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스크린 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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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스크린 타임
  • 손동준 기자
  • 승인 2021.04.19 21: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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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 어플을 지웠다. 기자가 사용하는 아이폰에는 스크린 타임이라는 기능이 있는데 하루에 얼마나 핸드폰을 사용했는지, 어떤 어플을 오래 사용했는지 안내해주는 친절한 위젯이다.

지난주 기자의 평균 스크린 타임은 3시간 42. 가장 오래 머문 어플은 카카오톡으로 53분을 사용했다. 이어 주식거래 어플이 50분으로 2등이다. 평소 그렇게 많이 들어간다고 생각했던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을 합쳐도 주식 어플보다 적다.

얼마나 오랜 시간 주식에 몰두해왔는지 실감이 났다. 지난해 말 크리스마스가 지나고 이틀인가 지났을 때, 내년 크리스마스에는 가족에게 좋은 선물을 주고 싶다는 마음에 남들 다 한다는 주식에 발을 담갔다. 아주 소액으로 시작했지만 오르는 재미가 쏠쏠했다. 초반에는 누가 봐도 우량한 종목으로만 골라 담았다. ‘가치 투자로 장시간 버티면 무조건 승산이 있으리라는 판단에 매수만 했다. 그러나 금세 장은 횡보했고, ‘가치 투자만으로는 승산도 흥미가 덜하다는 판단이 섰다.

2주 전부터 슬그머니 단타를 시작했다. 워낙 장이 좋다보니 벌이가 좋았다. 호가창을 주의 깊게 살피며 조금이라도 싸게사서 오르면 팔았다. 터치 몇 번으로 치킨 한 마리 값 정도 벌어들이는 날도 많았다. 그러나 수익 실현을 위해서는 주식 어플을 하루 종일 보고 있어야 한다는 맹점이 있었다. 그 결과가 50분에 이르는 스크린 타임이다.

중독이라는 것이 대단한 게 아니다. 지금이라도 어플을 지우고 단타를 멈춘 것은 잘 한 일이다. 더 큰 문제는 신앙이다. 올해 연중기획으로 십계명에 대해 다루고 있다. 1계명에서 하나님보다혹은 하나님만큼무언가를 사랑하는 것이 우상이라고 적었던 게 불과 몇 주 전이다. 그런데 내 스크린 타임은 내 신앙의 성적표를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뭐든지 적당히가 중요하다. 내 삶의 스크린 타임은 어떤 모양일지, 냉정하게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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