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하나님 나라의 버스 운전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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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하나님 나라의 버스 운전사입니다"
  • 손동준 기자
  • 승인 2021.04.02 17: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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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주인공입니다 ⑤ 교회 이름 걸고 달리는 대표선수…차량 봉사자

30년 넘도록 반평생 '운전'…차량 봉사 하며 '신앙인'으로 

영안교회 차량 봉사자 강달창 집사. 강 집사는 30년 넘도록 '운전'을 업으로 삼아온 베테랑이다. 강 집사는 차량 봉사를 계기로 교회에 정착했다. 그는 남은 인생도 건강이 허락하는 한 차량 봉사를 계속하고 싶다고 말했다.
영안교회 차량 봉사자 강달창 집사. 강 집사는 30년 넘도록 '운전'을 업으로 삼아온 베테랑이다. 강 집사는 차량 봉사를 계기로 교회에 정착했다. 그는 남은 인생도 건강이 허락하는 한 차량 봉사를 계속하고 싶다고 말했다.

 30년을 넘도록 한결같이 운전석을 지켜온 남자. 평일엔 기능직 공무원으로 나라를 위해 운전대를 잡고, 주말이면 교회 버스에 교인들을 실어 날랐다. 어느새 머리엔 하얀 눈이 내렸고, 눈가엔 지난 세월을 말해주듯 주름이 패었다.

강달창 집사(영안교회)가 교회에 처음 발걸음을 한 건 아내의 권유 때문이었다. 아이가 태어나자 교인이던 그의 아내는 아이에게 세례를 주고 싶었다. “아이에게 세례를 주려면 아빠도 교회에 나와야 한다는 말에 낚시 광인 남편을 졸랐다. 토요일 저녁에 시작한 낚시는 보통 일요일 저녁까지 이어져야 한다는 것이 상식이던 남편은 아내의 성화를 못 이기고 아침에 자리를 털고 저녁예배에 참석했다.

처음 교회에 발을 내딛었던 그날, 무슨 말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목사님의 설교가 왠지 좋았다. 하루아침에 낚시를 포기하기는 쉽지 않았다. 그를 신앙인의 길로 접어들게 한 것은 뜻밖에도 운전이었다. 90년대 초였던 당시만 해도 대한민국은 완전한 마이카시대에 접어들지 않았을 때다. 보통 면허는 고사하고, 대형 면허를 가진 이를 찾기란 쉽지 않았다. 그 귀한 대형면허 소시자가 강 집사였다. 교회는 15인승 승합차를 그에게 부탁했다. 봉사를 시작하고부터 그와 교회의 거리도 점차 좁아졌다. 이후 세례도 받고 십일조도 하면서 예수쟁이가 됐다.

교회가 점차 부흥하면서 15인승 승합차는 35인승 미니버스로, 다시 45인승으로 커졌다. 강 집사는 교회 차의 축간거리가 길어지는 것을 보며 교회의 성장을 체감했다. 매주 새로운 얼굴이 그가 운전하는 버스를 타고 내렸다. 교회 역사의 산증인으로서 남모를 봉사의 기쁨을 누린 것.

직장에서도 운전을 했던 그는, 재직 중 단 한 차례도 인사 사고나, 대형 사고를 겪지 않았다. 강 집사는 이 또한 하나님의 은혜라고 했다. 교회 차량 봉사를 하며 마음을 단련한 것이 큰 효과를 발휘한 것 같다고 했다.

평소 성격이 급한 편인데, 교회 이름을 달고 운전을 하다 보니, 신호도 잘 지키고, 과속도 못하죠. 급한 상황에는 나도 모르게 욕 대신 주여소리가 나옵니다. 그러다보면 마음이 가라앉아요. 신앙생활을 안 했다면 급한 성격이 그대로 남아서 사고도 몇 번 쳤을 겁니다. 봉사를 통해 얻은 의외의 소득인 셈이죠.”

자가용 이용자가 많아지면서 교회 버스를 이용하는 교인들도 퍽 줄어들었다. 지금은 주로 어르신들이 교회차를 이용한다. 그는 그분들은 교회 버스가 없으면 교회에 못 오실 수도 있다어르신들의 신앙생활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될 수 있어 기쁘다고 고백했다.

최근에는 코로나로 인해 평균 20~30명이던 교회 버스 이용객이 10명 정도로 줄었다. 비대면 예배가 늘어난 탓도 있지만, 예배 회차가 늘어난 까닭도 있다. 예배 간 간격이 줄어들면서 버스 운행 간격도 빠듯해졌다. 갑작스러운 변화 때문에 본의 아니게 얼굴을 붉히는 일도 생기곤 한다. 그럼에도 강 집사는 특유의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더 친절하게 인사를 건넨다. 교인들이 예배의 자리에 가는 첫 길목인 교회 버스에서부터 상심하길 바라지 않기 때문이다.

강 집사는 직장에서도 교회에서도 큰 사고 한 번 없었던 자신의 '운전 인생'을 돌아보면서 "모든 것이 은혜"라고 고백했다.
강 집사는 직장에서도 교회에서도 큰 사고 한 번 없었던 자신의 '운전 인생'을 돌아보면서 "모든 것이 은혜"라고 고백했다.

그는 끝으로 교인들을 향해 아무래도 사람이 하는 일이다보니 실수도 있고, 서운할 일도 생길 수 있다서로 배려하고 이해하고 인사를 건넨다면 함께 좋은 예배를 드릴 수 있을 것이라고 당부했다.

강 집사는 오늘도 운행에 앞서 하나님께 기도를 드린다. 운전대를 잡고 하는 일은 아무리 본인이 잘 해도 불가항력적인 사고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정년퇴직을 하고 이제는 교회 버스만 운행하는 그는 건강이 허락하는 한 교회 차량 봉사는 계속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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