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을 사랑하면 돈의 지배를 받으니, ‘족함’을 먼저 배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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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을 사랑하면 돈의 지배를 받으니, ‘족함’을 먼저 배워야
  • 유선명 교수
  • 승인 2021.03.30 14: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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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선명 교수의 전도서이야기(12) - “부자는 그 부요함 때문에 자지 못하느니라”(전 5:12)

전도자는 일찌감치 자신이 부자가 되고자 했고 실제로 거부가 되었지만 그것에 만족하지 못했다고 말했습니다. 집도 짓고 과수원 수목원도 가졌고 남녀종들과 가축, 귀금속에 이르도록 모두 다 가져 봐도 다 헛되고 바람을 잡는 일이며 해 아래 무익했다는 것입니다(2:11). 5장은 그가 자신의 경험담을 빌어 말했던 것을 보다 일반적인 경구로 집약해줍니다: “은을 사랑하는 자는 은으로 만족하지 못하고 풍요를 사랑하는 자는 소득으로 만족하지 아니하나니 이것도 헛되도다”(10절) 이스라엘 사회에서 은은 화폐를 대표했기에 은은 곧 돈입니다. “돈을 사랑하는 자, 만족하지 못하고 /소득을 사랑하는 자, 재화로 안 되니 / 이것 역시 부질없구나.” 생계를 걱정하는 이들에게 들려주기에는 배부른 소리가 아닐까요. 앞서서 세상 어디를 가도 가난한 이들을 학대하고 정의를 짓밟는 자들이 있지만 그들보다 더 높은 존재가 감찰하고 있다는 말로(5:8) 어려운 이들의 처지에 공감하나보다 했더니… 이스라엘 국가대표 갑부께서 하시는 말이 고작 돈 가져봐야 만족 못한다. 다 헛것이라면 이야말로 허무한, 헤벨한 일이 아닐까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하지만 전도자가 “돈은 가져봐야 헛되니 돈 벌려 애쓰지 말고 없는 대로 살아라.” 그렇게 가르친 것은 아닙니다. 그가 한 말은 “돈을 사랑하면 실망하게 되어있다. 그게 현실이고 그래서 헤벨이다”로 정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전도자는 허무가 아닌 현실을 말합니다. 전도자는 현실주의자입니다. “어릴 때와 검은 머리의 시절이 다 헤벨이다”(전 11:10) 말하고선 곧바로 “청년의 때에 너의 창조주를 기억하라”(12:1) 덧붙이는 것이 그의 화법입니다. 젊음이 고와도 오래가지 않는다는 깨달음이 인생무상 비관주의를 부른다 할 수는 없습니다. 그것을 알았기에 하나님을 생각하며 즉 경건함을 갖고 젊은 날을 아껴 의미 있게 살 수 있습니다. 젊어서 깨달았다면 말입니다. 늙었으면 어떻게 할까요? 오늘이 살아있는 동안 가장 젊은 날이니 너무 늙은 날은 없습니다. 돈이 만족을 줄 수 없으니 무소유를 추구할 것인가 묻는다면 전도자는 답합니다. 돈을 벌되 사랑하지는 말아라. 돈의 한계를 알고 족함을 배워라. 전도자의 설명은 이렇습니다. 재산을 불리면 네게 의지하는 이들도 많아진다. 노동자는 고달파 보여도 단잠을 자는데 부자는 스트레스로 잠을 설친다(11~12절). 가난하면 행복하다는 일반론이 아닙니다. 어떤 처지에서든 그에 따르는 대가가 있다는 말씀입니다.

기자직을 하다 곡절 끝에 건설 노동자가 된 분의 글을 읽었습니다. 취재를 하고 기사를 쓰다보니 누군가를 공격하고 상처를 줄 때가 많았다. 그리고는 글을 이렇게 썼어야 하는데 하며 뒤척거렸었는데, 노동을 하면서부터는 그 못을 이렇게 박았어야 했는데라고 생각하며 잠을 설치는 일은 없다고 말입니다.

인생은 선택입니다. 선택은 대가와 책임을 동반합니다. 우리에게 겸손과 신중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사람에게든 하나님께든 말이 앞서면 후회할 일이 생기지만, 서원했으면 지켜야 합니다. 경솔히 말하고 실수였다고 뒤집는 행동은 하나님의 진노를 부릅니다(5:5~6). 사람 간에도 신의가 중요한 법인데 하나님과의 약속은 더더욱 귀하니 “꿈이 많으면 헛된 일들이 많아지고 말이 많아도 그러하니 오직 너는 하나님을 경외할지니라”(5:7)는 가르침을 가슴에 새길 일입니다. 

돈은 유익합니다. 그러나 돈을 사랑하면 돈의 지배를 받고, 기대한 만큼 실망도 따릅니다. 부자가 되어 노동자의 근심을 면했다 생각한 순간 부자의 근심을 하게 된다는 것을 마음에 새겨두면 교만과 어리석음을 피할 수 있을 것입니다. 부자여서 편히 자는 것이 아니라 부자임에도 깊은 잠에 들 때, 비로소 헤벨의 멍에를 벗었다 할 것입니다.

백석대 교수·구약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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