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건축 확산시키려면 제도적 뒷받침 이뤄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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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건축 확산시키려면 제도적 뒷받침 이뤄져야”
  • 한현구 기자
  • 승인 2021.04.19 19: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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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녹색건축물’ 인증 받은 평동교회
기존 교회부지 재개발되며 과감히 ‘녹색건축물’ 선택
비용 만만찮은데 혜택은 미미, “제도 개선 필요하다”

막연하게만 느껴졌던 기후위기가 덜컥 다가왔다. 향후 10년 사이 기후 난민이 수억 명에 육박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현실이 된 기후위기는 이제 우리에게 변화를 강제하고 있다. 정부 정책에서부터 경제 분야, 사소한 우리의 일상에 이르기까지 변하지 않으면 미래를 장담할 수 없는 시기가 온 것이다.

변화는 건축의 영역도 피해가지 못한다. 서울시는 2013년부터 서울시 녹색건축물 설계기준을 공포하고 일정 기준을 통과한 건물에 녹색건축 인증을 부여하고 있다. 마음만 먹으면 교회도 받을 수 있다. 지난 2016년 교회를 건축하고 녹색건축물 인증을 받아 녹색교회에도 선정된 평동교회(담임:김종윤 목사)가 그 예다.

어떻게 하면 교회가 녹색건축물 인증을 받을 수 있을까. 녹색건축물 인증에 도전할만한 가치는 있는 걸까. 지난 1일 평동교회에서 김종윤 목사를 만나 녹색건축 이야기를 들어봤다.

평동교회 김종윤 목사.
평동교회 김종윤 목사.

설계부터 시공까지 총체적 평가

평동교회의 건축에 대한 고민은 교회가 원래 위치해있던 곳이 재개발 지역으로 지정되며 시작됐다. 불가피한 사정으로 새 예배당을 건축하게 됐지만 상황에 밀려 그냥 건물만 짓고 싶지는 않았다. 김종윤 목사와 평동교회 성도들은 예배당 건축에 교회의 정체성과 가치를 담고 싶었다. 녹색건축 인증에 도전한 것도 그래서였다.

녹색건축물이 되기 위한 길은 생각보다 멀고 험난하다. 녹색건축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녹색건축인증, 건축물에너지효율등급, 제로에너지건축물인증을 모두 통과해야 한다. 흔히 녹색건축이라고 하면 끽해야 태양광 발전소 설치 정도를 떠올리지만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설계부터 시공 전반에 걸쳐 건축 자재 선정, 건물에 사용되는 제품, 건물이 소비하는 에너지 효율 등급 등을 총체적으로 평가해 점수를 매기고 일정 점수를 넘어서면 인증이 부여되는 식이다. 햇빛발전소 설치 여부는 물론 조명과 창문, 심지어 화장실에서 손을 씻고 말리는 에어드라이어를 친환경 제품을 사용했느냐, 그렇지 않았느냐 까지도 점수에 영향을 미친다.

녹색건축을 선택하면 아무래도 일반 건축에 비해 비용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건축자재와 건물에 사용하는 제품 모두 친환경 인증을 받은 쪽이 더 비싸기 때문. 인증을 받기 위해 사설연구소에서 심사를 받는데 소요되는 비용도 상상 이상이다. 평동교회의 경우 연구소에서 교회 건물이 녹색건축 인증을 받기에 적합한지 심사를 받는 비용만 약 5천만 원을 들여야 했다.

허술한 제도 보완돼야

비용 증가가 만만치 않다보니 녹색건축에 부정적 입장을 내비치는 교인들도 있기 마련. 건축 이후 약 5년의 시간을 보낸 김종윤 목사에게 녹색건축물 인증을 선택한 것에 후회는 없는지 물었다. 사실 후회는 없다는 대답을 기대했지만 현실은 달랐다. 인증 제도의 맹점과 현실적 문제 때문이었다.

우선 교회의 경우 녹색건축물 인증에 대한 혜택을 제대로 받을 수 없다는 점이 문제다. 녹색건축물 인증을 받게 되면 건물에 대한 취득세, 재산세 감면 혜택을 인센티브로 받게 된다. 하지만 종교시설인 교회의 경우 해당 세금과 큰 관련이 없다.

비단 교회만의 문제는 아니다. 서울연구원 안전환경연구실의 조사에 따르면 2009년부터 2019년까지 민간분야 녹색건축인증을 받은 2,760건 중 인센티브를 받은 경우는 232건으로 8.4%에 불과하다. 적지 않은 추가 비용을 들여 녹색건축물 인증을 선택할 메리트가 사실상 없는 셈이다.

김종윤 목사는 녹색건축을 받기 위해서는 비용도 많이 들고 절차도 복잡하다. 교회 입장에서야 창조세계를 지키려는 신앙적 이유로 손해를 감수할 가능성도 있다지만, 이런 식으로 제도적 뒷받침이 허술하면 일반적인 건축주들이 녹색건축 인증을 선택하려 할 지 의문이 든다고 지적했다.

건축 자재, 건물에서 사용하는 제품들은 그나마 사용자들이 건축 이후에도 체감할 수 있는 영역이다. 하지만 연구소에서 받는 심사비용의 경우 향후 건축물 사용과는 일절 관련이 없다. 5천만 원에 달하는 심사비용이 부담으로 느껴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인증에 통과하면 심사비용을 일부 지원해준다고는 하지만 인증 단계에 따라 차등 지급돼 실제 혜택은 미미한 수준이다.

김 목사는 사실 기후환경을 생각하는 건물을 짓되 인증을 받지는 않아도 된다. 차라리 인증을 받지 않고 심사비용 5천만 원 등 인증으로 인한 추가비용을 다른 곳에 사용했더라면 오히려 더 환경을 지키는 건강한 교회건물이 되지는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면서 다시 5년 전으로 돌아가도 녹색건축 인증을 선택할지 묻는다면 자신 있게 대답하긴 힘들다고 털어놨다.

그는 또 현행 제도대로라면 교회가 녹색건축 인증을 받기 위해서는 특별한 의지와 결단이 있지 않고서는 쉽지 않다면서 보다 많은 교회가 녹색건축으로 기후위기 극복과 창조세계 보전에 동참하도록 독려하기 위해 제도적 개선이 이뤄졌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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