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세계 메타버스, 위기인가 기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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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세계 메타버스, 위기인가 기회인가
  • 이진형 기자
  • 승인 2021.06.28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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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타버스(Metaverse) 교회가 온다

본격화되는 가상현실 속 교회를 둘러싼 논쟁
“메타버스는 새로운 가능성, 교회가 적극 활용해야”
vs “가상세계에 현실과 동등한 가치 부여할 수 없어”
가상현실 속 종교활동이 현실화되고 있다. (사진:제이알월드)
가상현실 속 종교활동이 현실화되고 있다. (사진=제이알월드)

가상현실 속 예배당에 성도들이 모여 찬송가를 부르고 목사님과 닮은 아바타의 설교를 듣는다. 헌금은 가상화폐로 드리고 예배 후엔 또 다른 가상공간으로 흩어져 소그룹 모임을 이어간다. 머나먼 미래 이야기가 아니다. 영화에서나 볼 법한 일이 지금 일어나고 있다.

가상공간에 등장한 교회
지난 4월, 한국미디어선교회(이사장:김운성)는 가상현실 속에 교회 건물과 강의실을 구현하고 온라인으로 접속해 강의를 수강하는 ‘바이블 아카데미’를 개강했다. 수강생들은 자신의 아바타를 움직여 가상공간 속 다양한 장소에서 강의를 듣거나 모임을 할 수 있으며 음성과 텍스트, 화상회의로 서로 소통할 수 있다. 이는 유튜브나 줌 등 영상을 활용한 기존의 비대면 예배와 모임 방식의 한계를 넘어 상호작용에 의한 실질적 의사소통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한국미디어선교회는 실감형콘텐츠연구소를 세우고 기독교 온라인 전용 플랫폼 개발과 다양한 VR 콘텐츠 제작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심지어 가상공간 속 선교지에 ‘스마트 선교사’를 파송해 현지인들을 양육하는 새로운 형태의 선교 방법까지 계획하고 있다. 
 

▲ 한국미디어선교회가 자체개발한 VR 플랫폼을 활용해 ‘바이블 아카데미’를 개강했다. (사진:한국미디어선교회)
▲ 한국미디어선교회가 자체개발 VR 플랫폼을 활용한 ‘바이블 아카데미’를 개강했다. (사진=한국미디어선교회)

지난달엔 카카오의 클레이튼 블록체인 기반 메타버스 제이알월드(대표:조현길)가 이용자들이 가상현실 속에서도 종교 활동을 할 수 있도록 관련 종교기관·단체와 제휴 및 협약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제이알월드는 최근 가상공간 안에 서울 강남, 중국 상하이, 프랑스 파리, 미국 뉴욕 등의 도시를 구현한 디지털 토지지구 ‘섹터’를 조성하고 암호화폐로 부동산 소유권을 거래하는 서비스를 시작해 화제가 된 바 있다. 이번 협약에 따라 제이알월드 메타버스 내의 가장 유동인구가 많은 공용 광장에 이용자의 종교 활동을 지원하고 종교 콘텐츠를 제공하는 공간과 건축물이 조성될 예정이다. 이른바 ‘메타버스 교회’가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다.
 

제이알월드 메타버스에 구현된 디지털 도시와 랜드맵 구성 컨셉 화면. (사진:제이알월드)
제이알월드 메타버스에 구현된 디지털 도시와 랜드맵 구성 컨셉 화면. (사진=제이알월드)

희미해지는 가상과 현실의 경계
메타버스(Metaverse)는 초월을 뜻하는 ‘Meta’와 세계를 의미하는 ‘Universe’의 합성어로, 가상과 현실이 융합된 초현실 세계를 말한다. 1992년 닐 스티븐슨의 SF소설 '스노우 크래쉬'에서 처음 사용된 이 단어는 기술의 발달과 함께 개념의 범위가 확대되어 그동안 주로 사용되던 가상현실(Virtual Reality)이라는 말보다 더 포괄적인 의미로 자리 잡고 있다.

