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기독교인임이 부끄러운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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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기독교인임이 부끄러운 시간
  • 손동준 기자
  • 승인 2021.06.01 14: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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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사이 이런 마음이 든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 얼마 전 석가탄신일에 조계사 앞에서 찬송가를 부르며 “오직 예수”를 외쳤던 자칭 기독교인들에 대한 뉴스를 보는데 얼굴이 화끈거렸다. 이날 조계사 앞에 간 사람들이 우리 곁에 가까운 기독교인 가운데 한 명일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이런 행동은 초등학교 저학년 때나 하던 유치한 짓 아닌가 싶지만, 근 10년 사이 벌어진 비슷한 사건들이 머릿속을 스친다. 이번 일을 “일부 극단적 세력이 벌인 해프닝”으로 치부하기엔 너무 궁색해져버렸다. 이 또한 우리의 자화상임을 이제는 인정할 때가 된 것 같다.

그런가하면 지난 주말에는 경기도 양주시의 한 고기 집을 찾은 모녀가 “옆 자리에 다른 손님이 붙어 앉아 불쾌했다”며 업주에게 폭언을 퍼부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결국 매스컴을 장식하기에 이르렀다. 욕설과 비하, 협박이 담긴 적나라한 녹취록과 함께 모녀의 신상이 공개됐는데 두 사람 중 엄마가 목사라는 사실이 기자에게는 또 한 번의 부끄러움을 선사했다.

곳곳에서 질타가 이어졌다. “목사가 왜 저래”하는 반응이 그동안의 레퍼토리였다면, 이제는 “목사가 목사했다”, “역시 그 종교” 등의 댓글이 주를 이뤘다. 슬픈 일이다. 이제는 ‘목사’나 ‘기독교’에 대한 도덕적·윤리적 기대감이 높지 않다는 것이 확연히 느껴진다. 종교의 품격과 동시에 목사의 품격이 땅에 떨어져버렸다. 누구의 잘못도 아니다. 기독교인의 일원으로서 품격을 지켜왔는가를 돌이켜보면 기자 또한 낙제점을 면할 수 없을 것이다.

우리는 다시 쓰러진 우리의 명예를 회복해야 한다. 이것은 우리가 사회적인 인정을 받기 위함이 아니라, 응당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보여주신 본을 따르는 일이다. 그분은 노하기를 더디 하시며, 인자와 진실이 풍성하신 분이시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리스도를 닮도록 부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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