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안수·여성이사 없고, 강도권마저 배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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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안수·여성이사 없고, 강도권마저 배제
  • 이인창 기자
  • 승인 2021.03.16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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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폐쇄성 짙어지는 합동총회 ② 여성 차별
총신대, 교육부 권고 무시하고 여성이사 배제
총회측 “교단과 학교 신앙 정체성 위배” 주장
예장합동총회와 총신대학교는 정이사 체제로 전환하면서 타교단 여성이사 3명이 선임된 데 대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예장합동총회와 총신대학교는 정이사 체제로 전환하면서 타교단 여성이사 3명이 선임된 데 대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수년째 내홍을 겪으며 교육부 임시이사 파송 체제가 진행 중인 총신대학교는 얼마 전 정상화로 가는 길목에서 뜻하지 않는 암초를 만났다. 

사학분쟁조정위원회가 지난달 30명 정이사 후보 중 정이사 15명을 확정 발표하면서 교단에서 추천한 후보 대신, 타교단 인사 3명을 포함시켰기 때문이다. 인선이 유력할 것으로 예상됐던 주요 인사들이 탈락하자 교단 내 반발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교단과 학교의 신앙 정체성과 다를 수 있기 때문에 당연히 반대할 수 있는 부분이다.

그런데 합동총회 내에서 반대하는 입장이나 견해들 중에서 흥미로운 부분을 발견할 수 있었다. 바로 ‘여성’이라는 표현이 등장한다는 사실이다. 
소강석 총회장은 지난달 24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다른 교단의 여성을 정이사로 선임한 것은 총신대 운영주체인 총회 정체성에 위배되고 교단 헌법과 총신대 정관에 위배된 것”이라고 교단의 공식 입장을 밝혔다. 

교육부가 총신대학교의 운영 주체라고 할 수 있는 합동총회를 무시하고 여성 정이사를 선임했다는 주장이 교단 내 적지 않다는 분위기도 전했다.
그러나 아무리 여성안수 제도를 시행하지 않고 있는 교단이라지만 타 교단 인사의 정이사 선임에 대해 반대하면서 굳이 ‘여성’이라는 표현을 등장시킬 필요가 있었을까? 더구나 교육부의 여성 이사 파견의 명분은 교단 내에서 제공한 측면이 강하다. 

애초 교육부는 후보 추천을 요청하면서 성비 균형을 맞추어 달라고 했다. 하지만 후보 추천을 맡았던 4개 단체 중 단 한 곳도 여성 후보를 추천하지 않았다. 여성들이 철저히 배제된 추천이었다. 

소강석 총회장은 “교단 내 여성 인사들을 추천하는 것을 제안했지만, 수용되지 않았다”고 아쉬워하기까지 했다. 교단을 대표하는 총회장의 제안마저 받아들여지지 않은 교단 상황 속에서 다른 교단 인사가 정이사로 파견되는 결과를 초래하고 만 것이다. 

물론 교단 내부에서 추천할 만한 여성이 없었기 때문은 아니다. 일각에서는 교단 내 정치적 역학관계 속에서 자리 욕심 때문에 여성을 추천할 의지조차 없었다는 이야기까지 나왔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 총신대 신대원 원우회와 교수협의회의 성명을 보면, 교육부가 학교 정체성을 무너뜨리는 타교단 정이사를 선임했다고 주장할 뿐 ‘여성이사’가 제대로 추천되지 못한 부분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다. 

같은 신학대학원에서 가르친 ‘여성’ 제자, 공부한 ‘여성’ 동문들의 권리를 위한 차원에서도 목소리를 내어줄 수는 없었을까 하는 안타까운 생각도 든다.  

이런 와중에 총신대 신대원여동문회의 외침은 무척 외로워 보인다. 신대원여동문회는 “우리는 교단과 학교가 말하는 개혁주의 정신에서 여성이 차별받고 배제되는 상황을 보고 있다. 학교 설립 목적은 개혁주의 입장에서 사회를 이끌어갈 지도자를 양성하는 것”이라면서 교단과 학교 차원에서 여성이사 선출 제도를 마련해 달라고 요청했다. 

합동총회는 여전히 여성안수 제도를 시행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설교를 할 수 있는 강도권까지 여성 사역자에게 부여하지 않고 있다. 헌의안이 수차례 상정되고 연구하겠다는 결의가 거듭됐지만 제자리걸음이다. 

지난해 제105회 총회에서 ‘여성사역자지위향상 및 사역개발위원회’도 여성사역자들에게 강도권을 허락해 달라고 청원했다. 그것도 어렵다면 신대원 졸업자에게 자격고시를 치르게 한 후 ‘교육사’ 호칭을 부여해달라고까지 요청했지만 임원회에 위임되면서 실제 시행될 가능성은 또다시 낮아지고 말았다.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은 “대학과 사회 각 분야 많은 공공기관은 성별 차별 없이 유능하고 신실한 일꾼을 등용하고 있다. (교단) 헌법은 시대정신이기도 하다. 여성과 남성이 하나님의 형상으로 동등하게 창조된 것을 믿는다면 시대정신을 적극 수용해야 한다”며 여성이사 배제를 반대했다.

대학을 포함해 우리 사회 곳곳에서 여성 인재들이 능력을 발휘하고 있고, 더구나 같은 개혁주의를 표방하는 여러 교단들이 여성안수를 시행하고 있다. 합동 교단 내에서 여성에 대한 배제와 차별이 계속되면서 교단 역량이 소진되고 유출되는 것은 아닌지 총회 차원에서 귀기울여야 할 때가 지금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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