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 선교사 코로나로 잇단 사망… 의료 대응책 마련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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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 선교사 코로나로 잇단 사망… 의료 대응책 마련 시급
  • 이인창·한현구 기자 
  • 승인 2021.04.27 0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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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례교 해외선교회·명성교회 등 ‘에어 앰뷸란스’로 선교사 이송
골든타임 중요 … “파송 전 보험 가입하고 이송비용 적립해야”
KWMA, 선교현장에 ‘의료용 산소발생기’ 후원 캠페인 검토 중

최근 해외 거주 선교사들의 코로나 확진과 사망 소식이 이어져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지난 3월 남아시아 P국에서 사역하던 예장 통합 소속 이준재 선교사가 국내 도착 후 사흘 만에 세상을 떠났고, 한 대형교회가 파송한 인도 선교사 역시 코로나 확진 후 현지에서 사망한 소식이 전해지면서 해외 거주 선교사들을 위한 의료지원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본지는 해외 선교사의 코로나 확진 후 국내 이송과 보다 신속한 의료지원 방안에 대해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보았다. 복음 전파를 위해 목숨까지 내놓고 사역하는 선교사들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의료대책을 서둘러 모색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에어 앰뷸런스’ 긴급 이송 
작년 10월 기독교한국침례회 해외선교회는 중앙아시아 A국에서 30년 동안 사역하다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은 오요셉 선교사와 최안나 선교사 부부를 국내 병원으로 이송하기로 결정했다. 확진 후 위급해진 선교사 부부는 응급의료 시스템을 갖춘 ‘에어 앰뷸런스’로 이송됐다. 선교회는 평소 적립해두었던 위기관리기금에서 약 1억5천만원에 달하는 이송비용을 기꺼이 사용했다. 선교사 부부는 한국 도착 후 격리 치료를 받아 현재 건강을 회복했다.

예장 통합총회와 명성교회 파송으로 남아시아 P국에서 사역하던 이준재 선교사는 지난 3월 30일 코로나19에 확진됐다. 21년 동안 가족과 함께 사역한 이 선교사는 코로나 양성 판정 후 상태가 급격히 악화됐다. 감염 직후 산소포화도가 크게 떨어졌고 산소를 구하지 못해 긴급하게 국내에 산소발생기를 보내달라고 요청했지만, 의료장비를 보내는 것이 쉽지 않았다. 결국 명성교회 선교위원회는 약 1억6천만원을 들여 에어 앰뷸런스를 보내 환자를 긴급 후송했다. 안타깝게도 이 선교사는 귀국 후 3일 만인 지난 14일, 국립중앙의료원에서 하나님의 품에 안겼다. 

에어 앰뷸런스는 응급의학 전문의와 응급 의료시설을 갖춘 하늘을 나는 병원이다. 코로나 직후 1년 간 17명의 선교사를 이송했고, 현재 4명의 선교사가 국내 치료를 위해 탑승을 대기 중이다. 

에어 앰뷸런스 이송은 막대한 비용이 요구된다. 오직 한 명만을 위해 비행기를 운항하기 때문이다. 침례교 선교부를 비롯한 일부 대형교회는 비용보다 선교사들의 생명을 구하는 것이 우선이라며 에어 앰뷸런스를 이용했다. 이준재 선교사를 이송했던 명성교회 관계자는 “선교사님의 생명을 살리는 것에 최우선 목적을 두고 선교위원회와 당회가 즉각 결정했다”며 “현지 응급치료가 늦어 안타깝게 선교사님을 떠나보냈지만 우리는 그의 사역을 기억할 것이다. 앞으로 현지 사역은 사모님께서 이어가실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코로나 의료 대응지침 세워야
의료 선진국들과 달리 아프리카와 남미, 아시아 등 일부 국가에서는 의료용 산소가 심각히 부족한 상황이다. 현재 인도의 경우 코로나19 하루 확진자가 30만 명을 넘어서고 있고, 대도시에서도 산소 여유분이 동나 사망자가 속출하고 있다. 여전히 현지에 남아 사역하고 있는 선교사들의 안전에도 큰 위협이 되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지난해 갑작스럽게 코로나19가 닥치면서 한국교회 주요 교단과 선교단체들은 코로나19 대응 매뉴얼과 위기관리지침을 마련해 만약의 상황에 대비해왔다. 위험도가 큰 지역에서는 상당수 선교사들은 파송 교단과 선교단체 지시에 따라 철수했지만, 여전히 다수 선교사들이 현지 사역을 계속하고 있다. 

문제는 코로나19에 대한 대응지침이 위기단계별로 구성되어 있지만, 주로 국가 상황별 대응조치, 선교지 방역, 철수계획, 정보공유 등에 초점을 두고 있다는 점이다. 정작 선교사가 코로나19에 감염되었을 경우 의료 관련 긴급 대응이 전혀 없다. 구체적인 이송 방안은 물론, 기초적인 의료장비와 의약품도 구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이에 대해 한 교단 선교부서 실무자는 “국가마다 환경이 다르고 의료에 지식이 없다보니 구체적인 대응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쉽지 않다”고 지원의 한계를 언급했다. 

일단 가장 좋은 방법은 치료가 수월한 국내 병원으로 이송하는 일이다. 골든타임을 확보를 위해 긴급을 요하는 상황에서 당장 출입국 절차부터 용이하다. 플라잉 닥터 코리아 백명식 본부장은 “에어 앰뷸런스는 비행기를 이용하기 때문에 비용이 요구되는 부담이 있다. 다만 미리 확보된 네트워크를 이용해 현지 병원 협조를 얻을 수 있고, 응급치료 상태에서 가장 빠르게 국내로 올 수 있는 것이 큰 장점”이라며 “지금까지 코로나 확진 후 세계 여러 나라에서 비행기로 환자를 이송했다”고 설명했다. 

산소발생기 보내는 방안도 검토
의료시스템이 갖춰진 에어 앰뷸런스 이용은 최선의 방법이지만 누구나 쉽게 결정할 수는 없다. 교단에서 응급 상황에 대비해 비용을 비축해 놓았거나 큰 교회처럼 재정을 신속히 투자할 수 있는 경우가 아니면 비용을 감당하기 어렵다.

한국위기관리재단 김진대 사무총장은 “선교사 케어에 1차 책무가 있는 파송단체에서 위기관리 자금을 미리 준비하는 것이 좋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파송 교회나 교단이 모금으로 비용을 마련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기저질환 여부와 연령, 증상의 정도에 따라 현지 의료진의 자문을 받고 에어 앰뷸런스 이송 여부와 시기를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 사태에서 교훈을 얻어 선교사들이 파송 전에 에어 앰뷸런스 보험에 가입한 후 떠나는 것도 고려할 만한 방편이다.

김 사무총장은 “보험에 가입할 경우 보험사에서 이송 관련 절차를 모두 진행해준다. 특히 의료 환경이 열악한 곳에서는 제대로 된 치료가 어렵기 때문에 미리 보험을 드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한국세계선교협의회 KWMA는 해외 선교사들에게 의료용 산소발생기를 선제적으로 보내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KWMA 관계자는 “산소발생기가 부족해 치료를 하지 못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한국교회, 회원단체와 연계해 선교지에 가정에서 사용할 수 있는 의료용 산소발생기를 보내기 위한 모금 캠페인을 기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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