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에 대한 인식에서부터 ‘삶의 가치와 고민’ 시작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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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에 대한 인식에서부터 ‘삶의 가치와 고민’ 시작돼”
  • 정하라 기자
  • 승인 2021.04.12 2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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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당복지재단, 삶과죽음을생각하는회 창립 30주년 특별대담 열어

더 나은 삶 추구하기 위해 ‘죽음’ 대면해야
죽음 앞에 자기 존재의 객관화 할 수 있어

“어떻게 살 것인지가 분명해야 어떻게 죽을 것인가가 분명해지고, 어떻게 죽을 것인가가 분명할 때 어떻게 살 것인가도 분명해지는 것 같습니다.”

‘웰다잉 문화’를 통해 우리 사회의 죽음의 문화를 선도해가고 있는 각당복지재단(이사장:라제건)이 ‘삶과 죽음을 생각하는 회’의 창립 30주년을 맞아 기념식 및 공개 강연회를 열었다.

지난 9일 각당복지재단 강당에서 열린 기념식에서 라제건 이사장은 “‘죽음’이라는 단어가 금기시되고 기피의 대상이었던 1991년에 시작된 죽음 교육이 이제는 30년을 맞이했다”며, “이 기간 동안 죽음을 주제로 한 많은 사회적 논의와 연구, 실천적 프로그램들이 생겨나는 등 죽음교육은 많은 발전을 이룩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삶과 죽음을 생각하는 회에서는 지난 세월의 발자취를 돌이켜보고자 기념식과 함께 이번 행사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특히 이날 기념식에서는 ‘죽음의 철학과 웰다잉 문화’를 주제로 각당복지재단 라제건 이사장과 최진석 교수(혜명원)와의 특별대담이 진행돼 눈길을 끌었다. 코로나 상황으로 영상으로 진행된 대담에서 라제건 이사장은 최진석 교수에게 “1여 년 전 각당복지재단 회지 인터뷰에서 죽음을 이야기해야 하는 이유가 죽음 자체뿐 아니라 ‘삶’ 때문이라고 하셨다. 이에 대해 조금 더 구체적으로 해달라”며 화두를 던졌다.

각당복지재단 ‘삶과 죽음을 생각하는 회’ 창립 30주년 기념식에서는 ‘죽음의 철학과 웰다잉 문화’를 주제로 각당복지재단 라제건 이사장과 최진석 교수(혜명원)와의 특별대담이 영상으로 진행됐다.
각당복지재단 ‘삶과 죽음을 생각하는 회’ 창립 30주년 기념식에서는 ‘죽음의 철학과 웰다잉 문화’를 주제로 각당복지재단 라제건 이사장과 최진석 교수(혜명원)와의 특별대담이 영상으로 진행됐다.

죽음 인식, 삶에 대한 각성 시작

최 교수는 “자신에 대한 질문과 궁금증, 호기심은 자신에 대한 사랑이 있어야 가능하다. 이를 있게 해주는 어떤 장치가 ‘죽음에 대한 인식’이라고 본다”며, “간절하지 않은 사람은 일을 할 수가 없다. 간절해야만 자기 재력과 시간, 정력을 아낌없이 쓸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죽음을 의식하면 자기가 자기에게 매우 분명해진다. 자기가 분명해지면서 삶에 대한 각성을 시작할 수 있는 것 같다”면서 “죽음을 인식할 때 자기가 도드라지게 드러나며, 죽음을 인식하지 않고서는 분명한 자기를 만나기가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라 이사장은 “우리나라는 자살률이 매우 높고, 그중에서도 청소년 자살 문제가 심각한 상황”이라며, “역설적으로 보면, ‘자살’에 대한 고민이 많다는 것은 거기에서부터 ‘삶에 대한 가치와 인식’을 유도하기 쉽다는 이야기가 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최 교수는 “자살하는 청소년에게는 삶과 죽음에 대한 각성이 차라리 시작되지 않았기에 오히려 더 문제가 심각한 것 같다”고 밝히며, “죽음을 의식하면 시간의 유한성을 알게 되고, 우리가 죽는다는 사실을 받아들인다면 행복해야만 한다는 의식을 갖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렇기에 그는 “자살하는 사람들을 도와주고 줄이기 위해서는 오히려 죽음을 철저히 인식시켜 주어야 한다”면서, “그래서 자기 존재를 객관화시켜서 바라볼 수 있게 하고, 삶에 더 철저하게 가는 길로 들어서게 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것”이라고 전했다.

