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상에서 가장 신나는 놀이터는 바로 ‘교회’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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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상에서 가장 신나는 놀이터는 바로 ‘교회’죠”
  • 이현주 기자
  • 승인 2021.01.26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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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뉴 프런티어 // 부천성만교회 이찬용 목사

교회가 세상의 문화를 앞서가던 시절이 있었다. 예배당에 모여 시를 낭송하고, 음악회를 열고, 연극을 했다. 세상에서 쉽게 접하지 못했던 문화의 결핍을 교회가 채워주었다. 하지만 빨라도 너무 빠르게 변해가는 21세기. 자고 나면 새로운 것이 생겨나는 문화 변혁의 시대에 교회는 여전히 1980년대에 머물러 있다. 80년대 추억을 나누는 감성몰이는 최소 ‘586’ 이후부터나 가능하다. X세대, Y세대, Z세대를 넘어 이제는 밀레니얼로 불리는 젊은이들에게 1980년대는, 드라마에서나 보는 생경한 모습이기 때문이다. 

부천 성만교회 이찬용 목사는 “예수님을 알고나면 기쁨이 넘치는데 그 기쁨이 교회 안에 가득해야 한다”고 말한다. 

여름성경학교가 없는 교회
부천 성만교회 이찬용 목사는 교회들이 붙들고 있는 오래된 전통을 과감히 거부한다. 물론 예배의 전통을 거부한다는 뜻은 아니다. 예배와 성례전, 새벽기도와 금요철야 등 성도들의 신앙을 위한 전통은 바꾸지 않는다. 그러나 공동체의 문화는 과감히 개혁했다. 모든 교회가 전통적으로 고수해온 ‘여름성경학교’는 성만교회에 없는 프로그램이다. ‘제자훈련’도 없다. 초대교회 공동체와 같이 먹고 마시고 함께 울고 웃는 성만공동체로 살아간다. 예배가 삶이자 삶이 곧 예배다. 그래서 성만공동체는 ‘진지한 신앙, 즐거운 생활’을 추구한다. 이찬용 목사는 “예수님을 믿는 것보다 즐겁고 재미난 것이 없다”며 “신앙은 진지하지만 신앙인의 삶은 즐겁고 행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바늘 떨어지는 소리가 들릴 정도로 엄숙하고 경건한 교회, 이것이 제가 기억하는 교회의 모습입니다. 하지만 제가 예수님을 만났을 때 느낀 감정은 엄숙하고 경건한 것이 아니라 너무 기쁘고 신이 났어요. 그런 기쁨이 이 세상에 있다는 사실을 새롭게 알게 된 거죠. 나 같은 죄인을 만나주신 예수님이 너무 좋았고, 가슴이 터질 것 같은 기쁨을 느꼈습니다.”

기쁘고 신나고 행복했다. 너무너무 좋았다. 세상에 이런 기쁨이 있을까? 예수님을 처음 만난 이찬용 목사가 느낀 감정이었다. 그런데 교회는 늘 엄숙했다. 기쁨을 잘못 표현했다가는 경박하게 보일 지경이었다. ‘이 신나는 감정을 표현할 수는 없을까’ 궁금했다. 그리고 그 답은 신학을 공부하는 중에 찾아냈다. 

