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불구하고, 지혜를 얻는 것이 정금보다 낫다
상태바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혜를 얻는 것이 정금보다 낫다
  • 유선명 교수
  • 승인 2021.06.15 14:3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유선명 교수의 전도서이야기 - “지혜가 힘보다 나으나 가난한 자의 지혜가 멸시를 받고”(전 9:16)

시기와 기회가 임해야 성공할 수 있다는 성찰은 사람을 겸손하게 만듭니다. 그래야 마땅합니다. 전도서가 말하는 ‘시기와 기회’는 성공도 실패도 가져올 수 있는 양날의 검이기에 더더욱 그렇습니다. 전도자가 예화를 들려줍니다. “나는 세상에서 지혜로운 사람이 겪는 일을 보고서, 큰 충격을 받은 적이 있다. 주민이 많지 아니한 작은 성읍이 있었는데, 한 번은 힘센 왕이 그 성읍을 공격하였다. 그는 성읍을 에워싸고, 성벽을 무너뜨릴 준비를 하였다. 그 때에 그 성 안에는 한 남자가 살고 있었는데, 그는 가난하기는 하지만 지혜로운 사람이므로, 그의 지혜로 그 성을 구하였다. 그러나 어느 누구도 그 가난한 사람을 오래 기억하지 않았다.”(전 9:14~15) 가난한 현자의 지혜가 나라를 구했지만 위기가 지나자 세상은 다시 아무 일 없었다는 듯 기존 질서로 돌아간 것이지요. 이 이야기는 다윗 시대에 있었던 사건의 판박이입니다(삼하 20장).

압살롬의 난으로 어수선해진 틈에 세바라는 자가 북쪽 지파들의 민심을 자극해 분란을 일으킵니다. 요압이 지휘하는 토벌대가 세바가 은신한 아벨성 공략에 들어갑니다. 정규전을 치를 태세로 토성을 쌓는 것을 본 주민들 가운데 지혜로운 여인이 나서서 요압과 협상을 합니다. 세바 한 사람을 잡으려고 유서 깊은 아벨성을 초토화하려느냐고 말입니다. 여인이 성읍 주민들을 설득해 세바의 머리를 성 밖으로 던져주고 아벨성은 화를 면했습니다.

그런데 그 일 이후 무엇이 달라졌습니까? 요압은 총사령관이 되고 부하들은 중직을 차지합니다. 

이 논공행상에 아벨성을 구한 그 여인의 자리는 없습니다. 아니 애초부터 그 현인은 ‘지혜로운 여인 한 사람’(삼하 20:16)으로만 기록되었을 뿐 이름이 알려진 적이 없었습니다. “그 때에 그 성 안에는 한 여인이 있었다. 그이의 지혜로 성읍은 말살을 면했지만 어느 누구도 그 여인을 오래 기억하지 않았다.” 전도자가 들려준 설화의 실사(역사) 버전입니다.

전도자가 결론짓습니다: “그러므로 내가 이르기를 지혜가 힘보다 나으나 가난한 자의 지혜가 멸시를 받고 그의 말들을 사람들이 듣지 아니한다 하였노라”(16절) 이 이야기를 지혜의 스승인 전도자의 입을 통해 들으려니 가슴이 싸해집니다. 그런데 가난한 지혜자가 멸시받는다는 이 말은 특정한 경우를 다룬 전도자의 관찰일까요 아니면 하나님께서 정하신 사물의 질서일까요? 사적 경험과 소신을 뚜렷이 밝히고, 자신의 회의와 우수를 감추지 않으며, 종종 성경에 이미 있는 말씀들과 엇박자를 내는듯한 전도자의 말을 어떻게 받아야할지를 놓고 해석자들은 오랫동안 토론을 벌여오고 있습니다. “코헬렛(전도자의 히브리어 이름)이라는 현자가 있었다. 그가 말했다. 모든 것이 헤벨이라고…” 이렇게 1장부터 12장 어디쯤까지를 그의 어록으로 판정한 뒤, “그러나 결론은 이것이다. 하나님을 경외하고 그의 명령을 지켜라. 이것이 사람의 본분이다.” 이런 식으로 코헬렛을 ‘교정’해야만 ‘성경적’ 메시지가 된다면, 성경을 하나님의 말씀으로 믿고 신뢰하기는 더 어려워집니다.

성경은, 본문의 불확실함과 해석의 어려움을 다 품은 그대로, 계시이고 진리입니다. “지혜가 귀하다. 지혜를 얻으라. 그러나 돈이 힘이 센 것이 현실이다.” 그렇게 말씀하신 액면 그대로가 우리에게 주시는 하나님 말씀입니다. “지혜를 얻는 것이 은을 얻는 것보다 낫고 그 이익이 정금보다 나음이니라(잠 3:14)” 자본주의 물질주의 시대에 이 말씀을 정말 믿는다면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지혜를 얻어라, 돈부터 벌어놓고. 그런 뜻은 아닐테지만, 해석과 적용은 독자의 몫으로 남습니다. 전도자는, 하나님 말씀인 전도서는, 우리에게 묻습니다. “세상이 이러한데 그대는 어떻게 할텐가?”

백석대 교수·구약신학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