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더운 시간 12시, 그들이 거리로 나온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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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더운 시간 12시, 그들이 거리로 나온 이유
  • 한현구 기자
  • 승인 2021.06.03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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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 기후위기 비상행동, 지난 2일 ‘수요 기후행동’ 일환으로 종로 5가서 피켓팅
기독교 기후위기 비상행동이 지난 2일 수요 기후행동의 일환으로 연동교회 앞 사거리에서 피켓팅을 펼쳤다.
기독교 기후위기 비상행동이 지난 2일 수요 기후행동의 일환으로 연동교회 앞 사거리에서 피켓팅을 펼쳤다.

지난 2, 간만에 태양이 고개를 내민 날이었다. 구름 한 점 찾을 수 없는 하늘 아래 온도계는 30도까지 치솟았다. 그늘조차 햇볕의 기세에 눌린 오후 12, 투박한 박스를 든 이들이 연동교회 앞 사거리에 모습을 드러냈다. 주인공은 올해 초 출범한 기후위기 기독교 비상행동회원들이다.

비상행동은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알리고 대응을 촉구하기 위해 지난달 12일부터 수요 기후행동에 나섰다. 이날 박스 피켓팅도 수요 기후 행동의 일환으로 진행됐다.

이들은 모여 구호를 외치는 대신 사거리의 꼭짓점에 조용히 자리를 잡았다. 목청을 높이기보단 각자 손수 기록한 피켓을 치켜들고 침묵으로 소리쳤다. ‘기후위기를 받아들이는 것이 기도요 신앙입니다점심 식사를 위해 거리로 쏟아진 시민들의 시선이 쏠렸다.

피켓팅에 함께한 기독교사회선교연대회의 이현아 생태정의위원장.
피켓팅에 함께한 기독교사회선교연대회의 이현아 생태정의위원장.

 

연동교회가 위치한 종로5가는 한국기독교회관,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 등이 몰린 한국교회의 중심가다. 비상행동이 피켓팅 장소를 이곳으로 선정한 것도 한국교회 연합기관과 주요 교단에 분명한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서다.

기후행동에 참여한 유미호 센터장(기독교환경교육센터 살림)한국교회가 기후위기의 심각성에 대해 피부로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기후위기는 유행처럼 잠깐 주목받는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앞으로 몇 년간 전력을 쏟아야 변화를 기대할 수 있다면서 크리스천은 우리가 나기 전부터 창조세계를 지키고 돌보라는 사명을 받은 사람들이다. 교회가 지금보다 환경문제에 더 관심을 기울였으면 한다고 동참을 호소했다.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한 시위인 만큼 피켓도 남달랐다. 참가자들은 쓰다 남은 박스 뒷면에 손수 구호를 기록해 피켓으로 삼았다. 외관은 조촐할지 몰라도 안에 담긴 의미는 묵직했다. 기독교사회선교연대회의 이현아 생태정의위원장은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인식시키고 동참을 이끌고 싶어서 이 자리에 나왔다. 하나님이 지으신 세계를 지키기 위해 같이 행동하자는 절박한 마음을 피켓에 담았다고 설명했다.

피켓팅에 함께한 한국교회환경연구소 장동현 책임연구원.
피켓팅에 함께한 한국교회환경연구소 장동현 책임연구원.

 

아버지의 이름으로 거리에 나선 이들도 있다. 비상행동 문형욱 집행위원은 제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을 생각하면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파괴된 환경에서 살아갈 어려움을 우리 자녀들이 안고 살아야 한다는 것이 안타깝다면서 신앙인이 창조세계를 돌봐야 하는데 왜곡된 신앙으로 오히려 파괴하는데 일조해왔다. 지금이라도 교회가 바로잡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참가자들은 보다 적극적인 교회의 역할을 주문했다. 한국교회환경연구소 장동현 책임연구원은 크리스천 한 개인이 쓰레기를 덜 버리고 에너지를 아끼는 것도 물론 중요하고 의미 있다. 하지만 기후위기로 기울어가는 저울을 되돌리려면 정부와 기업 차원의 행동이 필요하다면서 한국교회 연합기관과 교단이 기후위기를 막기 위해 목소리를 내고 정부와 기업을 압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도들의 기도도 요청했다. 유미호 센터장은 교회가 가장 잘 할 수 있고, 가장 해야만 하는, 그리고 가장 효과적인 집단행동은 마음이 담긴 기도라면서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지하고 창조세계, 그리고 다음세대를 위해 교회와 가정에서 기도해주셨으면 한다고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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