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해 하지 않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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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해 하지 않기
  • 이찬용 목사
  • 승인 2021.04.13 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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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찬용 목사의 행복한 목회이야기(150)
부천성만교회 이찬용 담임목사.
부천성만교회 이찬용 담임목사.

우리 교회 성도 부부가 가을에 설악산 한계령 고갯길을 지나고 있었습니다. 단풍 구경을 간 건 아니었고 일이 있어 가는 길, 아내가 운전하고 있었고요. 남편은요? 옆에서 자고 있었대요~

아내는 예쁜 단풍을 감탄하며 연신 속으로 ‘참~! 예쁘다, 곱다!’를 대뇌이고 있다가 옆에서 무심히 자고 있는 남편을 보며 했던 말, “당신이 다른 여자랑 같이 가고 그 여자가 운전했어봐라, 잘 생각이나 했겠어?” 했다죠~

언젠가 지방에 초상이 나서 우리 교회 대형버스로 좁은 1차선 도로를 갈 때였습니다. 앞에 가는 자가용에 두 명이 탄 게 보였는데요. 바쁜 우리들의 심정을 아는지 한없이 너그러운 마음으로 아주 천천히~ 천천히~ 가며, 뒤에 가는 우리들을 가슴 답답하게 만들 때였습니다.
운전하고 있던 우리 장로님이, “목사님~ 저렇게 천천히 가고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불륜이고요. 쌩하고 빠르게 지나가는 부부는 진짜 부부라네요” 해서 한바탕 웃은 적이 있습니다.

결혼 30여 년이 지난 후 코로나 덕분에 처음으로 지난주 우리 부부가 제주도를 다녀왔습니다. 늘 집회, 세미나, 촬영 등의 일정으로 국내외를 다녔지 ‘이렇게 단 둘만의 시간으로 어딜 가는 건 거의 없었구나’ 하는 마음이 들더군요. 제주도를 가며 제 스스로 ‘이번 여정에서 아내에게 절대로 불편한 모습을 하나도 보이지 않기’를 다짐했습니다.
“네 ~ 그렇게 해요~”, “그럼요~”, “그거 먹지요~”, “괜찮아요~”

이런 말들은 사실 부부 사이에는 그냥 평범하게 사용되는 용어지만, 목사가 되었어도 아내와 단 둘이 있던 시간보다 성도들과 다른 일행들과 함께 있던 시간이 많았던 제게는 적어도 결심해야 지킬 수 있는 일들이었다니까요.

동행했던 아내는 이런 제가 안쓰러웠는지, 제가 마음을 먹은 줄 모르고, “목사님도 참~! 여유로워지셨어요~ 세월이 가기도 했고, 체력도 예전만 못하고~” 하며 저를 측은한 모습으로 쳐다보기도 한 적 있고요.

온 가족을 저당 잡고 시작한 개척교회 목사에게 ‘여유’라는 단어는 단어로서 존재할 뿐, 제대로 느껴보기는 힘들었습니다.

매달 내야 하는 월세와 싸우고, 부흥되지 않는 교회의 모습, 때로는 성도들의 모임이 예전 숫자에 비해 줄어든다고 생각될 때의 조급한 마음이 드는 건 어쩌지 못하는 상황이었으니까요.

‘여유’라는 단어는 어쩌면 그 시기에는 ‘사치’였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그 시간들이 반복되어 여기까지 왔고요. 

‘불편해하지 않기’. 가까운 가족에게, 성도들에게, 내 곁에 가까이 있는 누군가에게 여유로운 모습으로, 따뜻한 마음과 눈으로 그를 ‘지켜봐 주기. 이것들을 함 해볼까 생각해 보는데요. 사실 전투적으로 살아왔던 제가 잘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이번 여정을 통해 까짓것 하면 할 수 있겠다는 마음도 드는 중입니다. 이러다 너무 여리디 여린 목회자가 되는 건 아닌지 몰라요~ ㅋ

부천 성만교회 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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