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악과의 눈’을 경계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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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악과의 눈’을 경계하라
  • 이병주 변호사
  • 승인 2021.04.20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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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주 변호사 / 기독법률가회 대표

2021년 4월 7일 진행된 서울시장, 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는 보궐선거의 원인제공 경위 및 최근의 부동산 위기 등의 영향으로 민주당 후보가 크게 패배를 하고 보수정당이 승리하는 정치적 흐름의 변화가 있었습니다. 민주적인 선거제도를 통한 공화제 헌법 하에서는 당연히 보수와 진보, 다양한 정파 간에 선거에서의 승패가 교차되는 일이 당연하다는 것을 다시 보여주는 일이라고 할 것입니다.

정치를 바라보는 ‘기독교인의 눈’ 가운데 ‘선악과의 눈’이 있습니다. ‘선악과의 눈’으로 바라보는 기독교인의 정치는 분쟁적이고 공격적입니다. 일반적으로도, 정치적인 보수주의자에게는 보수주의가 선이고 진보주의가 악이며, 정치적인 진보주의자에게는 진보주의가 선이고 보수주의가 악으로 보입니다. 여기에 기독교인의 신앙이 더해져서 하나님이 보수주의와 진보주의 중 한 쪽만 지지하고 다른 쪽은 반대하시는 것으로 보게 되면, 기독교인의 신앙적 정치관은 더욱 험악해집니다. 절반의 기독교인들은 하나님의 이름으로 진보주의를 박멸하자고 기도하고, 다른 절반의 기독교인들은 하나님의 이름으로 보수주의를 배척하는 기도를 합니다. 이런 식으로 하늘에 계신 우리 하나님 아버지를 땅의 사람들이 둘로 나누어 가지려고 하면(열왕기상 3:25), 하나님은 고통스럽고 괴로워지십니다.

‘선악을 판단하는 나무의 과실을 먹지 말라‘는 하나님의 명령(창세기 2:17)은 의미심장합니다. 사람은 하나님처럼 세상을 심판하려고 들지 말라는 것입니다. 이것은 첫째, 사람에게는 하나님처럼 세상을 심판할 능력이 없기 때문이고, 둘째, 사람이 하나님처럼 세상을 심판하려고 들면 세상과 사람이 모두 치명적 위험에 빠지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은 선악과가 먹음직하고 보암직하고 자랑스러워서(창세기 3:6), 한 번 먹고 두 번 먹고 자꾸만 먹고 싶어 합니다. 선악과의 열매는 죽음과 고통입니다(창세기 2:17, 3:16-19).

개인적 선악과는 다른 사람을 판단하고 정죄하는 개인적 교만과 위선의 죄를 낳습니다. 정치적 선악과는 다른 집단을 심판하고 제거하고 싶은 집단적 폭력성의 죄를 낳습니다. 기독교인들이 ‘선악과의 눈’으로 정치를 바라보게 되면, 나와 이익과 생각이 같은 ‘우리’들만 정치적으로 선한 자, 심판하는 자의 자리에 세우고, 나와 이익과 생각이 다른 ‘그들’은 정치적으로 악한 자로 심판대에 세워 배척하고 제거하려는 폭력성과 증오의 예언자적 열정에 휩싸이게 됩니다. 결국 기독교인들에게 ‘선악과의 눈’은 정치적 대립의 장에서 나와 정견이 다른 이웃과 공존하고 존중하려는 태도를 버리고 내 옆의 정치적 이웃을 원수로 생각하고 배척하는 ‘반(反) 이웃사랑’의 길로 나아가게 합니다.

민주주의의 ‘선거제도’는, 사회 내부의 집단적/계층적 자기사랑의 충돌과 적대감이 총탄(bullet)으로 상대방을 죽이는 폭력적인 전쟁으로 나가지 않고, 투표지(ballot)로 상대방을 일정 기간만 제압하는 ‘평화적인 전쟁’에서 멈추게 하는 정치적 제도입니다. 선거에 졌을 때에는 매우 분하지만, 절망하지 않고 4-5년 뒤에 바꿀 수 있다는 가능성이 있으니 참고 기다리는 것이 가능해집니다.

그러므로 ‘전쟁은 전쟁이되 (욕만 죽어라고 하고) 사람을 직접 죽이지는 않는 평화적인 전쟁(Peaceful War)’을 발명해 낸 민주주의의 선거제도는 ‘사람을 죽이지 말라’는 제6계명의 적극적 실천이며, 우리가 예수님의 명령대로 ‘(정치적) 원수를 사랑하는 것’까지는 못하더라도 ‘(정치적) 원수를 덜 미워하고 견디며 함께 살아가는 것’ 까지는 가능하게 만들어 주는 이중계명의 미덕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점 하나만으로도 정치적 민주주의는 산상수훈의 팔복(八福) 중 하나인 이 세상을 ‘화평케 하는 자(Peacemaker)’ 로서, 기독교 신앙의 열렬한 박수와 지지를 받을 충분한 자격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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