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적 안전에 무감각해지지 않도록 깨어 기도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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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적 안전에 무감각해지지 않도록 깨어 기도하라
  • 유선명 교수
  • 승인 2021.06.29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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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선명 교수의 전도서이야기 - “날을 갈지 아니하면 힘이 더 드느니라”(전 10:10)

“함정을 파는 자는 거기에 빠질 것이요(10:8).” 이 말씀은 종종 악의를 품은 자에게 하나님의 보응이 임한다는 뜻으로 이해됩니다. 칼로 흥한 자 칼로 망하고, 벼락 맞을 짓을 하면 벼락을 맞는다. 인과응보라는 이야기지요. 전도서에서 이곳에 유독 비슷한 경구들이 모여 있는 것도 인상적입니다: “함정을 파는 자는 거기에 빠질 것이요 담을 허는 자는 뱀에게 물리리라 돌들을 떠내는 자는 그로 말미암아 상할 것이요 나무들을 쪼개는 자는 그로 말미암아 위험을 당하리라.”(10:8~9) 이 말씀은 과연 ‘인과응보’를 가르치고 있을까요? 바로 앞 9장에서도 개인의 실력만으로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없다면서 “시기와 기회는 그들 모두에게 임함이니라(9:11)”라고 말씀하셨던 것을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8~9절 바로 뒤에 이어지는 “철 연장이 무디어졌는데도 날을 갈지 아니하면 힘이 더 드느니라 오직 지혜는 성공하기에 유익하니라(10절)”라는 경구에 비춰보면 8~9절 역시 기계적인 인과응보가 아닌 지혜로운 삶의 태도에 초점을 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목수가 일을 잘 하려면 연장을 잘 건사해야 합니다. 일을 마친 목수가 다음 날을 위해 연장을 새로 벼려두지 않으면 다음 날 일이 느려지고 심하면 몸을 다칠 수도 있습니다. 안전사고는 고금을 가리지 않습니다. 안전하다고 생각하면 사고가 나는 법입니다. 전도자의 시대에도, 기술이 발달한 21세기에도 이 본질은 변하지 않습니다. 일을 하다보면 위험이 따릅니다. 구덩이를 많이 파다 보면 발이 미끄러질 수 있고, 토담을 헐다가 뱀이 나올 수도 있습니다. 정으로 돌을 쪼면 조각이 튀는 것은 당연합니다. 목수가 손톱에 멍을 피하기 어렵고 셰프가 팔뚝에 화상을 입지 않기는 힘들겠지요. 그런데 일을 하다보면 다치기 마련이지 하며 위험을 방치했다가는 정말 큰 일이 닥칠 수 있습니다.우리 사회에는 기억을 되살리고 싶지 않은 크고 작은 안전사고가 너무 많습니다. ‘안전 불감증’이란 말 자체에 불감증이 걸려있는 것이 아닐까 싶은 우리에게 전도서 10:8~10 말씀은 안전을 살피고 자신을 돌아보며 살라고 가르쳐주십니다. 

우리 주위에 그치지 않는 사고의 책임을, 위험대비 비용을 아까와 하는 악덕 기업주와 하정 재하청을 거듭하는 업계의 구조, 관리감독에 소홀한 행정부처들에게만 돌릴 수 있을까요? 우리는 내 자신 내 가족에게 가깝지 않은 위험은 무시하는 우리의 이기심을 제어하고, 위험에 합리적으로 대처하는 것을 신앙심이 없는 자세로 모는 어처구니없는 광신을 단호하게 거부해야 합니다. 하나님을 믿는 우리는 백신을 맞고 마스크를 쓰고 안전벨트를 매야 합니다. 나를 지켜주시는 주님을 못 믿어서가 아니라 “네 이웃을 네 몸같이 사랑하라” 하신 주님을 믿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은 기적을 베푸시는 분이지만 우리가 원하는 대로 기적을 행하시지는 않습니다. 주님께서도 돌로 떡을 만들고 빌딩에서 뛰어내려보라던 사탄의 충동에 “주 너의 하나님을 시험하지 말라”고 꾸짖으셨습니다(마 4:7). 무엇보다도 물리적 안전에 둔감한 태도를 방치하다가 영적인 안전에도 무감각해질까 두렵습니다. 깨어 기도하지 않으면 시험에 떨어지는 것이 우리들입니다(마 26:40). 

기도하는 사람, 성령님께서 이끄시는 사람은 무모하지 않습니다. 기도 가운에 성령님의 충만함을 입어 영적 전투에 나서는 그리스도인에게 맨몸 맨손이 아니라 “진리의 허리띠, 의의 가슴보호대, 평안의 복음의 전투화, 믿음의 방패, 구원의 헬멧, 그리고 성령의 검”으로 무장하라 하신 것은(엡 6:14~17) 단지 비유가 아닙니다. 우리는 전신보호가 필요한 존재들입니다. 겸손히 하나님의 뜻을 구하며 이미 보여주신 질서에 순종하는 것이 지혜인 이유입니다.

백석대 교수·구약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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