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당 전통이 가르쳐 주는 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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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당 전통이 가르쳐 주는 지혜
  • 조성돈 교수
  • 승인 2021.06.01 13: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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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한 교회를 방문했다. 교회당의 크기가 상당히 큰 교회였다. 담임목사가 이야기하는데, 교인들이 지혜롭단다. 방역지침에 따라서 좌석의 20%만 참석해야 하는데, 별다른 대책이 없었는데 알아서 딱 20%만 나오더란다. 그가 말한 ‘지혜’는 알고 보면 좀 자조 섞인 이야기였다. 그러면서 이야기가 이어지는데 현재 나오는 사람들의 숫자가 전에 나오던 교인들의 20% 정도라는 것이다. 사람들이 번갈아 가면서 나오니 20%는 넘을 것이란다. 그래도 영상으로 참여하는 사람들까지 하면 50% 정도는 생각할 수 있단다. 코로나19가 나타나기 전과 비교해 볼 때 아직 우리 교인으로 생각해 볼 수 있는 인원이 약 50% 정도 될 것 같다는 말이다.

상당히 충격적이다. 교인이 절반으로 줄어들었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그런데 문제는 별 다른 대책을 세울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전 같으면 이런 상황이면 ‘총동원전도주일’을 하던지, ‘총력전도’라고 소리라도 칠 텐데 그럴 수가 없다. 교인들에게 교회 열심히 나오라고 권고도 하고, 야단이라도 쳐야 하는데 그럴 방법도 없고, 그런다고 나올 수 있는 형편도 아니다.

그런데 더 큰 문제가 있다. 교회당으로 오고 있는 성도들을 보면 어르신들뿐이다. 젊은 사람들은 직장 핑계이고, 아이들 핑계이다. 그래서 설교하러 올라가면 정말 노인대학에 설교하러 온 기분이 들 정도이다. 지금 많은 교역자들은 코로나가 지나가기만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백신 접종이 잘 진행되어서 집단면역이 가능해지고, 전염이 잦아들면 이제 교회당으로 모여서 예배드릴 수 있는 날을 기다릴 것이다. 그때가 되면 교인들을 다그쳐서라도 교회당으로 모이라고 하고, 온라인을 핑계 대지 못하도록 생중계마저 끊어버릴 생각일 것이다. 그런데 정말 그렇게 될까?

약 2천 6백년 전 이스라엘에서는 요즘과 비슷한 상황을 맞은 적이 있다. 성전을 중심으로 하여 모두가 신앙을 만들어가던 이스라엘이 성전을 잃어버렸다. 하나님의 백성 이스라엘이 멸망하고, 예루살렘이 점령당했다. 그들 신앙의 중심이었던 성전 역시 모두 훼파되고 말았다. 그리고 그 백성들이 포로로 잡혀갔다. 점령국 바벨론으로 끌려갔던 백성들은 그 땅에서 새로운 길을 찾았다. 바로 회당을 만들어 낸 것이다. 성전이 없어도, 제사장이 없어도 이들은 자신들의 신앙을 지키기 위해 말씀을 붙잡고 회당을 세워갔다. 유대 남성 10명만 모이면 이들은 회당을 만들었다. 건물이 없어도, 제사장이 없어도, 레위지파의 영적 지도자가 없어도 그들은 말씀을 중심으로 모였다. 그래서 그들은 회당에 모이면 누구든 말씀 두루마리를 꺼내어 사람들 앞에서 읽었다. 그리고 말씀을 해석했다. 신학훈련을 받거나, 그 혈통이 제사장 가문이 아니어도 상관 없었다.

덕분에 이들은 포로기 70년을 버텼다. 점령국 바벨론에서, 그리고 세계 최강 페르시아에서 이들은 하나님의 백성 이스라엘로 살아남을 수 있었다. 이들이 예루살렘으로 돌아왔을 때 제일 먼저 한 것은 성전을 재건하는 일이었다. 이들은 포로기 동안 사모했던 예루살렘 성전을 다시 세웠다. 그러나 이전의 이스라엘은 아니었다. 이들은 성전과 함께 회당을 유지했다. 제사장과 함께 서기관 에스라의 말씀에 귀를 기울였다. 이스라엘 신앙의 형태가 달라진 것이다. 아니 달라진 것이 아니라 발전했다.

하나님은 무너진 바로 그곳에서부터 일을 시작하셨다. 그리고 새로운 이스라엘, 새로운 하나님의 백성을 만드셨다. 팬데믹의 영향은 이제 우리에게 새로운 경험 가운데 교회의 새로운 모습을 요청하고 있다. 성전으로의 복귀가 아니라 회당으로의 거듭남이 가르쳐 주는 지혜를 깨달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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