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까지 장자 교단? 조건 없는 헌신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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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까지 장자 교단? 조건 없는 헌신부터
  • 이인창 기자
  • 승인 2021.03.23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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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폐쇄성 짙어지는 합동총회 ③ 장자 교단의 의무

예장 합동총회가 주최하는 행사 때마다 자주 들을 수 있는 표현 중 하나가 ‘장자 교단’이다. 소속 교단에 대한 자신감이자 자부심을 강조하기 위해 등장하는 말이지만, 여전히 대한민국 사회의 가부장적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한 단면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장자 교단’은 통합총회에서도 종종 듣는 말이다. 양 교단은 1959년 갈등 끝에 갈라서면서 60년이 넘도록 정통성을 주장하며 서로 ‘장자 교단’을 자처하고 있다. 양 교단은 연합기관과 연합사업으로 협력하고 있으면서도, 반세기 넘도록 갈등의 원인 제공자로 상대 교단을 지목하면서 자교단을 역사 우위에 두려고 애쓰는 모습이 역력하다. 

그런데 최근 들어 ‘장자 교단’ 주장이 리더십을 중심으로 합동총회 내에서 더욱 자주 들리고 있다. 

지난 2월 총회 신학정체성 선언을 위한 준비위 발족식에서 합동 소강석 총회장은 “1959년 WCC 문제가 생겼을 때 오로지 보수신학 칼빈주의 순수성을 지키기 위해 우리 교단(합동)이 나왔고 선진들이 총회관과 총신대를 세우며 세계 최대 장로교단을 세웠다”면서 “통합측 행사에 가서 설교를 하면서도 진정한 정통성은 우리(합동)에게 있고 당신들이 이탈한 것이라고 말했다”는 일화를 서슴없이 소개했다. 또 지난 7일 ‘2021 프레어 어게인’ 출범 감사예배에서도 “오늘까지 전국 목회자와 성도들이 눈물로 기도했기에 예장합동이 한국교회의 장자 교단이자 세계 최대의 장로 교단이 됐다”며 다시 ‘장자 교단’에 방점을 두었다. 

문제는 ‘장자 교단’이라는 표현으로 한국장로교회 역사성과 정통성을 특정 교단이 가져갈 수 있느냐하는 데 있다.

한국교회는 1885년 언더우드 선교사에 의해 장로교단, 아펜젤러 선교사에 의해 감리교단이 출발하고 있다. 장로교단의 신앙과 신학의 뿌리는 한국교회가 공유하는 것이지, 어느 교단이 장자로서 권리를 가져갈 수 있는 것은 분명 아니다.

다만 합동 교단의 이러한 우월적 사고는 한국교회 연합사업과 연합기관을 중심에서 이끌 자격과 능력에 대한 근본적 의문을 들게 하는 것이 사실이다.

지난해 11월 합동총회 첫 실행위원회는 이단 논란 때문에 탈퇴했던 한국기독교총연합회를 포함하는 보수 연합기관 통합 추진을 결의했다. 그런데 당시 합동 교류협력특별위원회가 상정한 청원 내용을 보면 형제 교단에 대한 배려는 크게 부족해 보였다. 당시 위원회는 “한교총, 한기총, 한교연 등이 하나 됨과 발전을 위해 총회가 선도적을 추진해 달라”고 청원했고 실행위가 이를 결의하며 임원회에 위임했다.

한기총은 교단 차원에서 이단 문제로 탈퇴했고 여전히 논란이 일소되지 않은 상태다. 통합 추진은 형제 교단의 입장과 동향도 충분히 고려되어야 하지만, ‘앞에 서서 인도하는’이라는 사전적 뜻의 ‘선도적’ 표현에서 확인되는 것처럼 여타 교단과 보조를 맞추겠다는 의지는 많이 부족해 보인다. 

일각에서는 최근 한국교회 주요 연합기관 수장을 합동이 독식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현재 연합기관마다 장자 교단이라는 인식을 가진 합동총회 인사들이 다수 진출해 있는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재단법인 한국찬송가공회와 같은 연합사업에서도 한국찬송가위원회와 새찬송가위원회 중심의 합동과 통합 간 힘겨루기 갈등으로 이사 승인이 이뤄지지 않아 한해가 지나도록 공백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려오고 있다. 과연 ‘선도적’으로 역할을 할 수 있을지 다시 한 번 생각할 수밖에 없는 모습이 여러 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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