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이 있기에 암도, 죽음도 두렵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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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이 있기에 암도, 죽음도 두렵지 않습니다”
  • 한현구 기자
  • 승인 2021.03.31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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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과 싸우며 부활의 기쁨 전하는 천정은 자매

사실 부활은 막연하다. 사람의 힘으로는 무슨 수를 써도 되돌릴 수 없는 죽음에서 벗어난다는 것은 쉽게 상상이 되지 않는 일이다. 분명 예수 그리스도의 죽으심과 부활을 믿고 그렇게 고백하지만 부활 사건이 또렷하게 그려지지는 않는다는 것이 솔직한 고백이다. 아마 살아서는 절대 죽음을 경험할 수 없고 죽은 자는 전해줄 입이 없어서일 테다. 출산을 절대 경험할 수 없는 남성이 출산에 대해 상상하는 것과 비슷하다고나 할까.

그러나 여기 날마다 부활을 경험하며 살아가는 크리스천이 있다. 30대 후반의 젊은 나이에 암 환자로 선고 받은 천정은 자매(춘천한마음교회)의 이야기다. 도저히 고칠 수 없었던 암이 기적처럼 살아났기 때문에 부활일까? 아니다. 그녀는 지금도 여전히 하루하루 암과 싸우며 종양을 안고 산다. 그럼에도 날마다 부활을 경험하는 이유는, 부활의 주님을 만나 죽었던 영혼이 살았고 날마다 부활의 증인으로 살아가고 있어서다.

그 전까진 예수님을 몰랐고 부정하며 살았지만 암이라는 인생의 위기를 만나며 예수님을 영접한 자매. 암은 고난이 아니라 선물이라 고백하는 그녀를 지난 26일 청담동 카페에서 만났다.

청천벽력 같았던 암 선고

피아노는 그녀의 인생이나 다름없었다. 초등학교에 입학하기도 전인 6, 아마 대부분의 또래가 피아노에 손을 얹어 보지도 못했을 나이에 개인 레슨을 시작했다. 딸을 낳으면 무조건 음악을 시키겠다는 어머니의 확고한 다짐 때문이었다.

처음엔 이유도 모르고 피아노 앞에 앉았지만 어느새 피아노는 천정은 자매의 일상이자 미래가 됐다. 자연스레 예고에 진학했고 대학도 관련 전공 공부를 위해 정든 고향을 떠나 서울로 향했다. 평생 피아노를 치며 살 것이라는데 한 치의 의심도 없었다. 다른 이들이 볼 때는 피아노에 미쳐 살아간다고 보일 정도였다. 그런데 탄탄대로일 것만 같았던 그녀의 삶에 갑자기 브레이크가 걸렸다.

미친 듯이 달려가던 인생이었어요. 살면서 걸은 적이 없다고 느껴질 정도로 뛰기만 했었죠. 아마 암에 걸리지 않았다면 그대로 멈추지 않았을 것 같아요. 인생의 목적도 모른 채 그저 살기 위해 살았던 사람이었어요. 죽음에 대해, 잘 죽는 법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은 없었죠.”

언젠가 죽음이 오리라는 것은 당연히 알고 있었다. 그래도 그것이 자신의 일이라고는 생각되지는 않았다. 멀리 있는 죽음보다는 당장 눈앞에 있는 삶이 너무 급했다. 그때 암이라는 존재가 찾아왔다. 발견했을 때는 이미 4, 병원에선 치료를 시도해볼 시기조차 놓쳤다고 했다. 죽음이 나를 빗겨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그때 피부로 알았다.

죽음에 대해 생각할수록 온 몸에 힘이 빠졌어요. 아무리 생각해도 세상에서 내가 없어진다는 결론만 나오더라고요. 일이 너무 힘들어 자살을 생각한 적도 있었는데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죽음과, 내가 선택하지 않았는데 다가온 죽음은 전혀 달랐죠. 당장은 살아있지만 이미 죽었다고 느껴지는 하루하루였습니다.”

 

암이 아니라 죄 때문에 죽는다니

말로만 듣던 항암은 너무도 고통스러웠다. 거의 고꾸라질 듯 아팠다. 진단받기 전까진 몰랐던 암이라는 존재가 얼마나 사람을 죽음으로 당겨놓는지 그때서야 알았다. 분명 살리기 위한 치료인데 점점 죽어가고 있었다. 그래도 한 가지 자존심은 남았다. 죽어도 멋있게 죽고 싶다는 오기였다. 암에 걸린 사실도 주변인들에게 거의 알리지 않은 채 밝은 척을 하고 다녔다. 하지만 그럴수록 속은 새까맣게 타들어갔다.

평소에 친했던 교회 다니는 언니가 찾아왔어요. ‘예수 안 믿으면 지옥간다, 정말 촌스럽게 전도하더군요. 그런데 그때가 항암이 너무 힘들어 하나님이 계시면 날 좀 편하게 죽여달라고 기도하던 타이밍이었어요. 너무 놀라서 언니에게 기도 좀 해달라고 부탁했죠.”

다음날 교회에 간 언니에게 전화가 왔다. 스피커폰으로 성도들이 기도하는 소리를 들려줬다. 하지만 고맙기보다 자신의 암 투병을 다른 이들에게 알렸다는 사실에 짜증이 났다. 하나님이 살아 계시냐는 생각을 한 것조차 싫어졌다. 그런데 그 다음날부터 놀라운 변화가 찾아왔다.

