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안이라고 예배는 대충? 내가 선 곳이 곧 거룩한 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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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안이라고 예배는 대충? 내가 선 곳이 곧 거룩한 땅
  • 한현구 기자
  • 승인 2021.06.08 14: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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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천하는 십계명, 다시 쓰는 신앙행전 (17) 비대면 시대의 거룩한 주일

4계명 : “안식일을 기억하여 거룩하게 지키라”(20:8)

처음 드린 비대면 예배는 신선한 경험이었다. 늘 강단에 선 모습을 우러러 봤던 목사님이 노트북 화면 속에 웅크린 듯 작아진 모습은 낯설었다. 아무도 보는 사람이 없대도 복장만은 정갈하게 갖춰 입고 의자에 앉았다. 누군가에게 보이기 위함이 아닌 하나님께 드리는 예배기에 그랬다. 하지만, 처음에만 그랬다.

침대 위를 뒹굴거리며 흐리멍덩한 눈동자로 스마트폰을 쳐다보다 시간을 보곤 깜짝 놀라 유튜브 화면을 켠다. 마음의 준비가 갖춰지지 않은 예배자에게 설교 말씀이 제대로 들릴 리 만무하다. 영상이 끝나면 의무를 다했다는 듯이 스스로를 안심시키며 밖으로 나설 채비에 정신이 없다. 물론 온라인으로 신실하게 예배를 드리는 이들도 많겠지만 적지 않은 이들의 주일은 이런 패턴으로 흘러갔을 터다.

코로나 사태 이후 교회를 떠난 이들이 늘고 있다는 통계가 줄을 잇는다. 한국교회의 신뢰도 하락도 그 원인의 한 축이겠지만 비대면 상황의 지속으로 인한 영성 약화를 이유로 꼽는 이들도 적지 않다. 기껏해야 가족들 외엔 내 예배의 모습을 지켜볼 수 없는 비대면 시대의 주일. 우리는 지금의 주일을 어떻게 거룩하게 지킬 수 있을까.

편리함에 잃기 쉬운 예배의 본질

대면이든 비대면이든 영과 진리로 하나님을 높여드린다면 예배가 되지 않을 것이 없다. 문제는 예배에 임하는 우리의 태도다. 조금만 긴장을 놓고 있으면 잠옷 바람으로 머리를 긁적이며 설교 화면을 바라보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고 만다.

김병삼 목사(만나교회)는 한복협 월례회 발제에서 비대면 시대 속 주일을 보내며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이 편의주의라고 지적했다. 그는 온라인의 특성상 자신이 한가한 시간에 예배를 드리는 성도들이 늘고 예배에 대한 열정과 헌신, 절심함이 옅어지고 있다. 예배는 어디까지나 하나님과 우리 사이에 있는 인격적 약속에 근거한다. 약속에는 당연히 지켜야 할 예의와 상대를 향한 배려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있는 매리너스 교회(Mariners Church)는 코로나19가 확산되자 각 가정에서 예배드릴 것을 교인들에게 권장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와는 약간 다른 점이 있었다. ‘가정에서 드리는 예배라는 표현 대신에 가정교회에서 드리는 예배라고 표현한 것이 바로 그 차이점이다.

김병삼 목사는 매리너스 교회의 사례를 소개하면서 말장난 같지만 그 표현을 들었을 때 받는 느낌이 확연히 차이가 있다. 가정 교회라고 부를 경우 좀 더 경건하고 준비된 예배를 드려야 한다는 거룩한 부담감이 들기 때문이라면서 비대면 시대일지라도 우리는 정해진 시간, 바른 자세와 마음으로 예배를 드려야 한다. 이때 누리는 예배의 감격이 우리가 삶에서도 예배할 수 있도록 우리를 지탱해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쇼핑하듯 골라듣는 설교 소비주의

비대면 시대에 달라진 주일의 풍경이 또 하나 있다면 설교의 비중이 극단적으로 높아졌다는 것. 모임이 금지되고 성도들 간의 교제가 힘들어지자 점점 설교를 듣는 행위가 마치 예배의 전부인 양 받아들여졌다.

문제는 그런 경향이 짙어지며 예배 소비주의도 심화됐다는 점이다. 이상갑 목사(산본교회)소비자가 마치 물건을 구매하듯이 취향에 맞는 설교를 찾아 틀어놓은 뒤 듣는 것으로 예배를 끝낸 것처럼 여기는 이들이 많아졌다. 예배를 그렇게 받아들이는 것은 대단히 잘못된 인식이라면서 설교는 예배의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이지만 설교가 예배의 전부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 목사는 또 소비적인 성향의 예배는 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내가 듣기에 좋은 것을 찾아서 취사선택한다. 하지만 예배의 본질은 내 만족, 내 유익, 내 흥미가 아닌 하나님께 엎드려 나를 드리는 것이라면서 비대면 시대라는 이유로 설교 소비주의적 예배 양상이 심화되는 것은 큰 문제라고 진단했다.

 

주일의 본질 회복할 기회로

그렇다면 어떻게 비대면 시대에서도 주일을 거룩하게 지킬 수 있을까. 이상갑 목사는 비대면 시대가 오히려 주일의 본질을 회복할 기회일 수 있다고 역설했다.

이 목사는 누가 강요해서, 시켜서 하는 교육과 훈련이 아닌 스스로 진짜 영성 훈련을 할 수 있는 적기라고 생각한다. 교회를 오가는 물리적인 시간이 줄어든 만큼 여유 시간을 활용해 개인 성경읽기라든지 가족 성경필사, QT, 묵상훈련, 기도훈련을 한다면 풍성한 주일을 보낼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소그룹 모임과 교제가 어려워진 대신 가족과의 교제의 시간을 늘리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그동안의 주일은 각자의 부서에서 봉사하느라 오히려 가족들을 보기가 더 어려웠다면 비대면 시대에는 가족끼리 식탁의 교제를 나누고 예배와 말씀 묵상을 이어갈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김병삼 목사는 하나님은 모세를 부르시며 네가 선 곳은 거룩한 땅이니 네 발에서 신을 벗으라고 하셨다. 이는 우리가 서 있는 곳에 하나님이 임하시면 그곳이 곧 거룩한 장소가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지금의 비대면 시대를 교회의 건물을 넘어 삶의 자리에서 예배할 수 있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그렇게 될 때 우리 예배의 지경이 넓어지고 비대면 시대 속 거룩한 주일을 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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