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들이 세상으로 나갈 창문들을 만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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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들이 세상으로 나갈 창문들을 만들고 있습니다”
  • 이인창 기자
  • 승인 2021.06.22 16: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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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인격 신앙인 길러내는 ‘이야기학교’

1~12학년제, 균형 잡힌 신앙인 위한 교육 펼쳐
공부 중심 아닌 적성 중심의 진로교육이 핵심

지하철 4호선 한성대입구역에서 내려 골목길을 따라 올라가다 보면, 옛 한양도성 성곽길에 접한 ‘혜성교회’(담임:정명호 목사)와 ‘이야기학교’(교장:장한섭 목사)를 만나게 된다. 언덕에 위치한 교회 앞마당에는 지나가는 길목인 듯 부드러운 바람이 기분 좋게 스쳐간다. 청명한 하늘 아래 서울도심이 한눈에 들어와서 시원하다.  

유난히 맑은 초여름 하늘을 바라보고 있노라니 어디선가 해맑은 아이들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기독교대안학교 ‘이야기학교’ 학생들이 재밌게 무언가를 배우고 있나보다. 목소리를 좇아 학교의 문을 열었다. 지난 16일 찾아간 학교에서는 미얀마 요리대회가 한창이었다. 

이야기학교는 1~12학년제로 운영되고 있는 기독대안학교이다. 지난 16일 방문한 학교에는 학생들이 직접 연구하고 준비한 미얀마 요리대회가 진행되고 있었다.
이야기학교는 1~12학년제로 운영되고 있는 기독대안학교이다. 지난 16일 방문한 학교에는 학생들이 직접 연구하고 준비한 미얀마 요리대회가 진행되고 있었다.

자기 역할을 하는 그리스도인
이야기학교는 매년 하나의 국가를 선정해 나흘 동안 집중적으로 연구하는 교육 프로그램이 있다. 세계시민 양성교육의 일환이라고 할까? 기자가 찾아간 날은 군부를 상대로 민주화운동을 전개하고 있는 미얀마에 대해 공부하는 마지막 날이었다. 

그동안 학생들은 미얀마 언어와 지리, 팀별 연구발표 등을 스스로 진행했다. 미얀마 선교사와 미얀마를 돕는 시민단체 관계자 특강도 듣고, 마지막 날에는 미얀마를 위한 예배를 드리고 미얀마 민주화를 위해 헌금도 드렸다. 

왁자지껄 목소리를 찾아간 곳에서는 미얀마 요리대회를 마친 학생들이 음식을 나누고 있었다. 1학년부터 12학년까지 학생들의 연령은 다양하지만 모두가 매우 자연스러운 분위기이다. 학생들의 얼굴에는 마스크도 가리지 못하는 미소가 한가득 일 뿐 아니라 낯선 기자에게 다가와 적극적으로 말을 건넨다. 역시 대안학교이기 때문에 아이들이 적극적인가 생각해 본다. 기자를 안내한 장한섭 교장은 이야기학교의 중심 가치를 아주 쉽게 설명해주었다. 

“우리 학교는 기독교 가치관으로 교육을 해서 우리 아이들이 건강한 세상을 만들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이 세상의 모든 영역에서 자기 역할을 하는 그리스도인이 되도록 하는 것입니다. 미얀마 탐구 교육을 학생들이 스스로 해나가는 것도 그 길을 찾아가는 과정입니다.”

요리대회에서 만난 최다은 학생(9학년)은 이런 과정이 진로를 준비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이야기했다. 

 “일반 학교에 다니는 친구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시험과 내신 때문에 힘들어한다는데 우리 학교는 달라요. 나이들이 다른데도 함께 연구하고 해결해가는 것이 아주 재미있어요.”

장한섭 교장은 “기독교 교육은 하나님 안에서 창조한대로 목적을 발견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야기학교는 하나님이 주신 재능을 키워주는 교육을 하고 있다. 

기독대안교육 근본적으로 달라야 
이야기학교의 진로 교육은 매력적이다. 기독교 신앙을 가르치지만 고리타분하지 않다. 학생들 스스로가 중심이기 때문이다. 특히 일반 교육에서는 공부가 최우선 가치이고 공부를 중심으로 줄을 세우고 평가한다. 하지만 이야기학교의 교육은 그것과 거리가 아주 멀다. 

장한섭 교장은 기독교 대안교육은 세상의 교육과는 근본적으로 달라야 한다고 생각한다. 단순한 지식과 암기로는 불가능하다. 균형 잡힌 신앙인으로 설 수 있도록 다양한 교육이 담겨야 한다. 그래서 이것저것 다해볼 수 있도록 가르치고 있다. 

학생들은 공부, 악기, 무예, 농사, 여행, 운동 등 모든 것을 균등하게 접할 수 있다. 학교 인근 문화재단 사업에 운영위원으로도 참여하고 있다. 국내외 여행을 통해서도 학생들은 배운다. 12학년 전체 과정 동안 여행을 하면서 다른 사회의 삶을 들여다보게 된다. 11학년이 되면 유럽 여행을 떠난다. 학생들이 주축으로 떠나는 여행 속에서 배우는 것이 참 많다. 

“저희는 이런 과정을 창문 만들어주기라고 합니다. 창문을 많이 만들어주면 아이들마다 그 창문에 맞춰서 여는 것이죠. 일반 학교에서는 배추에 대한 이론을 배우고 외워서 시험을 보지만, 우리 아이들은 직접 씨앗을 심고 배추를 기르기 때문에 진짜를 아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이야기학교 교육이 마냥 즐기고 노는 것은 아니다. 전인격적인 터치를 바탕으로 책임감을 갖도록 하고 있다. 중학교 1학년에 해당하는 7학년부터는 신문을 읽고 매주 평화 사설을 써야 한다. 11학년이 되면 자신이 선정한 주제를 바탕으로 하나님나라에 대한 관점을 넣은 소논문도 제출해야 한다. 

