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젊은이들 죽어갑니다 … 기도를 부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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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젊은이들 죽어갑니다 … 기도를 부탁합니다”
  • 손동준 기자
  • 승인 2021.04.05 18: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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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과 삶- 한국서 민주화 상황 알리는 데이비드 브랑 탄 신부

성공회대학에서 민중신학으로 박사과정 중

"비슷한 역사 가진 한국처럼 미얀마 성장하길"

고국 교회가 침묵 깨고 예언자되길희망

 

한국의 성공회대학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데이비드 브랑 탄 신부. 데이비드 신부는 한국교회의 관심과 기도를 요청하는 한편 ‘미얀마의 민주화’와 시위대의 승리를 기원하는 ‘세 손가락’ 사인을 내보였다. 이 세 손가락 사인은 자유·선거·민주주의 혹은 프랑스 혁명의 자유·평등·박애를 의미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의 성공회대학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데이비드 브랑 탄 신부. 데이비드 신부는 한국교회의 관심과 기도를 요청하는 한편 ‘미얀마의 민주화’와 시위대의 승리를 기원하는 ‘세 손가락’ 사인을 내보였다. 이 세 손가락 사인은 자유·선거·민주주의 혹은 프랑스 혁명의 자유·평등·박애를 의미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얀마성공회 소속의 데이비드 브랑 탄(David W.G Brang Htan) 신부. 2년 전부터 한국 성공회대학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올해로 마흔 살인 그는 8년 전에도 한국에서 신학석사를 받았고, 2014년 사제서품을 받았다. 

그는 ‘사회를 변화시키는 교회의 역할’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한국말로 표현하자면 ‘사회선교’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원래는 4월 말에 시험을 보고 잠시 귀국할 예정이었지만 ‘미얀마 사태’가 벌어지면서 발이 묶였다. 

한국에 남은 그는 한국교회와 교류하며 미얀마를 향한 관심을 환기시키고 있다. 지난 4일에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가 개최한 부활절 새벽 예배에서 ‘부활의 증인’이라는 순서를 맡아 미얀마의 현 상황을 소개하고 기도를 요청했다. 

“지금 미얀마에서는 불법적인 쿠데타로 어린이와 청소년, 아무 잘못도 없는 민간인들이 총에 맞아 죽어가고 있다”며 “이 시간에도 거리에서 목숨을 걸고 민주주의와 인권, 생명을 위해 투쟁하는 미얀마에 부활의 주님께서 빛을 비추어 달라”는 그의 기도가 참석자들의 마음을 뜨겁게 했다. 

 

젊은이들의 희생 안타까워

데이비드 신부의 아내와 아들이 살고 있는 미얀마 북부 카친주에도 군부 쿠데타에 맞서는 시민 불복종 운동은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한 수녀가 군경 앞에 무릎을 꿇고 총을 쏘지 말라고 애원하는 사진이 전 세계적으로 화제가 됐다. 그 사진이 찍힌 지역이 바로 카친주다. 

사태 이전에는 영상통화도 하면서 가족의 안부를 확인했지만, 최근에는 인터넷 전화로 목소리를 듣는 정도가 전부다. 군부가 모든 통신을 사찰하는 통에 아이피를 우회하다 보니 접속 상태도 좋지 않다. 그마저도 밤이 되면 끊어진다. 사랑하는 가족의 안전을 확인할 수 없는 밤이 그에게는 참 긴 요즘이다. 

가족에 대한 그리움도 그리움이지만, 그는 지금 이런 원초적인 마음을 내비치기도 황망한 기색이었다. 조국의 젊은이들이, 그리고 아무런 죄가 없는 어린이들이 잔혹한 군부의 폭력에 목숨을 잃고 있기 때문이다. 데이비드 신부를 만난 지난달 26일 기준 270여 명이던 민간인 사망자 수가 4월 5일 현재 500명을 넘어서고 있다. 

데이비드 신부는 지난 1962년 일어난 첫 번째 쿠데타, 1988년에 일어난 두 번째 쿠데타를 언급하면서 이번 쿠데타는 군부에 맞서는 시위대의 인적 구성 측면에서 다르다고 설명했다. 앞선 두 번의 쿠데타 때는 중년의 시위대가 거리로 나왔다면 지금은 10대 후반에서 20대, 많아도 30대인 젊은이들이 목숨을 걸고 나왔다는 것. 

그는 “희생당한 이들도 대부분 젊은이들”이라며 “지난 10년간의 민주주의의 경험이 젊은이들에게 자유의 가치를 알게 했다. 인터넷을 통해 세계를 보는 세대이기에 비정상을 비정상으로 볼 수 있는 눈도 생겼다”며 “아웅산 수지 정부가 들어선 후 세계 여러 나라로부터 온 사립학교를 설립할 수 있도록 허락한 점도 큰 영향을 끼쳤다”고 분석했다.