“한국교회가 꽤나 유교적이에요. 하지만 성경에서 예수님의 첫 표적은 혼인잔칫날 물을 포도주로 바꾸신 일이었죠. 물은 맛도 없고 밍밍하고 향도 없죠. 오래 두면 썩어버립니다. 반면에 포도주는 썩지 않아요. 맛도 있고 향도 있습니다. 시시하게 썩어버릴 인생인데, 예수님을 만나면 포도주처럼 향이 나고 맛이 나고 썩지 않는 삶을 살게 되죠. 그렇게 우리 신앙은 즐겁고 향기 나는 잔치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성만교회의 신나는 실험  
이찬용 목사는 성만교회에서 신나는 실험을 시작했다. 남들 다하는 여름성경학교 대신에 전 성도가 참여하는 ‘우리들의 여름이야기’를 도입했다. 주일학교 어린이부터 70대 장년까지 100명 씩 10개조로 나뉘어 다양한 미션을 수행하게 했다. 목적은 ‘함께’ 노는 것. 노는 것도 제각각이다. 영화를 보고, 볼링을 치고, 여행을 간다. “평생 처음 볼링을 쳐봤다”, “영화관에 처음 가 봤다”는 고백은 노년의 성도들에겐 소중한 추억 한 페이지가 됐다. 신나게 놀고 나면 꼭 해야 할 3가지 미션이 있다. 금요기도회에서 특송을 해야 하고, 토요일 하루를 정해 교회 청소를 맡는다. 그리고 조원들끼리 하루 여행을 다녀오는 것이다.

1년에 한 번 ‘우리들의 여름이야기’를 마치고 나면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친분이 생긴다. 마주치면 서로 인사하느라 시끌벅적하다. 성만교회는 ‘와글와글’ 시끄러운 잔칫집이다. 

그런데 교회만 신나고 즐거운 것은 의미가 없다. 교회의 행복 바이러스가 지역에도 퍼져야 한다. 그래서 성만교회는 어린이날을 즈음해 ‘꿈을 먹고 살지요’를 시작했다. 2001년 동네 작은 공원에 8개 부스를 만들어 시작한 축제였다. 동네 아이들을 다 불러 모았다. 어린이날이지만 막상 갈 곳 없는 가정이 많았다. 교회가 예산을 투자하고 성도들이 어린이들의 안전을 책임졌다. 첫해 1천명이 모인 축제는 매년 참가자가 늘었다. 이제는 수만 명이 참여하는 부천의 대표적 축제가 됐다. 

“‘꿈을 먹고 살지요’는 교회가 지역사회를 섬긴다는 상징적 의미를 갖습니다. 이제 전국적으로 40만 명 이상이 참여하는 축제로 성장했어요. 성도들은 힘들지만 조금 손해를 보더라도 예수님과 같은 마음으로 이웃을 섬겨달라고 당부하곤 하죠. 지역 주민들이 ‘교회가 이런 일도 하는구나’ 알게 된다면 그것도 선교라고 생각합니다.”

아이들 눈높이 맞춘 사역들
이찬용 목사의 도전은 계속 됐다. 어린 시절 주일학교의 추억이 지친 장년의 발걸음을 다시 교회로 이끌 듯이 교회 친구가 평생친구가 되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초등학교 입학 전 7~8살 어린이들은 부모를 떠나 교사들과 함께 ‘새내기 여행’을 떠난다. 중학교 3학년을 마치고 고등학교에 올라갈 때는 ‘성인식 여행’을 떠난다. 고교 친구들을 평생 친구로 맺어주기 위함이다. 여름 방학이면 교회학교 아이들을 위한 ‘독서 마라톤’도 열린다. 1박2일 간 교회에서 먹고 자는 ‘파자마 토크’로 친목을 다진다. 방과 후는 물론이고 방학 때도 교회는 아이들의 놀이터다.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끊긴 교회는 죽은 교회라는 이찬용 목사의 다음세대 철학이 담겨 있는 사역들이다. 

놀기만 한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겨울 수련회에 참여한 중고등부 학생들은 매일 2시간씩 기도한다. 새벽기도와 금요철야에 함께 하는 아이들도 많다. 