코로나19 펜데믹으로 인해 ‘비대면’이 일상이 된 지금 우리에게 메타버스는 더이상 낯선 개념이 아니다. 경제, 산업, 사회, 문화, 예술, 교육, 의료 등 각계에서 메타버스를 활용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으며 페이스북, 구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등 거대 기업들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앞다퉈 뛰어들고 있다. 메타버스 안에서 유명 가수의 콘서트와 팬사인회가 열리고 대학교 입학식과 축제, 기업의 회의나 교육도 진행된다. 국내 기업 네이버가 만든 메타버스 ‘제페토’가 출시 2년 만에 글로벌 가입자 2억 명을 넘어섰다는 사실을 보면 특히 MZ세대를 중심으로 메타버스가 얼마나 친숙하게 자리 잡았는지 알 수 있다. 자신이 직접 꾸민 아바타로 가상공간에서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는 제페토 안에는 구찌와 나이키 등의 패션브랜드 매장이 입점했고 오는 8월에는 편의점브랜드 CU도 개점을 앞두고 있다. '디지털 지구, 뜨는 것들의 세상 메타버스'의 저자 김상균 교수는 “사람들은 점점 더 많은 시간을 메타버스에서 보내게 되며 디지털 세상과 현실 세상의 경계는 점점 더 희미해질 것”이라고 예견하고 있다.

메타버스, 새로운 가능성
발 빠르게 메타버스를 사역에 활용하는 교회와 단체들도 있다. 새에덴교회(담임:소강석 목사)는 지난 23일 열린 한국전 참전용사 보은 행사에서 6·25전쟁에 참가한 해외용사의 젊은 시절 모습을 가상공간에 구현해 기념 메달을 걸어주는 메타버스 기술을 선보였다. 또한 지난 4월에는 기독교 웹·앱 제작팀 파이어우드가 부활절을 맞아 ‘2021 예수님과 함께하는 온라인 성찬식’을 진행했다. 웹 페이지에 접속하는 방식으로 진행된 온라인 성찬식은 대단한 기술이 사용된 것은 아니지만 가상공간에서 성례를 시도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으며 반응도 뜨거웠다. 공개된 지 하루만에 1,000명이 넘는 이용자가 접속해 온라인으로 성찬의 감동을 나눴다.
 

새에덴교회 소강석 담임목사가 메타버스 기술로 젊은 시절 모습이 구현된 6·25전쟁 참전용사에게 기념 메달을 걸어주고 있다. (사진:새에덴교회 유튜브)
새에덴교회 소강석 담임목사가 메타버스 기술로 젊은 시절 모습이 구현된 6·25전쟁 참전용사에게 기념 메달을 걸어주고 있다. (사진=새에덴교회 유튜브)

한국대학생선교회 CCC(대표:박성민 목사)도 메타버스를 활용해 수련회를 연다. CCC는 6월 28일부터 3일간 진행되는 수련회 기간 동안 온라인 가상공간 플랫폼 ‘게더타운’에 CCC수련회 공간을 만들어 운영하기로 했다. 가상공간 속 수련회 스트리트에 역대 수련회의 이미지를 전시하고 전국의 학생들이 교류하는 소통의 장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한편 미국 LA의 D.J.소토 목사는 이미 3년 전부터 ‘누구나 올 수 있는 벽(wall)이 없는 교회’를 꿈꾸며 가상현실교회(VR Church)를 시작했다. 전 세계에 코로나19가 창궐하던 지난해 3월, BBC는 “많은 교회들이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유행하는 동안 물리적 서비스를 중단해야 했다. 하지만 VR Church는 가상현실에만 존재하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았다”며 소토 목사와 가상현실교회를 재조명했다. 코로나19 이후 교회가 직면한 문제들을 해결하고 복음전파와 예배, 소통, 교제, 교육 등 다양한 영역의 효과적인 사역을 위해 메타버스 기술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가상현실교회 예배에 참여하려면 VR기기를 사용해 가상공간에 들어가야 한다. (사진:VR Church 홈페이지)
가상현실교회 예배에 참여하려면 VR기기를 사용해 가상공간에 접속해야 한다. (사진=VR Church 홈페이지)
BBC World Service의 저널리스트 Sophia Smith Galer가 가상현실교회 예배를 체험하고 있다. (사진:BBC News)
BBC World Service의 저널리스트 Sophia Smith Galer가 가상현실교회 예배를 체험하고 있다. (사진=BBC News)

