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위기의 시대, 한국교회 ‘한 목소리’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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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위기의 시대, 한국교회 ‘한 목소리’가 필요하다
  • 손동준 기자
  • 승인 2021.07.13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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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중기획 // 한국교회 연합기관 통합 논의 (상) 왜 하나 돼야 하나

연합기관 내부 문제 생길 때마다 새로운 단체 창립
교권 다툼 바빴던 한국교회, 리더십 상실 큰 문제

지난 1월 한교총 대표단이 정세균 국무총리를 만나 형평성 있는 방역을 당부했다. 코로나19는 한국교회 ‘원 리더십’의 필요성을 환기시켰다.
지난 1월 한교총 대표단이 정세균 국무총리를 만나 형평성 있는 방역을 당부했다. 코로나19는 한국교회 ‘원 리더십’의 필요성을 환기시켰다.

지난 2007년 발생한 아프가니스탄 피랍사건은 한국교회에 뼈아픈 기억으로 남아 있다. 혹자는 이 사건을 “한국교회가 대사회적 리더십과 영향력을 상실하게 된 중요한 전환점”으로 평가하기도 한다. 

한교총 공동대표회장인 소강석 목사(예장 합동 총회장, 새에덴교회 담임)는 이 사건은 계기로 기독교를 향한 온갖 조롱이 온라인 공간에서 퍼지기 시작했다고 분석한다. 소 목사는 “교회가 영향력을 상실하고 있는 그 중대한 때에 교회 연합단체는 오히려 분열의 조짐을 나타내기 시작했다”고 지적하면서 당시 연합기관들에 책임을 돌렸다. 

당시 보수기독교를 대표하던 ‘한국기독교총연합회’에서는 2010년 대표회장 선거 파동이 일어나고, 대표회장 인준거부·직무정지, 법원의 직무대행 파송 등의 사건이 계속됐다. 당시 언론들은 한국교회 타락의 대명사로 한기총의 갈등을 집중 조명했고, 개혁을 요구하던 회원 교단들의 대거 탈퇴로 이어졌다. 

2012년에는 31개 교단과 단체가 ‘한기총 정상화 대책위원회’를 조직하고 개혁을 촉구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 움직임은 새로운 연합단체인 ‘한국교회연합’ 출범의 시초가 됐다. 이들은 한기총의 7.7정관 계승 및 대표회장 1년 단임제, 대표회장 교단 순번제, 임원수 축소, 선관위 구성의 객관성 등 개혁안을 내세웠다. 더 나아가 한기총 사태의 또 한 축이었던 ‘이단문제’를 인식하여 이단과 사이비 집단에 대한 공동대처를 사업의 큰 축으로 선포했다. 

그러나 이렇게 출범한 한교연 역시 교단 대표성보다는 증경 대표회장 중심의 운영으로 난항을 겪으면서 주요 교단들이 이탈했다. 이런 상황 가운데 2016년에는 ‘한국교회연합을위한교단장협의회’가 출범해 한기총-한교연 간 통합을 적극적으로 주선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단 문제와 직원들의 고용 승계, 채무 등의 지엽적인 문제에서 합일점을 찾지 못하고 번번이 무산되고 말았다. 
루터의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은 2017년에는 교단장협의회가 한기총-한교연 간 통합 대신 ‘한국교회총연합’이라는 제3의 보수 연합기구를 출범하기에 이른다. 소 목사는 “연합기관이 분열하면서 또 다른 기관을 만드는 데 신경을 쓰다 보니 정작 공적 교회를 세우고 공적 사역을 돌볼 틈이 없었다”며 “그 결과 한국교회는 대사회적 리더십을 잃어버렸을 뿐 아니라, 젊은이들 가운데는 교회에 다닌다는 것을 부끄러워하는 풍조까지 나타나게 됐다”고 평가했다. 

 

‘원 보이스’의 필요성

이런 혼란스러운 상황 속에서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이 전 세계를 덮쳤다. 한국교회는 리더십이 부재한 가운데 선제적 초기 대응에 실패했다. 예배가 셧다운 되고 목회환경이 초토화됐다. 그러나 이런 위기 속에서도 한국교회는 일치된 의견을 내지 못했고, 더 나아가 내부적인 이해관계에 따라 서로 다른 공식 입장을 발표했다. 

과거 한기총 대표회장을 지내며 여러 차례 통합 논의에 나선 바 있는 엄기호 목사는 “향후 팬데믹 상황이 다시 올 것을 대비한 법안이 80개 이상 국회에 발의됐다고 한다. 잘 대처하지 않으면 또 다른 팬데믹이 올 때 교회의 피해가 가중될 수 있다”며 “기독교단체가 하나가 돼야지, 그렇지 않고는 대사회적인 힘을 발휘할 수 없다”고 연합기관 통합론에 힘을 실었다. 그러면서 엄 목사는 “통합 과정에서 세심하게 접근해야 할 것은 단체마다 각자 자기 목소리만 내선 안 된다. 조금씩은 희생을 감수해야 한다. 특히 채무 문제는 투명하게 밝혀서 추후에 잡음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총장 이정익 목사(한국복음주의협의회 명예회장)도 “한교총이 출범한 지도 5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통합은커녕 한국교회로부터 공인받지 못한 또 하나의 기구로 남아 있다. 연합기관으로서의 정신은 사라지고 직책을 위한 투쟁만 있기 때문”이라며 “이제는 예수님의 가르침을 회복해 교회 연합기관이 하나를 이룰 때가 됐다”고 지적했다. 

반면 연합기관이 하나 되더라도 이단 문제에 대해서는 확실한 선을 그어야 한다는 신중론도 만만치 않다. ‘통합’이라는 단어를 앞세워 속도전을 벌이다 보면 세부 내용은 대충 넘어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국민통합위원장’을 지내기도 한 전 한기총 대표회장 최성규 목사는 “현재 한기총 내에 이단 문제가 해결되지도 않았다. 한기총의 역사와 이름은 아깝지만, 이 문제는 그냥 넘어갈 수 없어서 회원으로 걸어두고 있던 청소년 단체마저도 최근 한기총에서 탈퇴시켰다”고 말했다. 최 목사는 또 “한교총 홀로도 충분히 대표 역할을 잘 감당하고 있지 않은가. 빠른 통합을 위해 지나치게 많은 에너지를 쏟기보다는 그 힘을 본연의 단체가 할 일에 쓰는 것도 나쁘지 않다. 그러면 어느 때 가서 잘 하는 쪽으로 정리되지 않겠느냐”고 주장했다. 

교회문화연구소장 이의용 교수(전 국민대)는 “통합이라는 것은 하나로 만드는 것이고, 연합은 각자의 기능을 살리면서 필요할 때 힘을 합치고 협력하는 것을 말한다. 유엔이 대표적인 연합체”라며 “용어 차원에서도 통합을 이룰 것인지, 연합을 이룰 것인지 정리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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