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인이라는 소수 민족과 ‘손’으로 복음을 잇다
상태바
농인이라는 소수 민족과 ‘손’으로 복음을 잇다
  • 손동준 기자
  • 승인 2021.05.03 23:5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당신이 주인공입니다 ⑨ 수화 통역 봉사자

농인 가족 위해 수화 배우듯 “교회도”

영락농인교회 이영경 사모(왼쪽)가 수화 통역을 하고 있다.
영락농인교회 이영경 사모(왼쪽)가 수화 통역을 하고 있다.

‘수화 통역’하면 어떤 모습이 떠오르는가. 청인(들을 수 있는 사람, 농아인의 반대말)의 말을 받아 농(아)인에게 수화로 전해주는 모습만 생각한다면, 반쪽만 아는 것이다. 더 나아가, 스스로 ‘정상인’ 프레임에 갇혀 있는 것은 아닌지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올해로 창립 75주년을 맞은 영락농인교회(담임:김용익 목사)에서는 자칭 ‘정상’이라 하는 ‘청인’들이 소통에 있어선 ‘장애인’이 되곤 한다. 수화를 모른다면 도통 소통이 어렵기 때문에 역전현상이 일어나는 것이다. 이 교회에서 수화 통역을 맡고 있는 이영경 사모는 “농인은 수화라는 언어를 사용하고, 소리가 들리지 않는 세계에 사는 소수민족”이라며 “우리교회에는 농인의 건청인 가족들도 함께 다니기에 두 민족의 소통을 위해 수화 통역사가 꼭 필요하다”고 소개했다. 

반대로 청인 강사가 외부에서 오면 설교자의 말을 수화로 통역하는 일도 맡는다. 어느 쪽이든 통역사는 반드시 필요하다. 이 사모의 역할은 예배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일상 속에서 농인들이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대소사에 함께 참여한다. 가령 농인 부모가 자녀들을 혼인 시킬 때 상견례 자리에서 통역을 하기도 하고, 농인 성도가 아파서 병원에 가는 응급 상황에도 동행한다. 그리고 매주 주일이면 빠지지 않는 중요한 통역이 있는데, 이를 위해 각지에 흩어져 사는 농인 성도들이 교회에 오자마자 이 사모를 찾는다. 바로 고향의 부모님께 안부전화를 걸기 위해서다. 

이 모든 일들이 재능기부로 이뤄진다. 이 사모는 “듣고 보고 말하는 모든 것을 거저 받은 것처럼, 농인들도 아무런 잘못 없이 듣지 못하게 태어났다”며 “값없이 그들의 귀와 입이 되어주는 것은 너무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 사모는 대학시절 장애인 사역 동아리에 가입했다가 수화 통역의 길에 들어섰다. 수화에 재미를 붙이면서, 농아인 교회를 찾아 봉사를 했고, 농인인 당시 교회 전도사와 사랑에 빠져 연애결혼을 했다. 지금은 청인인 두 자녀까지 네 가족이 단란하게 살아가고 있다. 두 딸 모두 수화에 능통해 가족 간 소통에 전혀 장벽이 없다. 이 사모는 “가족 중에 농인이 있으면 당연히 수화를 배우는 것처럼 교회에서도 농인 성도들을 위해 수화를 배우는 문화가 확대되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이 사모는 “농인 사역자들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신학교에는 젊은 농인들이 전무한 실정”이라며 “농인들에게는 한글이 외국어처럼 어렵기에 신학 공부에 장애가 되기도 한다. 많은 교회들이 현지인 선교사를 길러내듯이 관심을 가지고 농인 사역자 양성에 나서주면 좋겠다. 농인 사역은 국내에서 진행되는 엄연한 선교”라고 힘주어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