항암 치료에 들어가기 전에 10종류가 넘는 부작용이 올 수도 있다고 경고해줍니다. 그런데 전 그 리스트에 있던 부작용을 하나 빼고 다 겪었어요. 그런데 교회에서 중보기도를 한 다음날 부작용이 하나도 안 오더군요. 아무리 생각해도 그 전날과 달라진 점은 언니의 기도밖에 없었어요.”

변화는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바로 다음 주 언니를 따라 교회에 가보기로 마음을 먹었다. 하지만 막상 도착한 교회는 이상하고 무서운 곳이었다. 천 자매를 일으켜 세우고는 기도를 하는데 주여! 주여!를 외치며 소리를 질렀고, 어떤 이는 듣도 보도 못한 언어를 뱉었다. 교회에 처음 온 그에겐 미친 사람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예배가 끝나곤 도망치듯 교회를 빠져나왔다.

그런데 그 다음날 교회에서 받은 제자훈련 책이 가방에 남아있었다. 궁금한 마음에 천천히 읽어 내려가는데 로마서 말씀이 마음을 움직였다. 모든 사람이 죄를 지어 사망에 이르게 됐다는 구절이었다.

암에 걸려 죽는 줄 알았는데 죄 때문에 죽는다는 사실이 충격적이었어요. 내가 회개해야 할 죄는 바로 내가 주인이 되어 살아간 것이란 것도 알게 됐죠. 즉시 무릎을 꿇고 제가 하나님을 몰라서 그랬다고, 내가 주인으로 살았음을 회개한다고, 예수님이 나 때문에 죽으시고 부활하셨음을 믿는다고 고백했습니다. 그러고 나니 놀라운 자유가 찾아왔어요.”

그때부터 삶과 죽음을 보는 눈이 달라졌다. 살기 위해 사는 인생이었는데 잘 죽기 위해 사는 인생으로 바뀌었다. 죽으면 예수님을 만난다는 사실에 더 이상 죽음이 두렵지 않았다. 예수님을 주인으로 삼으니 모든 일의 책임과 해결은 그분께 맡기면 됐다. 이 세상에 사랑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여겼는데 진짜 사랑이 여기에 있었다.

천정은 자매가 출연한 다큐멘터리 영화. '부활 그 증거'
천정은 자매가 출연한 다큐멘터리 영화. '부활 그 증거'

 

나는 주님의 것입니다

예수님을 영접한 이후로는 사랑에 빠진 사람과도 같았다. 매일 교회에 가서 말씀을 읽고 묵상했다. 그런데 3주 뒤 기적 같은 이야기가 들렸다. 의사가 절대 치료할 수 없다던, 뼈에 전이된 암이 사라졌다는 소식이었다.

기쁜 마음으로 암 환자들에게 전도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재발이 많이 됐던 한 암 환자가 너는 나았으니까 그렇게 얘기할 수 있다고 매몰차게 쏘아붙였다. 자신도 암을 앓았기 때문에 저들의 심정을 안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그런데 몇 주 뒤에 암이 없어졌던 자리에서 그대로 재발했다. 의사도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고 했다.

처음에는 마음이 무너져 내렸죠. 하지만 나중엔 암 환자에게 가라고 무기를 주신 것이란 생각이 들었어요. 암이 나았을 때는 미안한 마음이 들었지만 이제는 저도 같은 암 환자니까요. 그날부터 암 환자에게 다시 가서 복음을 전했습니다. 여전히 통증이 있지만 고통에 마음을 뺏기지 않아요. 내 몸의 주인이 내 것이 아님을 알기 때문이죠.”

암을 앓고 있어서 아픈 것이 아니다. 그것을 두려워 하니 아픈 것이다. 그렇게 말하는 천정은 자매는 전혀 아픈 사람처럼 보이지 않았다. 보통 뼈에 암이 생기면 밖에 나가는 것조차 힘들다. 천 자매는 걸을 수 있는 것이 축복이지만 그것조차 주님께 내어드릴 수 있다고 고백했다.

저는 매일 싸웁니다. 당장 못 걸어도 주님만으로 충분하다는 마음이 진실될 때까지 기도해요. 이 땅에서 걷지 못하면 좀 어떤가요. 오래 살아봤자 수십 년이고 죽은 이후엔 주님과 천년만년 함께할 텐데요. 영적 싸움은 다른 것이 아니라 내 몸을 부인하고 주님을 높여드리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대부분의 이들은 죽음이 오지 않을 것처럼 산다. 천정은 자매는 어쩌면 누구보다 죽음에 맞닿아 살고 있다. 하지만 그에게는 암도, 죽음도 두렵지 않아 보였다. 부활의 소망이 그의 삶을 가득 채우고 있었기 때문이다.

많은 기독교인들이 십자가를 묵상하지만 부활을 깊이 묵상하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십자가의 죽으심과 함께 주님의 부활까지 나아가야 합니다. 그분이 부활하셨기에 지금도 내 곁에 살아 역사하시는 것이니까요. 매일 매순간 예수 그리스도를 주인으로 모시고 예수의 부활을 전하는 전달자로 살며 나중에 주님 앞에 기쁘게 서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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