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영리로 운영하는 교회 학사관에 종부세 ‘세금 폭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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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영리로 운영하는 교회 학사관에 종부세 ‘세금 폭탄’
  • 이인창 기자
  • 승인 2021.03.30 14: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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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익목적 학사관, 4천여만원 넘는 과도한 세금으로 ‘신음’
지방세법 개정, 1996년 이전 토지 분리과세 혜택 중단
2015년과 유사한 상황… “한국교회 적극 관심과 대응”

치솟는 학자금 때문에 고민하는 청년들을 위해 학사관을 운영하고 있는 교회 앞으로 ‘세금폭탄’이 떨어졌다.

서울 서현교회(담임:이상화 목사)가 운영하는 서현학사는 전기세 등 소정의 실비 외에 일체 기숙사비를 받지 않는다. 공익적 차원에서 마련된 공간이기 때문이다. 입주 대상은 수도권 소재 대학에 재학 중이면서 형편이 어려운 미자립 교회, 농어촌 교회의 목회자 자녀와 선교사 자녀들이다.

그런데 최근 서현교회는 세무서로부터 4천여 만원이 넘는 종합부동산세 세금 고지서를 받았다. 폭발적으로 증가한 세금에 교회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어찌된 일일까.

행정안전부는 2019년 “토지에 대한 보유세 형평성을 마주겠다”면서 공익 성격의 토지와 정책 지원을 했던 토지에 대한 분리과세 중단을 골자로 하는 지방세법 시행령 개정을 추진했다. 1996년 이전 토지 취득분에 대해 분리과세 혜택을 삭제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분리과세를 되지 않으면, 해당 토지에서 대해서는 약 2배에 달하는 세율 인상이 이뤄지고 종합부동산세가 매겨지게 된다.

행정안전부는 당시 법 개정을 추진하면서 교육에 사용하는 교육용 재산, 종교 활동에 사용하는 종교용 재산 등 공익적 성경이 강한 토지는 재산세 면제 혜택이 유지된다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시행령 개정안은 지난해 공포된 후 올해부터 본격 시행되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서현교회는 막대한 손실을 감수하면서도 복지를 위해 운영했던 학사관의 공익성을 인정받지 못했다. 애초 정부가 법 개정을 추진할 때 함께 거론됐던 부동산 펀드, 학교법인, 인천공항공사 등은 법이 시행되면서 제외됐다.

부동산 값 폭등으로 교회가 운영하는 비영리 학사관도 종부세 폭탄을 맞고 있다. 사진은 서현교회 학사관 이미지.
부동산 값 폭등으로 교회가 운영하는 비영리 학사관도 종부세 폭탄을 맞고 있다. 사진은 서현교회 학사관 이미지.

서현교회 이상화 목사는 “서현학사는 1995년 이전부터 형편이 어려운 대학생들을 위해 우리 교회 성도들의 하나님께 드린 헌금으로 무상으로 운영하고 있다. 일체 부동산 수익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종부세가 부과되는 것을 납득하기 쉽지 않다. 우리 교회처럼 학사관을 운영하는 교회들 역시 비슷한 위기를 겪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아쉬워했다.

문제는 정부가 교회 학사관에 대해 세금폭탄을 부과된 사례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이미 2015년 종교시설에 대해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 등 거액의 세금이 부과된 데 대한 논란이 거세게 일었다.

2014~2015년 기독교대한감리회 유지재단은 ‘인우학사’, ‘명덕학사’ 앞으로 약 1억원 가까운 세금이 부과된 데 대한 소송을 진행했지만 패소했다. 법원은 “전도와 교육, 구호 등에 직접 사용된다고 보기 어렵다. 교회 고유사업에 직접 사용되는 부동산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학사관을 운영하고 있던 서대문구 아현교회, 송파구 마천동교회 등 다수 시설도 비슷한 시기 세금 폭탄을 맞았다. 과세당국은 “학사관 운영은 종교 고유목적사업이 아니기 때문에 당연 과세 대상”이라는 말만 되풀이 하고 있을 뿐이다.

5년 전과 올해 과세의 차이는 1996년 이전 취득 여부일 뿐이다. 세무 전문가들은 “별도 이익을 취하지 않더라도 교회에 세금이 부과될 수 있다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수십년 동안 공익성을 인정하며 세제 혜택을 주었던 정부가 이제 와서 과세 형평성을 언급하며 세금폭탄을 부과하는 것을 이해하기는 쉽지 않다.

판례를 생각하면, 학사관을 운영하는 교회들이 소송을 제기한다 하더라도 승소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과도한 세금에 대한 조율을 위해 소통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이 때문에 나오고 있다.

한편, 불교계에서도 사찰 소유 토지에 대해 종합부동산세가 부과된 데 대해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조계종 중앙종회는 지난 23일 회의에서 기존처럼 분리과세 대상이 되도록 정부와 협의해가겠다는 입장을 정했다.

불교계가 종단 차원에서 대응 마련에 나선 가운데 한국교회도 공익 차원에서 운영되고 있는 학사관 등 시설에 대한 세금 경감을 위해 적극적인 관심이 요청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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