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은과 긍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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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은과 긍휼
  • 송용현 목사
  • 승인 2021.06.22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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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용현 목사/안성중앙교회 담임

라미 현이라는 분이 있다. 미국에서 7년 간 유학생활을 하며 사진을 공부한 한국인 사진작가이다. 2013년, 평소 대단치 않게 여겼던 직업군인들의 삶을 우연히 듣게 된 현 작가는 자신뿐 아니라 가족의 삶까지 희생하며 나라와 국민을 지키는 군인들에 대한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갖게 됐다고 한다. 현 작가가 미국인 한국전 참전용사를 처음 만난 건 2016년 한국에서 열린 사진전시회에서였다. 그때부터 현 작가는 참전용사들을 직접 찾아가 사진을 찍고 인화해서 큰 액자에 넣어 기증하면서 큰 절을 올리고 참전용사들의 희생과 헌신에 감사를 표하는 작가가 되었다. 2017년부터 현 작가는 미국과 영국을 40여 차례 오갔고, 지난해에는 8개월 간 미국에 머물며 마스크를 쓰고 참전용사들을 방문했다. 현재까지 만난 총 1천420여 명의 참전용사 가운데 미국인은 800~900 명으로, 이들과의 만남을 통해 자신의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았다고 말한다.

워싱턴 D.C의 링컨기념관 가까운 쪽에 한국전 참전기념비가 있는데 이 참전기념비에는 19명의 동상이 있다. 이 동상들 중 맨 앞에 판쵸 우의를 입고 소총을 들고 있는 사람이 윌리엄 빌 웨버 대령이다. 그는 한국전쟁에서 오른쪽 팔과 왼쪽 다리를 잃고 의수와 의족을 낀 채로 끝까지 군 복무를 마친 최초의 미국 군인이다.

얼마 전 현 작가가 웨버 대령을 방문하여 사진을 찍고 액자에 넣어 감사를 표하면서 이런 말을 하였다. “우리는 당신네 나라에 큰 빚이 있다”고 그러자 웨버 대령은 손사래를 치면서 당신이 잘못알고 있다 말하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고 한다.

“당신들이 빚진 것은 하나도 없으며 그렇게 생각해도 안 되는 것입니다. 단지 자유를 얻은 사람들에게는 의무가 생기는데 그 의무는 자유가 없거나 자유를 잃은 사람들에게 다시 그 자유를 전하고 지키게 하는 것입니다.” 

바로 우리가 해야 할 책임과 의무라 할 것이다. 전쟁으로 인해 분단의 아픔을 지닌 우리는 세계의 우방국들로부터 받은 은혜를 이제는 우리보다 못한 이웃나라에 갚아야할 책임과 의무가 생겨났으며 이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탈무드에 나오는 농부이야기이다. 어느 날 농부 아버지가 아들에게 이웃집에 가서 낫을 빌려 오라 시켰다. 그런데 아들이 빈손으로 돌아왔다. 얼마 후 이웃집에서 낫을 빌리러 왔다. 그런데 농부아버지가 빌려 주라 하신다. 화가 난 아들이 이렇게 말합니다. “아버지 제가 지난번 낫을 빌리러 갔을 때 저 집에서 발려주지 않았는데 왜 우리가 빌려 줍니까?” 안됩니다. 그때 아버지가 이렇게 말한다. “저 집에서 빌려주지 않았기 때문에 우리가 빌려주지 않으면 그것은 복수이다. 한편 이웃집이 우리에게 그렇게 하지는 않았지만 그럼에도 빌려 준다고 한다면 그것은 증오이다.” “진정으로 긍휼은 거절당한 모든 것을 잊어버리고 그와는 상관이 없는 깨끗한 마음으로 그저 낫이 필요하기에 빌려준다는 마음, 그것이 긍휼이다.”

때때로 우리는 긍휼이 여긴다고 하면서 복수와 같은 마음으로 그리고 나는 너보다 큰 사람이기에 베푼다는 마음으로 한다면 참된 그리스도인이라 할 수 없을 것이다. 거절당한 모든 것을 잊어버리고 그와는 상관없는 깨끗한 마음으로 그저 낫이 필요하다기에 빌려준다는 그 마음이 진정으로 긍휼의 마음이라 할 것이다. 그리스도인의 책임과 의무는 단지 성도이기에 베풀어야 한다기 보다는 마태복음 18:21~35절에 언급하신 예수님의 비유를 통해서 용서에 대한 의무도 그냥 생긴 것이 아님을 깨닫게 된다. 내가 바로 일만 달란트 빚진 자 임을 잊지 않는 우리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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