이러한 메타버스 열풍에 대해 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조성돈 교수는 “지금의 세계환경은 펜데믹이라는 특수한 요소도 있지만 코로나 이전부터 진행되어왔던 4차산업혁명이 가속화된 것으로 봐야 한다”며 “돌이킬 수는 없다. 바울이 이스라엘을 넘어 세계로 나아갔을 때 복음의 확산이 일어난 것처럼 우리도 메타버스를 새로운 가능성으로 봐야 한다”고 전망했다.

이어 “메타버스는 새로운 세계다. 점점 가상과 현실 사이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세상에서 교회론에 대한 새로운 고민이 필요하다”면서 “초대교회 커뮤니티는 ‘공동체’라는 것 외에는 아무 조건도 없었다. 가상공간에서는 교회 공동체의 개념을 어떻게 볼 것인지, 가상현실 속 예배에 참여한 사람들도 주일을 지킨 것으로 봐야 하는지 등에 대한 새로운 신학적인 해석이 필요하다”라고 분석했다.

장신대학교 김도훈 교수 또한 2013년 발표한 논문 '가상세계 속에서의 교회됨의 의미'에서 더글라스 에스티스의 ‘가상교회론’에 대한 연구를 언급하며 “고대 교부들의 교회론은 ‘모임과 연합’을 강조하였고, 어떤 장소나 제도나 물리적 집회보다 오히려 영적 모임에 초점을 두었다”면서 “교부들의 신학적 교회론에서 오늘날의 가상교회의 존재 근거를 충분히 찾아낼 수 있다”고 보았다.

기독교의 진리는 '실체성'
한편 가상현실 속 교회와 예배가 빠르게 확산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미션파트너스 한철호 선교사는 메타버스를 주제로 한 칼럼에서 "12세기 르네상스 이후 등장한 인문주의와 18세기 이후 등장한 계몽주의의 영향으로 바뀐 가치에 대한 인식 방식이 기독교 전체의 방향을 바꿔 놓았다"며 "오늘날 초고속으로 발전하는 과학의 영향으로 실재와 가상이 혼합되면 하나님을 인식하고 신앙을 구현해 가는 방식이 전혀 달라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더 나아가 메타버스와 같은 새로운 기술들은 특수한 상황에서 제한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임시방편일 뿐 실제 현실을 완전히 대체하기 어렵다는 주장도 있다. 특히 예배와 성례 같은 기독교의 전통이 가상현실 속에서 이루어지는 것에 대해 매우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예배학의 권위자인 한일장신대학교 명예총장 정장복 교수는 “예수께서 말씀이 육신이 되어 이 땅에 오셨던 ‘실체성’으로 지금까지 지속되어 온 기독교의 진리가 가상현실로 대체될 수 있을까?”라고 물음을 던지며 “메타버스나 온라인이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 도구로서의 활용 가치는 있지만 거기에 현실과 똑같은 가치를 부여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가상현실에서는 우리의 땀과 열정, 눈물, 정성과 같은 것들을 구현하기 어렵다”면서 “마음과 뜻과 정성과 목숨까지 다해 하나님을 예배하라는 것이 성경의 가르침이다. 예배의 본질인 하나님과의 교제를 다른 형태로 대체하는 것은 대단히 위험하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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