특히 그는 ‘죽음’에 대한 고민과 담론이 가장 높은 단계의 인식이라는 것을 강조했다. 즉, 인간은 죽음에 대한 인식을 통해 인간의 유한함을 알게 되고, 이러한 유한함은 무한함을 동경하게 만들며 완벽함에 대한 질문을 던지게 된다는 것. 그러한 학문의 대표적인 예가 철학이다.

최 교수는 “우리가 죽음의 문제를 대면하지 않고 충분히 공론화하지 않은 것은 우리의 사유가 그렇게 높은 단계까지 가지 않았던 삶의 조건과도 관계가 있다”며 “우리가 죽음의 문제를 그동안 애써 외면하거나 다루지 않은 느낌이 있다면, 이제는 우리가 조금 더 나은 삶을 추구하기 위해 ‘죽음’의 문제를 대면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러한 점에서 각당복지재단이 ‘삶과죽음연구소’를 진행하며 ‘죽음’에 대한 담론을 펼치는 것이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것.

모든 존재의 생명은 ‘유한’

라 이사장은 “각당복지재단이 30년 동안 죽음에 대해 연구하는 동안 사회에서도 죽음을 연구하는 곳이 늘어났다. 하지만 죽음에 대한 담론이 죽음 자체와 장례에 집중되는 것에 대한 아쉬움이 있다”며 ‘죽음’에 대한 담론에 많은 사람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을 물었다.

최 교수는 “죽음에 대한 쉬운 접근방법을 찾는 것보다 불편함을 감당하는 능력을 키워주는 것이 더 필요하다고 본다”며, “이 세상에 모든 존재는 결국 소멸하고 모든 존재는 다 죽음이 있고, 모든 존재의 생명은 유한하다는 것을 인식하는 것, 이것은 불편하더라도 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인간이 진짜 죽음을 두려워하게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죽음에 대한 두려움 이면에는 결국 ‘혼자’라는 데 있다는 진단이다. 라 이사장은 “죽음에 대한 두려움은 혼자 갈 수밖에 없어서 오는 두려움도 상당히 클 것”이라며 “삶 속에서 내가 주체적이고 결국은 나는 혼자이고, 내가 책임져야 하고, 이 부분이 훈련되면 죽음도 혼자 맞이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도 조금 줄게 될 것이라고 본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최 교수는 “우리가 죽음에 대해 인식하고 자각하면서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효과는 자기가 자기에게 분명해진다는 것”이라며, “내가 왜 사는지, 나는 무엇을 원하는지, 나는 어떻게 살다 가고 싶은지, 자기가 자기로 존재할 때 반드시 일어나야 하는 질문들이 죽음을 인식하면 쉽게 일어난다”고 밝혔다. 죽음을 인식하지 않은 사람은 평생 이러한 질문 없이 살다 갈 수 있다. 하지만 죽음을 인식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이러한 질문에 맞닥뜨리게 된다는 것.

이러한 의미에서 “죽음 교육은 창의성 교육”이라고 진단한 그는 “죽음 교육은 어떤 인간을 자유롭게 살게 하는 교육이자 독립적이고 주체적으로 살게 하는 교육이라고 본다”며 “인간은 죽음을 인식할 때 자기가 자기로 존재할 수 있는 계기를 맞이한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최 교수는 “죽음을 준비하는 자들은 자기 삶을 진실하게 수행하는 여정에 들 것”이라며, “심리적으로 마음은 편하지 않을 수 있지만, ‘죽음’을 인식하고 임박했다고 느끼는 사람은 보다 진실한 삶을 살아가게 되며, 삶을 향한 ‘간절함’을 갖게 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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