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질은 이웃 섬기는 선한 도구… 가난한 이들과 소유 나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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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질은 이웃 섬기는 선한 도구… 가난한 이들과 소유 나눠
  • 이상규 교수
  • 승인 2021.06.22 16: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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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규 교수의 초기 기독교 산책 - 재산과 부에 대한 가르침(8)

초기 기독교 신자들이 사랑을 실천하기 위해 물질을 어떻게 사용했는가에 대해 좀 더 살펴보고자 한다. 성도들은 사랑을 전심으로 실천하고자 했고, 이웃을 돕는 구제 행위는 의무이거나 강제가 아니라 전적으로 자발적인 것이었다. 로마에 거주했던 노예 출신의 그리스도인 헤르마스(Hermas)는 당시 교회를 지배하던 정신을 다음과 같이 말했다. “부유한 사람은 가난한 형제자매를 위해 자신의 부를 내려놓은 후에야 교회에 들어올 수 있었다.” 재산의 소유를 영혼의 짐으로 여겼고, 그것을 타인을 섬기는 도구로 여기는 것이 교회의 분위기였다는 점을 말하고 있다. 초기 그리스도인에게 있어서 재물은 빛이나 공기 물 혹은 흙과 같이 다 같이 공유해야 할 그 무엇이었다. 그래서 이웃 사랑으로 물질을 포기하는 것은 그리스도인임을 보여주는 표식이었다. 초대교회는 사랑의 실천이 식어지면 그리스도의 정신을 상실한 것으로 간주하곤 했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사랑의 마음으로 빚진 자들을 대신하여 감옥에 가고, 자신을 팔아 노예가 되기도 했다. 믿음 안에 있는 형제자매의 유익을 위해서라면 어떤 희생도 마다하지 않는 그토록 놀라운 사랑의 행위가 가능했던 것이다.

실제로 초대교회에서의 모든 소유는 가난한 이들을 위한 것이었다. 버려진 아이들과 여인들, 병들고 궁핍한 이들을 위해 사용되었다. 이런 사랑의 실천과 베풂이 초대교회의 특징이었다. 어떤 상류층 여인들은 이런 사랑을 실천하기 위해 스스로 가난하게 되었다. 로마황제 줄리안(Julian)마저도 “불경한 갈릴리인들이 자기들의 빈곤층을 먹여 살릴 뿐 아니라 로마의 빈곤층까지 먹여 살린다”고 그런 사실을 인정했다. 그리스도인들에게 있어서 재산의 사유화는 죄의 결과였다. 악한 세상을 살아가기 위해 어느 정도의 재산은 필요하지만 그리스도인들이 그 재산에 집착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알고 있었다. 초대교회 그리스도인들은 자신의 식품 저장고를 마치 공동창고처럼 손님과 유랑 인들에게 개방했고, 사랑의 베풂은 교회 안에서 교회 밖으로 흘러들어갔다. 초기 로마에 있던 교회는 선행과 구제사업에 앞장섰기 때문에 모든 그리스도인들의 흠모의 대상이 되었다. 이런 시혜에 대한 중요한 기록이 남아 있는데, 250년경 비교적 작은 교회였던 로마교회가 정기적으로 도움을 베푼 가난한 사람들이 무려 1,500명에 달했다고 한다. 

에베하르트 아놀드는 초기 기독교회의 문헌에 근거하여 이렇게 말하고 있다. “가장 작은 교회공동체에서조차 지도자는 가난한 이들의 친구가 되어야 했고, 최소한 한 사람의 과부에게 책임을 맡겨 어떤 병자나 궁핍한 사람도 절대 방치되지 않도록 밤낮 주의를 기울였다. 교회의 집사 역시 가난한 사람들을 찾아다니며 도와주어야 할 책임이 있었고, 부유한 형제를 독려하여 힘닿는 대로 가난한 자를 돌보게 할 의무가 있었다. 집사는 식탁 봉사도 담당했다. 섬기는 일에는 ‘배우지 못했다’ 혹은 ‘할 수 없다’는 변명은 통하지 않았다. 모두가 가난한 사람들의 처소를 찾아 다녔다. 초기 그리스도인들은 타 종교인들이 그들의 신전에 바치는 돈보다 더 많은 돈을 길거리에 쏟았다.” 정리하면, 초기 그리스도인들은 물질에 내포된 영적 위험을 알고 있었고, 물질은 이웃을 섬기는 선한 도구라는 점을 알고 실천했다. 

결국 그리스도인들은 가난하고 핍절된 이웃을 돕기 위해 스스로는 소박한 삶을 추구했다. 가난한 자의 소박한 음식에 만족했고, 소박한 생활에 만족했다. 가난하거나 부하거나 모두를 향한 그리스도인들의 존중은 모든 사람이평등하다는 믿음에서 나온 것으로서, 이는 사랑에 뿌리를 둔 ‘사회적 연대’라는 결실을 맺게 되었다. 결국 그리스도인들의 일상에서 자발적 사랑의 실천은 공동체 빈곤문제를 상당부분 해소하게 되었다. 이것은 이교도들의 관찰이었다.

백석대 석좌교수·역사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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