치지 아니하고는 이를 대표하여 행할 권한이 없다. 따라서 교회 대표자인 목사가 교인총회 승인 없이 체결한 교회 토지 매도계약은 무효”라고 판결하였다. 법원이 무효라고 판단한 근거는 교인들의 연보, 헌금 기타 교회의 수입으로 이루어진 재산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교회 소속 교인들의 총유에 속하기 때문에 그 재산의 처분은 교인총회 결의를 받아야 한다는 민법 규정이다. 즉 담임목사의 대표권은 교회재산 처분에 관한 한 교회정관에 아무런 규정이 없어도 민법에 의해 당연히 제한된다는 것이다.

담임목사 금전차용의 유효 사례
어느 교회 정관은 담임목사가 교회 명의로 금전을 차용함에는 1억원 미만은 교회운영위원회 결의, 1억원 이상은 공동의회의 결의를 거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이 교회 담임목사는 운영위원회 결의를 거치지 않은 채 교회 운용자금으로 6천만원을 교인으로부터 빌렸는데 이를 갚지 못하자 그 교인이 교회를 상대로 채무반환소송을 제기하였다. 법원의 판단은 다음과 같다. 

“교회가 타인으로부터 금전을 차용하는 행위는 총유물 자체의 관리·처분이 따르지 아니하는 단순한 채무부담행위에 불과하여 비법인사단인 교회의 대표자가 금전차용계약을 체결하면서 교인총회의 결의나 교회정관에서 정한 교회 운영위원회 결의 절차를 거치지 아니하였더라도 금전차용 계약은 무효가 아니다. 다만 교회 운영위원회 결의 등을 거치도록 한 교회정관은 교회 대표자의 대표권을 제한하는 규정에 해당하므로, 거래상대방이 그와 같은 대표권 제한 및 그 위반 사실을 알았거나 과실로 인하여 이를 알지 못한 때에는 그 거래행위가 무효로 된다. 이 사건에서 채권자인 교인에게는 과실이 없으므로 교회는 그에게 채무를 변제해야 한다.” 

위 두 사례를 비교해 보면, 교회재산 처분과 달리 채무부담 행위는 민법상 제한이 아니라 교회정관상의 제한이므로 상대방의 고의나 과실 여부에 따라 그 효력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따라서 만일 교회에서 이러한 정관규정을 교회 홈페이지 등을 통해 널리 알렸다면 교회는 담임목사의 채무를 떠안지 않아도 될 수 있었다. 

교회와 담임목사
말씀의 은혜를 중시하는 한국교회 풍토에서 담임목사는 교회의 얼굴이고 정체성이라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정관상으로도 담임목사는 강단권과 축복권, 치리권을 행사하며 교회의 대표권과 행정의 전권을 가진다. 

그런데 극히 일부이기는 하지만 담임목사에게 부여된 권한을 남용해서 교회가 분쟁에 휩싸이는 안타까운 일들을 보게 된다. 교회는 “코에 호흡이 있는 사람을 믿지 말라”는 말씀에 따라 법(정관)으로 담임목사의 권한 범위를 지혜롭게 설정해서 남용의 소지를 사전에 차단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법의 문제를 떠나 양떼를 위해 하늘의 모든 영광과 권세를 내려놓고 십자가를 지신 선한목자 되신 주님이 우리 담임목사임을 기억하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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