 

희망은 있다

데이비드 신부는 시위대 대부분이 젊은이들이라는 점에서 희망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조국의 미래와 자신들의 미래를 생각하면서 목숨을 걸고 거리고 나오는 청년들이 바로 미래 미얀마의 주역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자신들의 앞에서 경찰들이 큰 총을 쏘고 있는데도 물러서지 않았습니다. 미래를 위해 기꺼이 자신을 희생한 것이죠. 숭고한 희생입니다. 정치의 문제가 해결된다면 미얀마에는 밝은 미래가 보장돼 있다고 확신합니다. 1962년 첫 번째 쿠데타가 일어났을 때만 해도 미얀마는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부자 나라였습니다. 양곤대학은 동남아뿐 아니라 중국에서, 인도에서 유학을 올 정도의 명문이었죠. 그러나 쿠데타 이후 15년 만에 미얀마는 가장 부자 나라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가 됐습니다. 이번 시위에서 확인한 미얀마 젊은이들의 용기는 천연가스와 기름 등 풍부한 자연 환경과 더불어 도약의 밑거름이 될 것입니다.”

데이비드 신부가 미국이나 유럽 대신 한국을 선택해 유학 온 까닭도 민주화와 관련해 비슷한 역사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 최빈국이었던 나라가 산업화와 민주화를 거치며 경제와 문화 전반에서 세계적인 위상을 갖게 되기까지, 이 모든 과정이 데이비드 신부에게는 마냥 남의 일처럼 보이지 않는다. 

그는 “미얀마 성공회의 대주교님은 미국을 추천했고, 신학교 총장은 독일을 권했다”며 “한국이 미얀마와 같은 아시아 국가이기도 하고, 컨텍스트(Context, 맥락)가 유사하다는 점에서 훨씬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한국 교수님들의 신학적 깊이도 유럽이나 미국보다 깊다”고 말했다. 
데이비드 신부는 또 한국에 대한 찬사를 이어갔다. 

“한국의 가장 좋은 점은 사람들이 서로를 잘 챙겨주는 ‘정’입니다. 또 한 가지는 세계 어느 나라보다 좋은 치안이죠. 남녀노소 불문하고 밤이든 낮이든 거리를 활보할 수 있습니다. ‘한민족’이라는 생각에서 조금 벗어나 타문화에 대해 지금보다 조금만 더 관심을 가지면 세계적으로 더 좋은 나라가 될 것이라 확신합니다.”

 

교회를 위해 기도해주세요

잘 알려져 있다시피 미얀마는 ‘불교’를 국교로 채택하고 있다. 신분증에 종교를 기재하기도 하는데, 전체 인구 가운데 기독교인은 천주교를 포함해 7%가 채 안 된다. 교단 가운데에는 침례교의 비중이 가장 높다. 그가 소수인 기독교인 가운데서도 더 소수인 ‘성공회’에 속하게 된 까닭은 아버지로부터 성공회 신앙을 물려받은 까닭이다. 그의 아버지는 성공회에서 주교까지 하고 8년 전 은퇴했다.

 데이비드 신부는 어려서부터 신부가 되고 싶었다. 그런데 대학생이 됐을 무렵 경제적인 문제를 직면하게 됐고, 진로를 ‘여행 가이드’로 틀었다. 회사에 입사 원서를 넣고 합격까지 한 상황에서 그의 아버지가 물었다. “3일만 더 생각해 보라”는 말에 당장 교회로 향했다. 처절한 심정으로 기도했다. 

“하나님 저는 평화로운 삶을 원합니다. 제가 성공회 신부가 돼야 한다면 답을 주세요.”

기도하다 쓰러져 잠에 들었는데, 꿈 속에서 어렸을 적 교회를 청소하던 자신을 보게 됐다. 그런데 그 모습이 어찌나 평화롭게 보이던지 지금까지도 장면 장면이 잊히질 않았다. 그는 하나님의 교회를 청소하는 것이야말로 자신이 찾던 평화임을 깨달았고, 그때부터 신부가 되는 길로 접어들었다. 

데이비드 신부는 “미얀마에서 기독교는 소수이나 존경받는 집단으로서 힘을 가지고 있다”면서 “불복종시위 시국에서도 교회가 예언자적인 역할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의 눈에 지금의 미얀마 교회는 적극적인 행동에 나서지 않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는 것. 

군부 세력은 쿠데타 2주 후 교회를 비롯한 종교시설에 쌀을 대거 보냈는데, 많은 종교집단들이 쌀을 받았고 지금까지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몇몇 종교인들이 개인자격으로 시위에 나서고는 있지만, 종교인들에 대한 국민적 비난 수위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데이비드 신부는 “미얀마의 정치 문제에 대해 종교는 가장 큰 역할을 할 수 있다”며 “예언자적 목소리와 행동이 필요하다. 특히 교회들은 국제적인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민주화 운동 상황에서도 ‘세계적 지지’를 이끌어 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 한국교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미얀마 민주화 지지 움직임에 감사를 표했다.

“관심을 가져주셔서 감사합니다. 미얀마 성공회의 주교들께서도 꼭 감사를 전해달라고 하셨습니다. 앞으로도 한국교회가 미얀마의 평화를 위해 함께 연대하고 후원하고 지지하고 서로 기도해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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