균열(龜裂), 어떻게?
상태바
균열(龜裂), 어떻게?
  • 강석찬 목사
  • 승인 2021.05.11 17:4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강석찬 목사/예따람공동체

언제 코로나바이러스 질병(疾病)에서 자유롭게 될까? 언제 마스크를 벗고 다닐 수 있을까? 언제 주일 예배를 드릴 수 있을까? 누구도 답하지 못한다. 그냥 집단면역력이 형성될 때를 기다릴 뿐이다. 하나님의 개입으로 어느 날 갑자기 코로나바이러스가 종식되는 그날을 기다린다. 사람의 눈에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 정말 무섭고 무섭다.

그런데 이 나라와 사회, 교회, 가정에는 코로나바이러스보다 훨씬 더 무서운 바이러스가 활동하고 있다. 우리의 의식 속에 존재하는 것이다. 인간이 만들어 내는 집단의식인데, 질병을 일으키는 바이러스보다 훨씬 더 치명적이다. 이것은 ism(主義)이라는 바이러스다. 이 바이러스는 세상의 질서, 제도, 문화, 종교, 정치, 사회, 경제, 예술, 역사, 학문 등 사사건건(事事件件) 영향을 미치지 않는 분야가 없다. 긍정적인 면도 있긴 하지만, 부정적인 영향을 일으키기 시작하면, 삶을 지켜온 가치관이 순식간에 혼돈으로 빠져들게 된다. 이것이 작용하는 곳에는 균열(龜裂)이 생긴다. 분열(分裂)한다. 하루아침에 좋던 관계를 망가뜨리고 등을 돌리게 한다. 내 편, 네 편으로 편 가르기를 한다. 이것에 감염되면 고칠 백신이 없다. 율법이 문제일까? 아니다. 율법주의가 문제다. 물질이 문제일까? 아니다. 물질지상주의가 문제다. 법이 문제일까? 아니다. 법을 악용하는 이념이 문제다. 늘 주의(主義)가 문제를 일으켰다. 하나님의 창조질서를 방해하고 파괴하여 혼돈의 세상을 만들려는 악의 도구가 ism이다. 그래서 ism은 코로나바이러스보다 더 무섭다.

예를 들어본다. 1980년대 초, 포스트 모더니즘(Post Modernism)이 온 세계의 모든 영역에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 포스트 모더니즘은, 지금까지의 모든 규칙, 권위, 규율, 통제 등에 대해 근본적인 회의를 제기하면서, “왜, 꼭 그래야 하나? 다르면 안 되나?” 질문하며, 모더니즘(Modernism)에 반(反)하는 사상으로 출발하여, 기존 질서, 사상, 관습 등을 거부하며 해체를 추구했다. 포스트 모더니즘은 기존의 사고방식과 행동을 비판하며 계급투쟁이나 페미니즘과 소수자 인권운동에 스며들어 목소리를 높여 올바른 것이 어떤 것인지 혼란스럽게 한다.

고려대 명예교수인 최장집 교수는 ‘한국 민주주의의 진단과 전망’이라는 주제로 강연하며 “한국 민주주의를 떠받친 것은 진보, 보수 이념을 대표하는 정당 간 경쟁이다. 하지만 촛불 시위로 진보와 보수 그 균형이 붕괴됐다. 한국 민주주의의 위기는 촛불 시위로부터 시작됐다”라고 주장했다. 이 나라에 만연하게 된 진보, 보수 이념 갈등의 극대화로 빚어지는 양극화 균열의 발화점이라고 본 것이다. 민주화운동이 포퓰리즘(populism)이 되는 현상을 경고하였다. 귀 기울여 들어야 할 강연이다.

이런 때, 그리스도의 몸(엡 4:12)인 교회는 어떻게 해야 할까? 위험한 외줄 타기를 해야 할까? ‘낙타와 여행자’ 이솝우화, 모래바람과 추위를 피하라고 낙타의 코를 천막 안에 넣는 것을 허락하여 얼굴, 몸통까지 들어와 결국 주인은 천막 밖으로 내쫓기는 것처럼, ism을 교회 안에 끌어들여 교회를 정치판으로 만들어야 할까?

우리는 그리스도의 몸인 교회를 올곧게 세워야 한다. 바울은 이 일을 위해 “마귀에게 틈을 주지 말라”(엡 4:27)고 했다. 가정과 교회, 사회와 나라를 균열(龜裂)시키려는 마귀에게 기회를 주지 않아야 한다. 정말 정신 차려 복음(福音)으로 하나님의 뜻을 지킬 때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