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함을 깨달을 때, 구원의 빛 되시는 주님께 인도받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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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함을 깨달을 때, 구원의 빛 되시는 주님께 인도받아
  • 유선명 교수
  • 승인 2021.05.04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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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선명 교수의 전도서이야기 (17) “깊고 깊도다 누가 능히 통달하랴”(전 7:24)

전도서는 상충하는 듯한 두 가지 교훈을 연달아 던져주어 독자가 깊이 생각하게 만드는 화법을 종종 씁니다. 

7장 16절의 “지나치게 의인이 되지도 말고 지나치게 지혜자가 되지도 말라 어찌하여 스스로 패망하게 하겠느냐”는 충고를 “원칙주의자 도덕군자로 살다간 망한다. 그러니 적당히 걸리지 말고 살라”라는 뜻으로 생각한 사람이 있다면, 바로 이어지는 17절에서 정신을 차려야 할 것입니다: “지나치게 악인이 되지도 말며 지나치게 우매한 자도 되지 말라 어찌하여 기한 전에 죽으려고 하느냐.” 우리 말 번역에 ‘지나치게’라는 말이 이미 적정선을 넘었다는 판단을 전제하다보니 본래의 긴장감이 약해졌습니다. 조금 풀어 번역하면 “대단한 위인 현자가 되지 마라. 미끄러질 일만 남는다. 큰 악당 큰 바보도 되지 마라. 제 명에 못 죽는다” 정도가 됩니다. 이것은 기계적 중립을 지키라든가 약간의 타락은 피할 수 없다는 식의 ‘적당주의’를 권하는 교훈이 아니라, 인간의 모습에서 두 대척점을 선명하게 보여주어 배움의 길에 있는 우리 자신의 자리를 가늠해보고 새로운 결심을 하라는 권고입니다.

하나님의 거룩하심을 대면한 사람은 “화로다 나여 망하게 되었도다”라는 이사야의 탄식을 이해합니다(사 6:5). 목수의 지시를 따랐다가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많은 고기를 잡게 된 어부 베드로는, 자신이 마주친 것이 스승 예수의 유능함이 아니라 주 그리스도의 신성인 것을 깨달았습니다. “주여 나를 떠나소서 나는 죄인이로소이다”라는 고백이 그 결과입니다(눅 5:8). 정의를 추구하는 사람은 자신의 불의함에 부끄러워할 수밖에 없습니다. 죄 없으신 그리스도를 대신 벌하시고 죄인들의 죄를 간과하신 하나님의 새로운 의로움에(롬 3:21~26) 감격했던 바울이 자신의 죄를 보면서는 “오호라 나는 곤고한 사람이로다 이 사망의 몸에서 누가 나를 건져내랴”라고 탄식할 수밖에 없었습니다(롬 7:24).

전도자가 ‘지나친 의인, 지나친 지혜자’를 경계한 것도 이 맥락에서 이해가 됩니다. 우리가 의로움과 지혜를 과도하게 가질 수 있어서가 아니라, 의와 지혜를 추구하는 사람은 필연적으로 무너짐(‘패망’, 개역개정 17절)을 겪기 때문입니다. 지혜를 추구하는 이가 자신의 어리석음에 낙담하는 것은 전도자 자신의 경험이기도 했습니다: “내가 지혜자가 되리라 하였으나 (지혜가) 나를 멀리 하였도다(7:23).” 지혜자가 되려 해 보니 지혜는 더욱 멀어지더라! 그래서 전도자는 탄식합니다. “지혜의 심오함은 상상한 그 이상이로구나. 누가 이것을 익힐 수 있단 말인가(24절).”

반복되는 자연현상의 규칙성에 지루함을 토로하던 자리에서(1:8) 자신의 무지함을 고백하는 자리로 온 전도자의 고백은, 과학의 눈부신 발전을 경험한 우리도 새겨보아야 합니다. 자신의 업적에 도취한 인간은 우주는 하나님 없이 작동하는 기계라 믿었고 과학이 더 발전하면 우주의 지극히 작은 입자 하나하나의 운동과 운명을 다 알게 되어 지식이 완성되고 우주에는 신비가 남아있지 않을 것이라고 자만했습니다.

그러나 과학이 발전하면 할수록 자연은 더 많은 신비를 드러내고, 단순하다고 생각했던 사물과 현상 배후에 놀라운 복잡계가 있음을 인간에게 가르쳐주고 있습니다. 그러니 공부의 유익은 풀지 못했던 문제의 답을 찾는 일이 아니라 자신이 모르는 줄도 몰랐던 것이 그리도 많다는 것을 알게 되는, ‘무지함의 발견’에 있는 셈입니다. 이처럼 자신의 무지함을 깨닫는 것은 해롭지 않습니다. 그곳에서 비로소 깊은 것으로의 여정이 시작되기 때문입니다. “누가 능히 통달하랴(전 7:24)”와 “누가 나를 건져내랴(롬 7:24)”의 어두움에 자신을 맡긴 사람만이, 참 지혜와 구원이 되시는 그분께로 인도하는 빛을 만날 수 있습니다.

백석대 교수·구약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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