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제의 통치행위인 ‘검투경기’로 인해 무고한 생명 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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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의 통치행위인 ‘검투경기’로 인해 무고한 생명 피해
  • 이상규 교수
  • 승인 2021.03.30 14: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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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규 교수의 초기 기독교 산책 - 초기 기독교와 오락(2)

그 시대 대표적인 오락은 검투경기였다. 기록에 남아 있는 최초의 검투사 시합은 기원전 3세기, 곧 264년 로마의 마르쿠스 유니우스 브르투스와 데키무스 형제가 아버지의 장례식 즈음에 보아리움 광장(Forum Boarium)에서 개최한 시합이었다고 한다. 

이를 계기로 본래의 검투사 경기는 전사한 고인의 영혼을 적군이었던 전쟁포로끼리 싸우게 하여 그들이 흘린 피로 달랜다는 의미가 있었다고 한다. 처음에는 이런 종교적 의미가 있었으나 세월이 흐르면서 세속적으로 흘러 제국의 오락이 되었다. 

결국 검투사 경기는 인류역사상 유일하게 공인된 살인경기가 된 것이다. 이 경기가 행해지는 대표적인 원형경기장인 로마의 콜로세움은 5만 명을 수용할 수 있는 거대한 경기장이었다.

아우구스투스(BC 27~14AD) 황제는 자신의 명의로 3차례, 아들과 손자 이름으로 5차례 검투경기를 주최한 것을 치적으로 내세웠고, 이런 행사에서 죽임을 당한 맹수가 3,500마리에 이른다고 말했다. 80년 콜로세움의 개장식에서는 검투경기와 9천 마리의 맹수 사냥을 비롯하여 구경거리가 100일 동안 이어졌다고 한다. 죽음을 가지고 노는 이 오락이 제국의 단합과 안녕을 다지는 방편이기도 했고, 이 폭력이 황제의 통치행위였다. 

검투경기가 인기를 누리게 되자 검투사 양성소에서 훈련 받은 노예들이 경기에 투입되었고, 노예들만이 아니라 해방된 노예나 자유민들 가운데서도 자원하여 훈련을 받고 검투사가 되기도 했다. 자유민 검투사는 10~20% 정도로 추산하고 있다. 경기에서 살아남아 큰돈을 벌겠다는 욕심 때문에 죽음의 잔치에 동참하게 된 것이다.

트라이야누스(Trajan, 98~117) 황제 시기에는 만 명의 이런 검투사들이 넉 달 동안 이 잔혹한 현장에서 싸웠다고 한다. 어떤 이들은 그물만 가지고 완전 무장한 상대를 대항해야 했다. 또 다른 불행한 이들은 사자나 곰 같은 야생 짐승들과 싸워야 했다. 그러나 다른 이들은 피에 굶주린 군중들을 만족시키기 위해 십자가 위에서 산채로 불태워지는 일까지 있었다고 한다. 

이 폭력적 오락에 대해서는 177년 여름 루그두눔(지금의 프랑스 남부 도시 리옹)에서 있었던 기독교도들에 대한 처형 기록, 로마의 역사가이자 원로원 의원이었던 디오 카시우스(Dio Cassius)의 192년에 있었던 경기에 대한 기록이 남아 있다. 

이 경기는 코모두스(Commodus, 180~192) 황제가 주제했고 스스로 검투사로 경기장에 나타나기도 했다. 이 경기는 14일 동안 계속되었다고 한다. 코모두스는 쾌락을 사랑했던 인간이자 자칭 ‘헤라클레스’(Hercules)였다. 그는 원형 경기장에서 무려 735번이나 직접 결투를 벌였는데, 사자 가죽으로 된 옷을 입었고 머리카락은 황금가루로 반짝거렸다고 한다. 그를 상대했던 검투사들은 불행한 죽음을 맞아야 했고, 코모두스는 대부호가 되었다.
그래서 로마제국에서 검투사들의 경기는 일상사가 된 것이다. 단연 최고의 인기를 누린 오락이었다. 그것은 화려한 옷과 보석으로 장식한 부인들로부터 무일푼의 노예에 이르기까지 모든 사회 계층을 사로잡았다. 

원형 경기장에서 죽음에 직면한 그들은 일회용 소모품 같은 인간들로 간주되었다. 그들은 범죄자들, 야만인들, 전쟁 포로들, 노예들이었다. 이런 경기에 묘미를 더하기 위해 여러 검투경기로 구분되었는데, 갑옷을 입고 주로 창을 들고 싸우는 호플로마쿠스(hoplomachus), 그물과 삼지창을 가지고 싸우는 레타리우스(retarius), 기다란 방패로 무장하고 싸우는 무르밀로(murmillo) 등이 있었다. 

그 외에도 다양한 형태의 경기가 있었다고 한다. 이런 격투기에 대해 초기 기독교회는 어떻게 가르쳤을까?                

백석대 석좌교수·역사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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