“문화가 달라졌고요, 아이들의 생각이 다릅니다. 전통에 얽매여 아이들의 호기심을 끌만한 것들을 하지 못하고 활력을 잃어간다면 누가 교회에 나오려고 할까요. 교회는 이 세상에서 가장 강력하고 재미있는 공동체입니다. 어린이부터 노인까지 다양한 자원이 있고, 수많은 경험을 나눌 수 있죠. 뱃가죽이 아파 웃을 수 없을 정도로 신나는 교회생활이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지금 세상은 교회의 변화를 요구하고 있어요. 전 주님이 주시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해요.”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 한국교회 전체가 온라인 세상으로 떠밀려갔다. 목회자는 텅 빈 예배당에서 “아멘” 없는 설교를 선포했고, 성도들은 일방적인 예배 영상을 받아들었다. 다들 무력감을 호소할 때, 성만교회는 온라인에 놀이터를 만들었다. 권사님들과 쿡방(요리 콘텐츠)을 찍고, 청년들과는 교회 앨범을 보며 수다를 떨었다. 부서별로 성만뉴스를 만들어 보라고 했더니 할머니·할아버지들이 더 신이 났다. 크리스마스에는 ‘영화’도 한 편 제작했다. 

온라인 콘텐츠는 타깃을 분명히 했다. 권사회, 구역장, 새신자 등 구성원의 특성에 맞추어 전송했다. 비대면이 장기화 되는 상황에서 불특정 다수를 위한 콘텐츠보다는 공동체의 결속을 위해 대상이 분명한 콘텐츠를 제작하고 전송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성만교회의 ‘우리들의 여름이야기’는 세대를 초월한 축제의 장이다. 여름성경학교를 과감히 없애고 온 성도가 함께 다양한 교제를 나누고 나면 교회는 즐거운 잔칫집으로 변해 있다. 

아이디어를 얻는 새벽 2시간
끊이지 않는 아이디어의 원천이 궁금했다. “피터 드러커의 신세를 좀 많이 졌죠.” 오스트리아 출신의 미국 경영학자이자 사회생태학자인 피터 드러커는 조직과 경영, 미래에 능통한 전문가다. 비영리단체의 운영에 대한 노하우도 전수했다. 교회도 결국 조직이기에 운영자인 담임목사의 생각과 철학이 매우 중요했다. 그중에서도 모든 사람에게 공평하게 주어지는 24시간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하는 피터 드러커의 조언은 그의 목회에 일정한 ‘루틴’을 만들었다. 

“개척부터 지금까지 새벽 5시부터 7시는 저의 시간입니다. 매일 새벽 책 보따리를 들고 강단에 올라갑니다. 새벽예배를 인도하고 기도를 마치면 7시까지 성경 읽고 책을 보며 목회를 준비합니다. ‘교회’만 보는 것이 아니라 ‘주변’을 둘러보는 것도 목회죠. 교회 옆의 환경, 성도들의 구성, 그들의 삶을 하나하나 살피면서 목회의 해답을 찾습니다. 부천 성만교회에 맞는 목회를 찾는 것이죠.”

샘솟는 아이디어 덕분에 부천성만교회는 다양한 사역이 시도됐다. 주변에서 이찬용 목사를 두고 “이벤트 하는 목사”라고 말하기도 한다. 듣기 좋은 소리도 아니지만 사실도 아니다. 세상의 이목을 받기 위해 한 번 보여주고 끝나는 ‘쇼’가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성만교회의 다양한 사역 노하우는 전국의 수많은 교회에 전수됐고, 작은 교회는 부흥을 경험했다. 교회는 매년 교회학교 교사세미나를 열어 ‘꿈을 먹고 살지요’, ‘우리들의 여름이야기’ 등 사역의 노하우를 나눈다. 큰 교회니까 할 수 있다는 생각은 선입견이다. 이찬용 목사는 “여름이야기 같은 경우는 30명 정도가 한 조가 되면 적당하다”며 “작은 교회들이 생기를 얻기에 충분하다”고 말한다. 

“교회는 이벤트 하는 곳이 아니에요. 저는 성만교회 목사입니다. 어린 성도들의 목사고, 할머니 성도에게도 목사에요. 우리 교인 전체를 주님의 나라로 이끌어가고 확장시켜 나가는 것이 저의 책임입니다. 그 일에 필요한 것이 교회는 신나고 즐거운 공동체라는 추억을 만들어주는 것이죠. 지구상에서 가장 행복한 공동체, 재미있는 놀이터는 바로 교회라는 사실이 제 목회의 핵심이죠.”

