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기획]“과학기술도 하나님이 주신 은총…성경적 기준 따라 지혜롭게 사용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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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기획]“과학기술도 하나님이 주신 은총…성경적 기준 따라 지혜롭게 사용돼야”
  • 김수연 기자
  • 승인 2021.01.26 13: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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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기획]예측 가능한 미래를 준비하자(4) 코로나19가 앞당긴 4차 산업혁명 시대

전 세계를 패닉에 빠뜨린 코로나19는 불과 1년 만에 인간의 삶을 크게 바꿔놓았다. 특히 지금까지 차선책으로 여겨지던 온라인 개학과 재택근무, 원격의료 등이 메인 무대로 진입하면서 과학기술은 놀라운 속도로 발전을 거듭 중이다. 그 결과 이전부터 화두였던 4차 산업혁명은 한층 더 가속화됐고, 정부는 최근 포스트 코로나 시대 과학기술 전략 방향을 발표하며 국내외 파급효과가 큰 유망 기술들에 대한 투자를 시사했다.

그러나 기술혁신에 핑크빛 앞날만 보장된 건 아니었다. 단기간이지만 우리 사회 양극화는 심화됐고 윤리의식은 부재를 드러내는 등 급작스런 변화에 따른 부작용이 속속 등장한 것이다. 특히 과학기술의 발달이 신의 영역에 도전하며 기독교의 존립마저 위협할 것으로 보이면서 크리스천들에게도 수많은 질문과 숙제가 안겨졌다. 바야흐로 교회는 무조건적 비판이 아닌 성경적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때다.


과학기술 발달의 촉진
인공지능·블록체인·빅데이터·사물인터넷 등으로 대변되는 4차 산업기술은 코로나19를 계기로 예상보다 빨리 사회 전반에 도입됐다. 덕분에 기존 산업들은 침체기를 겪었지만 역설적이게도 신산업 분야에선 코로나19가 훈풍으로 작용했다. 이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지난해 9월 발표한 ‘2020 4차 산업혁명 지표를 통해서도 확인됐다. 1년 새 국내 데이터 사용량은 무려 2,300%가 증가했고 관련 기술을 활용한 기업 수는 1,500개로 전년 대비 47.9% 늘어난 것.

추세를 반영해 정부는 최근 과학기술관계장관회의를 개최하고, 코로나19를 새로운 도약의 기회로 전환하고자 5년 이내 현실화될 8개 영역별(헬스케어 제조 교육·문화 정보보호 교통·물류 방역 에너지·환경 디지털기반) 중점기술 30개에 대한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구체적으로는 AI 실시간 질병 진단, 생체정보 측정, 자율주행차, 인간증강기술, 드론 기반 GIS 구축, 3D 영상화, AR·VR·MR 교육 등이 해당된다.

주목할 점은 과학기술이 비단 우리의 일상뿐만 아니라 신앙생활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이는 교회의 문을 걸어 잠글 만큼 무시무시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설교로봇의 등장으로 목회자는 설 곳을 잃고, 랜선모임에 익숙해진 성도들이 예배당을 떠나는 모습은 얼마든지 상상 가능하다. 이미 지구 반대편에선 미래 기술을 활용해 죽음마저 극복하자는 트랜스 휴먼’(trans human) 운동이 종교적 신념 형태로 자리 잡고 있다.


한국교회는 이 같은 현실을 더 이상 수수방관해선 안 된다. 미래학자 최윤식 박사는 최근 저서 앞으로 5, 한국교회 미래 시나리오를 통해 기술혁신에 기독교는 실제적 대처도 준비해야 하지만 신학·윤리학에 기반을 둔 영적 차원의 심도 깊은 해석과 성찰이 함께 요구된다신기술 신문명의 문제점 및 규범과 한계를 정해야 한다. 한국교회가 이에 논리적으로 대답하지 못하면 하나님이 주신 기술이 도리어 하나님을 대적하는데 사용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타적 자본주의 고려해야
그렇다면 코로나19가 앞당긴 4차 산업혁명 시대 교회가 우려할만한 대목은 무엇일까. 우선, 과학기술이 낳은 불평등이다. 당연히 스마트기기 사용이 취약한 노인과 장애인·저소득층은 정보에 대한 접근성이 떨어져 여러 불이익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 특히 코로나19 사태로 비대면 문화가 확산된 상황에서 디지털 격차는 더욱 치명적이다. 이들을 대상으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실시하는 등 보다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

