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존재의 고통이든 묵살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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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존재의 고통이든 묵살해서는 안 된다
  • 노영상 교수
  • 승인 2021.06.08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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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영상 교수/전 한국기독교학회 회장

세계 곳곳에서 소들이 광우병에 쓰러진 바 있다. 사람들이 쇠고기를 먹기도 힘들게 되었다. 닭과 오리에 대한 조류독감의 피해도 만만치 않다. 수많은 닭과 오리들이 땅에 묻혀 살 처분되고 있으며, 조류독감의 인간에 대한 전염도 염려해야 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인간들의 소와 닭들에 대한 꾸준한 착취가 그들의 면역성을 낮추었을지도 모른다.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보다 값 싼 고기를 공급하기 위해서라면, 사육 당하는 동물들에 대한 존중 따위는 공급자에게 그저 사치일 뿐이다. 살아있는 가축들이 마치 인간을 위한 먹을거리로 태어나 기계처럼 쉴 새 없이 새끼를 낳고, 적절한 시기에 도살되어 부드러운 육질을 갖춘 하나의 상품이 되기까지, 공장식 영농하의 동물들은 엄청난 악몽과 고통의 시간을 감내할 수밖에 없다. 팔기 위해, 단지 돈을 벌기 위해, 자본주의에 대한 인간의 끝없는 욕심 때문에 이 수 많은 동물들을 학대한다는 게 말이 안 된다. 그리고 어쩌면, 지금 확산되고 있는 광우병이나 조류독감 역시 이 억지스럽고 비인간적인 ‘집단사육’과 도살에 의해 시작된 재앙의 ‘전초전’에 불과할지도 모르는 일이다.

이제 짐승들도 이러한 환경을 이겨내는 데에 한계에 이른 것 같다. 동물에 대한 사랑이 필요한 때이다. 동물의 생명이 하나님 앞에서 잘 보호될 때, 인간의 생명도 함께 복을 누릴 수 있으리라 여긴다. 동물의 복지를 나름대로 배려함이 없이, 동물들을 무한히 사용할 수 있다는 생각은 올바르지 않다. 동물을 우리 마음대로 사용하며 착취하고자 하는 것이, 인류에게 심각한 위기를 야기할 수도 있다. 요즈음 들어 인간의 동물에 대한 대우 문제가 윤리적 관심으로 부각되었다. 동물이 인간에게 도덕적 대우를 받아야 한다는 동물권 운동(animal rights movement)은 윤리학자에게나 신학자에게나 모두 비교적 새로운 것이다.

호주 출신으로 현재는 프린스턴 대학교에 있는 철학자 싱어(Peter Singer)는 동물도 하나의 평등한 권리를 갖고 있음을 말하면서, 그는 동물의 해방을 제안한다. 그는 동물에 대한 인간의 의무와 책임에 대한 주제를 그의 책 『동물 해방』에서 심도 깊게 검토하였다. 동물이 인간과 같은 의식이나 이성을 가지고 있지 못하므로, 함부로 다룰 수 있다는 주장을 그는 비판한다. 그러한 논리라면, 이성의 능력이나 의식의 수준이 동물보다 낮은 사람들은 동물만큼도 취급될 수 없어야 할 것이다. 그러므로 인간의 평등은 그가 실질적으로 가지고 있는 능력에 의거한 것이라 보기 어렵다. 그가 인간이라는 것 자체가 평등의 조건이 된다는 것이다. 혹자는 동물은 인간과 다른 종이기 때문에 우리는 그들의 권리를 심각히 생각할 필요가 없다고 한다. 그러나 그러한 차이는 인간 내부에서도 존재한다. 

문제는 이성적 사고 능력이 있느냐, 인간과 같은 종이냐에 있지 않고, 그 존재가 고통을 느낄 수 있는 능력이 있는가 하는 것에 있다는 것이다. 싱어는 이러한 유정함의 정도에 따라, 그 종에 대한 배려와 관심을 달리하는 것이 이성적이라고 말한다. 어느 존재의 고통이든 우리는 그것을 묵살해서는 안 된다. 인간 동료의 느끼는 고통을 인식하는 사람은, 동물이 느끼는 고통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인간과 동물이 동등한 권리를 갖는다는 말은 아니다. 다만 동물도 그들 나름의 이익 관심을 갖는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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