재밌고 신나는 사역을 도입하면 누구나 부흥할 수 있을까? 이찬용 목사는 그보다 중요한 것이 있다고 했다. 바로 ‘기도’. 목회자의 리더십은 ‘기도’에서 나온다는 것이 그의 확고한 신념이다. 
“성도들이 안 보는 것 같아도 다 알아요. 새벽기도 끝나고 바로 일어나서 나가면 성도들은 다 압니다. 기도의 시간에 목사가 가장 늦게 일어나야 합니다. 기도하지 않는 목사, 성도보다 자신의 유희가 중요한 목사를 누가 따르겠어요. 목사는 자기가 있는 곳, 내가 서 있는 교회에서 먼저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어야 하고요, 그 영향력은 기도에서 나옵니다. 결국 목회는 기도에 길이 있어요. 세상의 소리도 들을 수 있지만 지금 주님께서 나에게, 그리고 우리 교회에 들려주시는 음성을 듣고 그 길을 따라가면 목회는 됩니다.”

이 목사는 ‘비전’이라는 단어로 자신의 야망을 포장하지 말고 자기가 받은 은사대로 할 수 있는 일을 하라고 했다. 목회자가 할 수 있는 일, 성공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하면 성도들이 따라오고 반복적인 성공이 목회자의 리더십을 세운다고 했다. 작은 일이라도 성공을 반복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그렇다고 맨땅에 헤딩하듯이 모두 개척에 뛰어들 것을 추천하진 않았다. 부교역자로 사역하면서 부흥을 경험해본 후 개척에 나서라는 것. 이찬용 목사 본인은 전도사 시절에 30명의 주일학교를 150명으로 부흥시켰다. 하루 종일 놀이터에서 아이들을 만나고 놀아주는 것이 부흥의 비결이었다. 성도의 회심과 양육을 위한 자기만의 방법을 부교역자 때 터득하고 나서 교회를 개척하면 거침없이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대기업에 취업해 앞날이 보장됐던 20대 청년은 2년 반 만에 회사를 그만두고 남들이 힘들다고 하는 목사의 길을 선택했다. 32살에 성만교회를 개척해 남들과 다른 방식으로 부흥을 이끌었다. ‘성만교회’는 이제 하나의 브랜드가 되었고, 그들의 문화는 곧 지역의 문화로 뻗어 나가는 중이다. 

끊임없이 새로운 콘텐츠를 생산해내는 성만교회는 코로나가 잠잠해지면 쇼핑이 섬김이 되는 나눔장터를 계획하고 있다. 중고거래로 인기를 끄는 ‘당근마켓’을 표방해 ‘성만마켓’을 열고 라이브쇼핑과 온오프라인 경매를 준비하고 있다. 수익은 구제기금통장으로 적립되고 전액 독거어르신을 위해 사용할 예정이다. 장로들과 100년 넘은 교회들을 돌아보는 순례 사역과 신구세대를 잇는 ‘상상플러스’ 퀴즈쇼도 추진한다. 성만의 톡톡 튀는 아이디어는 방송사에서도 이미 ‘찜’ 해놓은 상태. 무한한 아이디어와 과감한 도전정신을 실현하는데 필요한 요소는 ‘성도들’이다. 목사는 아이디어를 내놓을 뿐이고, 콘텐츠를 만들어 가는 이들은 성만교회 성도 전체다. 

“저는 기독교인이니까 다시 태어날 수 없지만, 다시 태어나도 목회할거구요, 또 성만교회 목사이고 싶습니다. 성도들이 너무 고마워요. 우리는 ‘성만패밀리’라고 하는데, 교회 안에서 뿐만 아니라 직장에서 또 자신의 삶에서 빛과 소금으로 드러나고 있다고 확신합니다.”

이찬용 목사의 실험은 모두 성공했다. 그 결과는 ‘진지한 신앙, 즐거운 삶’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야말로 진정한 ‘21세기 목회 프런티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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