12학년 백서현 학생은 “9~11학년에는 팀 프로젝트와 에세이 작성 과제가 많아서 여유롭게 시간을 보낼 수는 없다”면서 “최소 3개 학년이 함께 프로젝트를 하면서 일을 하는 방법을 알게 되고 능력도 커지는 것 같다”면서 “오히려 12학년이 된 지금이 더 여유롭다”고 경험을 들려줬다. 백서현 학생은 검정고시 성적과 학교 철학을 보고 대학을 선택할 예정이라고 했다. 

장한섭 교장은 “기독교 교육은 하나님 안에서 창조한대로 목적을 발견하고 재능을 키워줘야 한다. 그래야 사회에 기여하면서 약자와 함께 살고 강자에게 당당할 수 있다. 가정-교회-학교가 지상에서 샬롬의 공동체를 만들어가는 교육을 할 때 가능한 교육”이라고 말했다. 

이야기학교의 교육과정은 학생 스스로 해결해나가는 것이 많다. 세상 한가운데서도 신앙인의 정체성을 분명히 하는 능력도 이때 길러지게 된다. 

자녀가 중심, 부모 참여는 필수
그래서 이야기학교는 부모도 교육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부모님의 교육 참여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어머니만이 아니라 반드시 아버지가 와야 한다. 학교에서는 자녀를 위해 반나절이라도 휴가를 써서 꼭 참여하도록 요청하고 있다. 이제 13년 역사가 돼서 부모님들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다. 

9~10학년이 되면 본격적으로 진로교육에 돌입하는데, 부모들은 모두 진로특강 강사로 한 번씩은 참여해야 한다. 전문직 종사자도 강사로 모셔오지만, 부모님들이 지인들까지 섭외한다. 학생들도 진로교육 강사를 섭외하기 때문에 마을 슈퍼 사장님, 떡집 사장님이 오는 경우도 있다. 어른들의 인생과 삶을 들으면서 진로를 준비하는 것이다. 

특히 이야기학교의 학기말 평가는 매우 독특하다. 공동체가 학생 한명을 위해 한자리에 모인다. 학교와 부모는 계속해서 파트너십으로 함께하고 있다. 학생들은 자기 평가를 하고 동료학생 2명, 교사, 부모의 평가를 받는다. 

“심지어 주일학교 교사의 평가서도 우편으로 받고 있습니다. 평소에도 학생과 대화할 수 있는 소식지도 보내주고요. 모두 같이 할 수 있는 방법을 계속 고민하는 것입니다.”

학기말에는 학생 한 명과 교사 7명이 앉아서 평가서를 바탕으로 면담을 한다. 장한섭 교장은 모든 학생의 면담에 처음부터 끝까지 참여하고 있다. 학생 평가가 끝나면 부모와도 면담을 진행하고, 이 때 5학년 이상은 학생 본인도 참여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학생 당사자의 결정이다. 면담을 거쳐 학생이 선택한 교육은 다음 학기 교육과정에 적용된다. 그만큼 학생과 교사, 부모가 신뢰관계가 형성되어 있지 않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혜성교회와 이야기학교의 콜라보
이야기학교의 교육목적은 “하나님의 창조원리와 하나님나라의 목적에 따라 하나님-사람-자연-나 사이에 평화를 누리고 만들어가는 사람을 세우는 것”이다. 이런 교육이 가능할 수 있는 것은 이야기학교를 든든히 뒷받침하고 있는 혜성교회가 있기 때문이다. 

혜성교회는 교회 주일학교만으로 다음세대에게 신앙을 전수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판단하고, 다음세대 교육을 고민하게 됐다. 그렇게 2007년 대안학교 설립계획을 수립하고 2년의 치열한 준비과정을 거쳐 이야기학교를 시작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혜성교회가 이야기학교의 교육 전반에 대해 포괄적 위임을 했다는 사실이다. 학교의 방향과 교육과정은 철저한 장한섭 교장을 중심으로 학교에 맡겼다. 교회는 기도하고 재정을 지원하며 학교가 세상을 향해 다리를 놓을 수 있도록 기도하며 도왔다. 

장한섭 교장은 “일부 기독대안학교는 복음만 전하면 만사형통이라는 식으로 가르친 채 제대로 된 교육을 하지 않는다. 대학진학에만 몰두하는 학교도 있다. 중요한 것은 신앙과 사회 경쟁력을 동시에 이룰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며 “우리 아이들이 구호만이 아니라 지혜로운 전략과 이해를 갖고 세상에서 살아가도록 혜성교회가 지대한 역할을 했다”고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13년이나 되는 시간 동안 이야기학교가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도 학교를 향한 교회의 신뢰 때문이었다. 어떻게 학교에 대한 포괄적 위임을 하게 됐는지 혜성교회 정명호 담임목사에게 질문했다. 

“교육은 책임을 져야 하는 과정입니다. 완전히 독립하고 협력해야 오래갈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주일학교를 넘어 우리 아이들에 세상에서 전인격적인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어떻게 도울지 고민했습니다. 처음부터 지금까지 학교와 교회가 소통하고 있는 것으로 충분합니다.” 

현재 이야기학교가 사용하고 있는 4층 건물은 원래 혜성교회 교육관이다. 교회는 기꺼이 공간을 내어주었고 아이들은 그곳에서 마음껏 상상하고 뛰놀며 그리스도인답게 살아갈 준비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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