목회데이터연구소 지용근 소장은 정보의 격차는 단순히 개인적 차이에 머무르지 않고 심각한 사회 불균형을 야기한다지금부터라도 이들이 고립돼 소외감을 느끼지 않도록 적응력을 키워줘야 한다. 예컨대 교회 안 청년과 어르신을 일대일로 매칭해주는 것도 한 방편이라고 제안했다. 이어 고령자로 구성된 한국교회 리더십이 소외 그룹으로 남으면서 다음세대와 갈등을 빚을 수 있다. 따라서 사역자들에게도 기술적 역량이 요청된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런가 하면 국가 간, 그리고 구성원들 사이 부익부빈익빈 현상이 확산되는 것도 염려스런 대목이다. 실천신학대학원대 정재영 교수는 저서 한국교회의 미래 10에서 기술발달이 물질만능주의를 양산하는 세태에 대해 이타적 자본주의를 강조했다. 그는 교회가 불우이웃을 돕는 사회적 기업이나 공정무역 혹은 협동조합 등 다양한 대안경제 운동에 참여해 세속적 가치관에 매몰되지 않고 예수 그리스도의 정신을 실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바른 인성 함양에 주력
이 밖에도 코로나19가 촉발한 과학기술의 급작스런 진전은 윤리의식부족이란 부끄러운 민낯을 들춰냈다. 소셜미디어에서 종종 자살이나 인종차별 관련 게시물이 여과 없이 게재되는가 하면 최근에는 성희롱 발언 등 혐오학습 논란으로 서비스 잠정 중단에 들어간 인공지능 채팅 어플 이루다사건이 이를 방증한다. 전문가들은 미흡한 기술을 탓할 게 아니라 근본적으로는 윤리·도덕 문제를 깊이 고민하고 반성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그 연장선으로 신학자들 역시 말씀에 근거한 올바른 해법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4차 산업혁명은 로봇과 인간의 경계선은 무엇인가’ ‘사이보그 시대 인간의 가치’ ‘공동체의 의미’ ‘디지털 자아의 개념등 기존의 상식과 가치관을 뒤흔드는 수많은 물음을 낳을 것이다. 나아가 성경적 세계관으로 무장된 크리스천 인재들이 육성돼 사회 각 분야에 투입됨으로써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해나가는 노력도 필요하다.

또한 교회 안에서도 목회자·사역자들은 신앙적 가치에 따른 판단과 기준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미래교회인재연구소 대표 최현식 목사는 저서 코로나 이후 3, 한국교회 대담한 도전에서 당장 교회 안에서 로봇과 사랑에 빠졌다고 상담하는 성도가 나타날 수 있다사회 내 비윤리적 행태가 만연하고 교회 내 여러 목회적 이슈가 등장할 것을 대비해 기독교교육은 청년의 때부터 바른 인성을 함양할 수 있게 도와줘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과학, 또 하나의 종교?
한편, 미래 기술은 인간의 욕망을 현실에서 구현하면서 인본주의라는 또 다른 문제점을 양산하기도 한다. 일각에선 언젠가 인공지능이 인간의 지능을 뛰어넘고, 생명복제를 넘어 재창조를 시도하는 등 영생을 갈구하며 죽음의 한계마저 도전할 것이라고 내다본다. 이 경우 기술의 전지전능을 신봉하고 신의 존재를 부정하는 탈종교화로 이어질 수 있다. 그야말로 과학이 또 하나의 종교가 되는 셈이다.

반면 이 과정에서 우울·불안·상처·고독·상실감을 느끼고 방황하는 현대인들이 오히려 인생의 목적과 가치를 더욱 절실히 종교에서 찾을 것이란 낙관적 견해도 제기된다. 기독교학술원장 김영한 박사는 과학기술이 현대인들의 정서적 결핍과 영적 갈급함까지 채워주진 못한다면서 미래 교회는 인간과 하나님의 관계를 진지하게 전하면서 영성공동체라는 본질을 회복해야 한다고 고 주장했다.

최윤식 박사도 신문명을 인정하지 못하고 비판만 한다면 교회의 권위와 복음적 역량은 추락할 것이라며 그 이유는 과학기술이 우리의 살과 아주 직접적이고도 밀접하게 연관돼있기 때문이다. 세상과 동떨어져 살아가지 않는 이상 과학기술은 거부할 수 없는 흐름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기술도 하나님이 허락하신 일반 은총이다. 인간이 고통 받는 문제를 해결하고 더 나은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주신 은혜의 선물이라고 했다.

이어 그는 과학기술은 절대 하나님을 대신할 수 없다. 다만, 교회가 기술을 통제하고 긍정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주체성을 갖는 게 더 중요하다무엇보다 과학기술의 연구와 발전이 우리 주변의 난치병 환자 등 소외된 사람들을 위해 쓰이도록 해야 한다. 우리가 따라야 할 기준은 성경에 이웃 사랑이라고 이미 나와 있다. 바로 이것이 교회가 존재해야 하는 연유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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