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인, 잔인성과 우상숭배 성향 가진 격투기 참관 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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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도인, 잔인성과 우상숭배 성향 가진 격투기 참관 반대
  • 이상규 교수
  • 승인 2021.04.06 14: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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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규 교수의 초기 기독교 산책 - 초기 기독교와 오락(3)

격투기에 대해 초기 기독교회는 어떻게 가르쳤을까? 한마디로 말해서 기독교는 이런 경기를 금기시했고 그리스도인은 이런 경기를 관람하는 것 자체가 불의하다고 판단했다. 검투 경기는 폭력이었고 살상이었고 비인간적인 행위였다. 기독교인들은 이런 경기의 도덕성을 지지하거나 옹호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검투사라는 용어 글라디에토르(gladiator)는 칼을 의미하는 라틴어 글라디우스(gladius)에서 유래했는데, 이런 칼은 폭력과 살상의 무기였다.

기독교인들은 검투경기를 합법화된 살인으로 간주하였으므로 이런 오락을 공개적으로 비난했다. 대표적인 인물이 테르툴리아누스였다. 그는 그리스도인들의 몇 가지 덕목을 제시했는데, 그리스도인은 군인이 될 수 없고, 공무원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그것은 군인이나 공무원은 국가제도인 황제 숭배를 피할 수 없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우상숭배를 피하기 위해 직업 선택에 있어서의 제한을 둔 것이다. 그리고 그는 그리스도인들은 격투기를 보아서는 안 되고 연극을 관람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가 격투기 참관을 반대한 것은 첫째는 잔인성 때문이었고, 둘째는 우상숭배와 관련된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우선 생각해 보아야 할 점은 어떻게 그 시대 사람들은 잔인한 살상의 경기를 오락으로 여겼을까? 이 점을 일본의 고대사학자 모토무라 료지(本村凌二)는 두 가지로 설명하고 있다. 첫째, 로마라는 나라는 전사(戰士)의 나라였다는 점을 들고 있다. 살인경기에서는 때로 눈을 가리고 싶은 잔혹한 광경이 벌어지지만 일부러라도 그런 것을 관람함으로서 전장(戰場)에서 피를 두려워하지 않고 죽음에 직면해서도 흔들림 없는 강인한 정신을 기를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둘째, 인식의 차이라는 것이다. 스페인에서 투우를 보면 소가 창에 찔려 피투성이가 되어 죽어가고, 말이 끄는 마차에 끌려가는 모습을 보면 우리에게는 소름 끼치는 일이고 잔인한 동물학대라고 생각하지만 스페인 사람에게는 인기 있는 오락이다. 그래서 투우는 오랜 기간 지속되어 온 것이다. 오늘에도 그들은 고가의 입장료를 내고 관람하지만 우리에게는 즐거운 일이 못된다. 마찬가지로 지금 우리는 검투경기를 잔혹한 살상이라고 여기지만, 로마인들은 우리와 다른 인식을 했다는 것이다. 당시 사람들은 ‘노예는 인간으로 여기지 않는’ 감각이 밑바탕에 깔려 있었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인간과 인간이 피 흘리면서 싸우는 장면을 즐겁게 관람하고 즐겼다는 것이다.

그런데 기독교인들은 그 시대와 근본적으로 다른 인식을 하고 있었다. 노예도 우리와 동등한 가치를 지닌 인간이라는 확신이었다. 따라서 그들도 보호 받아야 하는 존재였다. 이런 인간관이 당시의 살인적 오락을 거부한 배경이 된다. 테르툴리아누스가 격투경기를 반대한 또 한 가지 이유는 우상 숭배의 문제였다. 당시 모든 검투사의 격투가 신들에게 바쳐졌고, 신들의 이름으로 하는 행위였기 때문이다. 결국 검투경기는 종교적 의미가 있다고 본 것이다. 테르툴리아누스는 우상에게 바쳐진 음식은 먹지 않았음을 기독교인들에게 상기시켜 주면서, 이런 여흥으로부터 자신의 눈과 귀를 지켜야 한다고 본 것이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이런 우상숭배는 몸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의 정신과 영혼 깊숙히 스며든다. 하나님은 우리의 몸 이상으로 정신과 영혼의 순결을 요구하시는 분이다.”

당시 모든 시민들, 곧 이교도들이 이런 경기를 즐겼다고 말하는 것은 옳지 않다. 키케로 같은 이는 살인경기에 흥분하는 민중의 모습에 혐오감을 가졌던 인물이었다. 기독교인들 가운데서도 이런 경기를 관람하는 이들이 없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다가 4세기 기독교가 제국의 종교가 되면서 검투사들의 살인적 경기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백석대 석좌교수·역사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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