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이 사건이 남긴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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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이 사건이 남긴 메시지
  • 이춘선 소장
  • 승인 2021.01.19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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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춘선 소장/평화인권 기독교교육연구소

정인이는 2020년 10월 13일 472일을 살다가, 입양모의 잔혹한 폭력으로 죽임을 당했다. 힘없는, 약자 중의 약자에게 지속적으로 폭력을 가해 왔다는 사실이 슬프고 화가 난다. 자신들의 소리를 낼 수 없고, 가진 것이 없는 힘없는 아동들을 학대하는 일은, 아동들을 온전한 한 독립된 인격체로, 한 사람으로 인정하지 않고, 존중하지 않는데서 온다. 정인이를 입양한 장씨는, 정인이를 지금 있는 그대로 존재 할 수 있는 한 사람으로 보지 않고, 자신의 욕망과 기대를 채워 줄 물건이나 도구로 여겼다. 그런데, 입양모가 아닌 친 부모들 중에 자신의 자녀들을 물건처럼 함부로 대하는 사람들이 더 많이 있다. 혹시 나는 지금 나하고 같이 살고 있는 가까운 사람들 중에 누군가에게 언어적 학대를 하거나 경제적 학대를 하고 있지는 않는가?

2019년 한 해 동안 42명의 아이들이 아동학대로 죽임을 당했는데, 3~4건만 빼고 나머지는 모두 친부모 밑에서 일어난 일이라고 한다. 정인이 사건이 입양부모의 일이지 나의 일, 우리 집 일은 아니라고 생각하기 쉬울 것이다. 그러나 이 일은 나와도 관련이 있는 일, 우리 자녀들과도 관련이 있는 일이다. 나는 과연 매일의 일상 속에서 누군가를 무시하고, 놀리고, 수치심이 들게 하고, 마음에 상처가 되는 말과 행동을 하고 있지는 않는지? 갈비뼈를 부러뜨리는 것과 같은 눈에 보이는 큰 일은 아니지만, 잘잘하게, 반복해서 자녀들의 기분을 상하게 하고, 불안하게 만들고, 두려움 속에 몰아넣고 있지는 않는지? 그런데 그것이 학대인지도 모르는 채 행하고 있지는 않는지 성찰해 볼 필요가 있다. 오히려 똑똑하고, 훌륭한 아이로 키워야 한다는 강박 속에, 교육의 이름으로 공공연하게, 잘하는 일이라 생각하면서, 대대적으로 전 국민적으로 아동학대가 일어나고 있는 것이 오늘 한국 사회의 현실이다.

아동 학대는 우울증, 수치심, 증오심, 낮은 자존감, 성격 장애 등등 많은 후유증을  낳는다. 눈치를 보는 일도 후유증 중의 하나인데, 한국 사회는 눈치를 보는 일이 일상화가 되어 있다. 어느 면에서 보면, 그 만큼 아동 학대가 일상화 되어있는 사회라고도 생각해 볼 수 있다. 남들 눈은 의식하는데, 내 아이 눈빛은 무시하고, 부모교육에 관한 지식은 있는데, 진정한 깨달음은 없고, 삶과 연결되지 않는 지식을 힘을 과시하는데 쓰고 있지는 않는지 돌아 볼 필요가 있다.

정인이 사건에서 우리가 특별히 들여다 보아야하는 것은, 내 안에 있는 어른으로서의 특권 의식, 나이가 기득권이 된 어른 중심의 권위주의적 사고방식과 언행, 부모로서 아동에게 당연히 해주어야 할 것들을 최선을 다해 해주지 않으면서 그들을 존중하지도 않고, 그들의 말이나 의견을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으며, 그들의 자유를 억압하는 태도, 

특히 기독교인들은 하나님께서 주신 존엄한 생명을 함부로 대하지 않고, 생명을 살리는 일을 해야 한다. 그래서 기독교 교육을 생명 교육이라고 한다. 힘없고, 가난한 약자들과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하나님 나라의 실현을 위해 일하는 사람이 되도록 하는 것이 기독교 교육의 목적이다. 서로 존중하는 법을 배우고, 갈등을 비폭력적으로 극복하는 방법을 배우고, 어떤 형태의 폭력도 일체 쓰지 않는 삶을 살려고 노력하므로 폭력 극복에 앞장서야 하는 것이 정인이 사건이 남긴 메시지라고 나는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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