율동에 경지가 있다면 당신은 무림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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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동에 경지가 있다면 당신은 무림고수
  • 손동준 기자
  • 승인 2021.04.26 21: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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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주인공입니다⓼다윗처럼 뛰노는 율동 사역자

지역교회 담임이지만 부캐는 춤추는목사님

 

김신근 목사의 율동은 동작도 동작이지만, 표정이 일품이다. 그의 율동을 따라하다 보면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웃음보가 터진다.
김신근 목사의 율동은 동작도 동작이지만, 표정이 일품이다. 그의 율동을 따라하다 보면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웃음보가 터진다.

자연체. 무술에서 준비 자세를 취하지 않아도 어떤 초식으로든 이어질 수 있는 경지의 고수에게서나 나타나는 모습을 일컫는다. 요즘은 많이 사라졌지만 교회에서도 이런 자연체를 구사하는 이들이 있다.

율동의 경력이 풍부한 집사님들은 준비 동작인 허리 손만 해도 이미 예사롭지가 않다. 그런데 이런 높은 경지의 허리 손을 구사하는 담임 목사가 있다. 서울시 중랑구에 위치한 해성교회에서는 이따금씩 담임인 김신근 목사의 율동을 목격할 수 있다. 50대 남자, 그것도 겉으로만 봐서는 남성미가 철철 넘치는 외모의 소유자에게서 나오는 율동은 국내 어디에서도 경쟁자를 찾기 어려운 깊은 내공이 담겨 있다.

이렇게 표현하면 그의 율동이 중후한 무게감을 풍기는 것으로 오해할 수 있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 중년 남성의 표정이 이렇게 다양하고 천진난만할 수 있다는 사실에 처음 본 이들은 충격을 받을 수도 있다. 동작은 단순하면서도 유쾌한 특징이 살아 있어서, 어린 아이에서 어른까지 깔깔대며 웃게 만드는 힘이 있다.

버젓한 지역 교회 담임이기도 하지만 알고 보면 이 바닥에선 그를 모르면 간첩이다. 예장 합동 총회 찬양울동연구회 회장을 지냈고 지금은 찬양율동지도자학교 부이사장이자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보기 드문 남성 찬양율동사역자다. ‘율동하면 여성의 영역이라는 선입견이 있지만, 그는 일찌감치 이 사역에 뛰어들어 수많은 작품을 남겼다. 유튜브에 김신근 목사를 검색하면, 그의 설교뿐 아니라 그가 창작한 다양한 율동 영상을 확인할 수 있다.

그가 처음 사역을 시작했을 때만 해도 교회 사역에서 율동은 빼놓을 수 없는 필수요소였다. 강습회를 열면 전국에서 주일학교 교사들이 구름처럼 몰려와 동작을 따라하며 익혔다. 비디오촬영도 흔치 않던 시절이라, 하나라도 놓치지 않으려고 그림까지 그려 가는 이들도 있었다.

언제라도 클릭 몇 번이면 율동을 배울 수 있는 시대가 됐지만, 정작 율동의 영향력은 예전만 못하다. 빠르고 자극적인 교회 밖의 문화에 아이들이 길들여지고, 교회는 이를 따라가기 바쁘다. 율동의 트랜드도 과거엔 앉아서 할 수 있는 정적인 손 유희가 많았다면, 갈수록 역동적인 율동이 각광을 받는다. 김 목사는 예전에는 한 곡을 일 년 내내 했다면, 이제는 매번 새로운 찬양과 율동이 나온다활발한 창작 활동은 칭찬할만 하지만 생명력은 사라지는 것 같아 아쉽다고 씁쓸함을 전했다.

그럼에도 각종 어린이집회와 청소년집회 현장에서 김 목사는 율동의 여전한 힘을 체험하고 있다.

남들이 보면 귀엽다고 합니다. 일단 목사고, 50대 남자가 하니까 희소성도 있는 것 같습니다. 아이들은 특이하게 보죠. 처음엔 이상하다하다가도 재밌다’, ‘좋다로 바뀝니다. 제 지론이 안 할 것 같은 사람이 해야 아이들이 더 좋아하고 즐거워한다는 겁니다. 웃으며 찬양하고 율동을 하다보면 마음 문이 활짝 열리고, 이후에는 말씀에 대한 반응도 더 좋습니다.”

김 목사는 올해 초 암 진단을 받았다. 신장암 3기였다. 수술을 하고 현재는 회복중이다. 큰 일을 겪으면서 하나님 앞에 사명을 재점검하는 계기도 됐다. 김 목사의 노모는 담임 목사가 채신이 있지, 율동은 그만 하라며 은근히 말리지만, 김 목사는 건강을 회복해서 앞으로 60대가 되고 70대가 되도, 아이들 앞에서 춤추고 설교하는 목회자로 남고 싶다고 말한다.

아이들 앞에 서 있을 때, 율동을 할 때 말할 수 없는 기쁨을 느낍니다. 단순한 손동작이 아니라 그 속에 그리스도의 사랑을 보여주고 싶다는 마음 때문인지 표정에도 기쁨이 그대로 드러나는 것 같아요. 다윗이 그랬던 것처럼 주변 사람이 뭐라 해도 본인이 행복하니까 그런 춤이 나오는 거겠죠? 그게 바로 진정성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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