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림, 주님의 따르는 신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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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림, 주님의 따르는 신앙
  • 유미호 센터장
  • 승인 2021.04.20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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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미호 센터장/기독교환경교육센터 살림

봄을 맞아 ‘살림’이라는 말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 본다. 살림은 한 집안을 이루어 살아가는 일 또는 그 형편을 말한다. 어원을 살피면 동사 ‘살다’가 타동사로 ‘살리다’가 된 것인데, 이 ‘살리다’의 명사형이 ‘살림’이다. 그래서 살림은 ‘죽임’의 반대말이 된다.

요즘 코로나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났다. 그러다 보니 살림살이가 자꾸 눈에 띈다. 삶의 분주함이 불려놓은 살림살이들이 눈에 자꾸 거슬린다. ‘살림’을 하는데 적절한 규모가 넘어서 있기 때문이다.

삶을 위한 살림살이는 어느 정도가 적절한 걸까? 풍요가 재난이 되는 시대, 더 많은 것을 생산하여 소유하기보다 가지고 있는 것을 잘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살림살이를 잘 들여다보고, 덜어낼 곳은 덜어내고 보태야 할 곳은 더 보태는 회복을 이루어가는 건 어떨까?

우리가 따르는 주님은 가는 곳마다 살리는 일을 행하셨다. 몸은 물론 마음이 병든 이들, 아니 죽은 이들까지도 살려내는 일을 행하셨다. 그가 죽어가는 수많은 이들을 살려낸 역사 이야기가 복음서이다. 물론 자신은 죽음을 향해 가시지만, 결국 그 죽음조차도 부활로 바꾸시는 분이 주님이시다. 살림은 그 분의 삶 그 자체였다.

그러고 보면, 주님을 믿는다는 것은 살리는 것, 살림을 하는 것이지 싶다. 코로나와 그보다 더 큰 재앙으로 다가오고 있는 기후위기 앞에서 절망하고 있는 이들을 안타까운 마음으로 바라보며, 간절히 마음으로 다시 살려내는 것이야말로 오늘을 사는 그리스도인들의 신앙이지 싶다.

만약 내 욕심이 컸거나 자신이 살아내야 할 바를 잘 몰라 살림살이를 잘 하지 못한다면 그 자체로 남을 죽일 수도 있다. 지금 당장은 잘 산 것 같지만, 결국 부메랑 되어 자신을 죽일 수 있다는 것은 이미 상식이다.

봄을 맞아 만물이 소생하고 있으니, 다시 한 번 올 한해 나만의 ‘풍요’가 아니라 모두의 ‘살림’을 위해 살겠노라 다짐해본다. 가장 먼저는 ‘받은 복을 풍성히 누리는 지혜’를 구한다. ‘도둑질하고 죽이고 멸망시키는 것이 아니라, 생명을 얻게 하고 더 풍성히 얻게 해주신(요10:10)’ 주님을 기억해내고, 먹을거리는 물론 에너지와 물을 주신 대로 누리는 삶을 살게 될 것이다.

둘째는 나에게 허락된 범위 안에서 살며 ‘생명들과 최대한 연결’되기를 구한다. ‘생육하고 번성하는 복(창1:22,28)’은 나와 사람만이 아니라 모든 생명에게 허락된 것이요, ‘함께 살도록 지음받은 존재(창1:31)’임을 알게 하시어, ‘살고 살리는’ 일을 하는 이들 간에 서로 지지하고 응원하며, 나도 살고 남도 살리는 일에 헌신하게 될 것이다.

셋째는 내 안에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삶의 방식을 ‘선택할 수 있는 힘’이 생기기를 구한다. 비록 힘겨울지라도 ‘살림’의 삶을 반복하기만 한다면, ‘살림’의 반대인 ‘죽임’이 아닌 ‘생명과 복’을 선택할 수 있는(신30:19)’ 힘과 용기를 얻게 될 것이다.

넷째는 하나님이 ‘참 좋다’(창1:31) 하셨던 순간의 기쁨에 함께 머물 수 있기를 간절히 구한다. 수시로 ‘계절(자연)에 말 걸기’를 시도하되, 한 생명도 소외됨 없이 서로의 기운에 화합하며 통할 수 있기를 구한다면, ‘천하보다 귀한’ 한 생명의 몸과 마음, 깨어지고 무뎌진 ‘하나님의 형상’이 다시금 되살아나는 기쁨을 누리게 될 것이다.

다섯째는 기후위기로부터 우리를 구할 적절한 삶, ‘먹고 마시며 입을 것을 걱정하지 않는’ 자유로운 삶을 구한다. 덜 만들고 덜 주고 덜 가지고 덜 쓰고 덜 먹고 덜 버리면, 하나님께서 친히 ‘일용할 양식(마6:11)’을 공급해주심을 느끼며 감사의 기도를 날마다 드리게 될 것이다.

우리 모두가 하나님이 우리에게 허락하신 대로 ‘살림살이’를 잘 살아냄으로, 나도 살고 남도 살리는 기쁨, 즉 기후위기 넘어 행복하고 지속가한 세상을 회복시켜낼 수 수 있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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