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 편집기술, 하나님의 영역 침범하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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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자 편집기술, 하나님의 영역 침범하는 일”
  • 정하라 기자
  • 승인 2021.06.22 18: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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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기독교생명윤리협회-성산생명윤리연구소,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의 문제점’ 세미나

인간이 자신의 유전자 정보에 접근해 조작할 수 있는 시대가 됐다. DNA 속의 유전 정보를 편집하는 것을 유전자 편집이라 하며, 그 중 ‘크리스퍼(CRISPR) 유전자 가위’는 가장 대표적인 유전자 편집기술이다. 이러한 기술을 인간의 생식세포에 적용하는 것은 곧 하나님의 영역을 침범하는 일이라는 진단이 나왔다.

한국기독교생명윤리협회-성산생명윤리연구소 공동주최로 ‘크리스퍼(CRISPR) 유전자 가위’를 주제로 미나가 22일 오후 2시 30분 한국프레스센터 19층 매화홀에서 열렸다.
한국기독교생명윤리협회-성산생명윤리연구소 공동주최로 ‘크리스퍼(CRISPR) 유전자 가위’를 주제로 세미나가 22일 오후 2시 30분 한국프레스센터 19층 매화홀에서 열렸다.

한국기독교생명윤리협회-성산생명윤리연구소 공동주최로 ‘크리스퍼(CRISPR) 유전자 가위’에 대한 문제점을 기독교윤리적 진단하고 바른 사용을 촉구하는 세미나가 22일 오후 2시 30분 한국프레스센터 19층 매화홀에서 열렸다.

이번 세미나에서는 유전자 편집기술의 문제점이 무엇이며, 유전자 편집기술이 어떤 방향으로 사용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방향이 논의됐다.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는 2012년에 개발됐으며, 각종 동식물의 형질 개량과 질병 치료 등에 응용되고 있다. 하지만 2018년 11월에 중국에서 특정 유전자를 제거한 유전자 편집 아기의 출산에 성공했다는 소식이 전해져 큰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이날 ‘유전자 가위에 대한 생명윤리적 고찰’이란 제목으로 발제를 맡은 류현모 교수(서울대 치의학대학원 분자유전학)는 유전질환과 난치성 질환을 치료할 수 있는 유전자 편집기술을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경계하면서도 몇 가지 이유를 들며 통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류 교수는 “유전자 편집기술은 아직 안전성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했다. 치료가 아니라 개선과 증진을 목적으로 유전자 편집기술을 사용하는 것은 판도라의 상자를 여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유전 정보를 섞어 새로운 생명체를 탄생시킬 수 있다. 이는 여러 가지 불평등의 문제와 규제의 문제, 생태계의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정소영 미국변호사(세인트폴 세계관 아카데미 대표)는 법률적 관점에서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의 문제점을 짚었다.

그는 “인간배양세포에서 유전체 DNA를 인식해 절단하고 그 위치에 맞춤 변이를 유도할 수 있음이 여러 실험실에서 독립적으로 입증됐다. 불과 수년 만에 전 세계 수많은 생명과학 실험실에서 CRISPR-Cas9이 인간배양세포는 물론이고 다양한 동물, 식물, 미생물의 유전자 교정도구로 널리 사용됐다”고 밝혔다.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의 사용 범위를 어디까지 허용할 것인가에 대한 국제적 규범은 제대로 세워져 있지 않지만 세계의 각국은 자국의 이익을 위해 규제를 점점 완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이러한 추세 속에서 우리나라의 법률은 이를 어떻게 판단하고 있을까.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는 인간의 유전자 조작과 편집에 직결된 기술로 2014년 제정된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생명윤리법)’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생명윤리법은 인간의 존엄과 가치 보호라는 목적에 입각해 인간의 존엄성을 파괴하는 인간복제를 명확히 금지하고, 잔여 배아의 연구는 오직 희귀병 치료 등의 특정한 목적에만 한하도록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단 생명윤리법 제47조에서 질병의 예방이나 치료를 위해 인간의 유전자를 조작하거나 편집하는 것을 제한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정 변호사는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 기술을 인간의 생식세포에 적용하는 것을 금기시하는 이유도 인간의 생식세포는 그 자체로 온전한 인간이기 때문에 한 인간이 다른 인간의 자발적인 동의 없이 영구히 유전되는 유전적 특징을 자의로 조작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단언했다.

인간이 유전자 검사를 통해 유전자의 문제를 발견하게 되면, 유전자 편집 기술을 이용해 그 문제를 해결하고자 할 수도 있다. 정 변호사는 “이러한 바람은 결국 디자인 베이지를 양산하는 문을 여는 일”이라며, “인간이 획일화될 가능성이 높고, 유전자 검사와 조작을 할 수 있는 ‘부’를 가진 사람들과 그렇지 못한 사람들 사이 유전학적 불평등이 영구화돼 새로운 사회 계층이 형성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기독교윤리적 관점에서도  그는 “한 개인이 유전자를 누군가가 자의적으로 수정할 수 있을 때 그 개인은 유전자 가위를 가진 사람의 소유물이 되고 종속되게 될 것”이라며 우려를 제기했다.

한국기독교생명윤리협회-성산생명윤리연구소 공동주최로 ‘크리스퍼(CRISPR) 유전자 가위’를 주제로 미나가 22일 오후 2시 30분 한국프레스센터 19층 매화홀에서 열렸다.
한국기독교생명윤리협회-성산생명윤리연구소 공동주최로 ‘크리스퍼(CRISPR) 유전자 가위’를 주제로 미나가 22일 오후 2시 30분 한국프레스센터 19층 매화홀에서 열렸다.

세미나 이후에는 단체를 대표해 이상원 교수(한국기독교생명윤리협회 상임대표)가 ‘유전자편집기술의 바른 사용에 대한 우리의 입장’이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성명서에서는 “우생학적 유전자 증강은 하나님이 정해주신 창조질서를 교란시키고 하나님에게만 고유하게 주어지는 창조자의 역할을 부당하게 넘보는 일”이라고 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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