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초대석 : 동북아한민족협의회 대표회장 양병희목사 (영안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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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초대석 : 동북아한민족협의회 대표회장 양병희목사 (영안교회)
  • 승인 2004.07.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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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한의 마음통일은 예수사랑을 실천해야 만 가능합니다”

정치군사적으로 늘 긴장관계에 있는 남북한 관계가 민간부문에서는 협력과 지원, 연대활성화로 나타나고 있어 민간교류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다. 특히 민간교류를 주도하는 기독교계의 활동이 정치군사적 갈등을 완화할 것이란 높은 기대심리가 나타나면서 교계의 북한복음화 의지가 갈수록 높아질 전망이다. 민간 대북교류를 주도하며 북한선교를 꾸준히 전개해 온 동북아한민족협의회 회장 양병희목사(영안교회)는 “북한교회 교인들은 자신의 신앙을 자유롭게 고백하지 못하지만 부모의 신앙을 물려받은 것을 찬송가 가사로 간접적이나마 고백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며 북한에 존재하는 신앙의 그루터기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북한 복음화의 가능성을 한층 높게 진단한 것이다. 북한교회와의 교류협력 문제와 바람직한 북한선교 방안 등 대북선교를 준비하는 기독교계의 자세에 대해 들어보았다. /편집자 주

- 북한에 여러차례 다녀오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변화하는 북한의 모습에 대해서 설명해 주시고 북한교회의 기독교정체성에 대한 한국교회 성도들의 궁금증을 풀어주시기 바랍니다.

북한이 과거에 추구하던 강경책과 확연히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것만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분명히 알아야 할 점은, 북한정책이 부드러워졌다는 사실을 놓고 그들의 사상까지 변했다고 성급한 판단을 해서는 안된다는 점입니다. 북한은 여전히 군(軍)을 최우선으로 하는 선군정치를 외치면서 백성들을 주도하고 있습니다. 즉 사상의 변화가 아니라 삶의 환경이 바뀌었기에 어쩔 수 없이 정책에도 변화를 준다는 것이지요. 북한 당국은 더 이상 강경책으로는 백성들을 먹여 살릴 수 없기에 백성들에게도 자유 시장경제 체제를 일부라도 허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경제는 배급체제가 끊어질 정도로 악화된 지경이어서 생존을 위해 주민 스스로 행하는 각종 생계형태들-예를 들면 텃밭에서 일군 각종 음식물을 길에서 파는 행위-을 묵인하고 있습니다. 요식업소 직원들도 옛날에는 팁을 주어도 안받았는데 지금은 흔쾌히 받거든요. 상당한 변화의 물결이 북한 내부 깊숙이 들어온 것만은 분명합니다.

이런 맥락에서 북한교회는 악화된 북한경제에 상당한 도움을 주는 주목받는 기관인 것으로 생각됩니다. 평양거리에서 만나는 주민들에게 기독교도연맹 초청으로 왔다고 하면 모두 찬사를 아끼지 않을 정도입니다. 북한을 살리는 곳이라고 말입니다. 이렇게 북한교회는 겉으로 보기에는 외화벌이 수단으로 보여도 제가 겪은 기독교도연맹 지도자 그리고 성도들은 뿌리깊은 신앙으로 연결돼 있음을 볼 수 있었습니다. 최근 만난 강영섭목사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내 어머니는 새벽마다 기도했는데 얼마나 크고 열심히 했는지 옆 사람이 기도를 못할 정도였지요. 또 매일같이 가정예배를 드리던 생각도 납니다.” 어머니의 이같은 신앙생활을 본 받아 강목사도 새벽4시에 일어나 기도한다고 말했습니다. 주체사상 때문에 겉으로 신앙을 주창하지 못해도 내면의 신앙이 꽤 뜨거운 듯한 인상을 받았다고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현재 고려대학교에서 북한학을 연구하시는 것으로 압니다만, 이 자리에서 북한의 종교정책 변화과정과 함께 북한교회의 규모에 대해서 설명해 주시길 바랍니다.

북한 지도부는 과거 종교를 전적으로 부정하던 자세에서 이제는 종교를 선별적으로 이용하고 있습니다. 종래의 탄압일변도 종교정책이 대외적 이용의 정책으로 변신을 꾀하고 있다는 겁니다. 지난 1985년 북한은 북한종교인의 외국방문을 허용하는 한편 남북 고향방문단의 예배와 미사도 허용했습니다. 그러다가 3년 후에 봉수교회와 창충성당을 건립한 것입니다. 이런 줄거리 속에서 봉수교회와 칠골교회가 사역을 시작했으며 산하에 5백여 가정예배 처소가 운영된 것입니다. 그나마 이 두 교회는 해외동포들의 잇단 방북으로 이루어진 개방화정책의 산물입니다. 자세히 말씀드리면, 북한 주민의 신앙에 영향을 주는 곳은 가정예배 처소입니다.

가정예배 처소는 10-15명으로 구성돼 있고 친교공동체 역할도 합니다. 주체사상으로 인해 신앙고백을 공식적으로 하지 못하는 것을 제외하면 우리 예배형식과 거의 비슷합니다. 우리가 주의해야 할 점은 가정교회와 지하교회를 혼동해서는 안 된다는 점입니다. 가정예배 처소는 기독교도연맹에 의해 관리되는 곳입니다.

- 방북기간 중 공개하지 못한 이야기들이 있을 줄 압니다. 애틋한 북한 주민과의 추억이라든지 경제난 때문에 공개하지 못한 북한의 안타까운 이야기 등 궁금한 점이 많습니다.

크게 세 가지가 기억납니다. 먼저 가정예배 처소에서 만난 어느 할머니의 간절했던 기도가 생각납니다. 가정예배 인도를 마치고 나중에 손을 잡고 통성기도를 하는데 제 손을 잡은 그 할머니가 제 손을 꼭 쥐면서 손가락을 움직이는 거였어요. 무엇인가 의사표현을 하느라고 하는 것인데 참 애절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당의 지도원이 있으니 말은 못하고 감사하다는 표현을 그렇게 한 겁니다. 신앙이 없다면 목사인 제게 그렇게 했겠습니까?

다음으로는 주민들에게 지급되지 못하는 의약품 때문에 조그만한 병이 악화되는 현상들이 비일비재하다는 겁니다. 상처치료할 항생제가 없어서 나중에 큰 병으로 악화되는 것을 보았는데 마음이 아프더라구요. 어떤 사람은 치료를 더디해서 결국 한 쪽 다리를 절단하기도 했구요. 비참한 일입니다. 마지막으로는, 부족한 생필품 얘긴데 한번은 평양 외곽지역에 세탁비누공장을 건립한다는 말을 듣고 “남한에서는 비누 사영하는 사람이 거의 없다”고 했죠. 그랬더니 보위부 직원 말이 여성들 예를 들며, “세탁비누가 없어서 생리대 대용으로 사용하는 천을 세탁할 수 없어 물에 약 이틀간 담가 두었다가 헹구어서 사용한다”고 했습니다. 참으로 안타까운 기억만 남아 있습니다.

- 기독교도연맹이 운영한다는 평양신학원은 예장 통합총회에 의해 건립된 이후 현재는 감리교의 지원으로 교육이 이루어지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평양신학원 학제와 공부하는 학생들은 어떻습니까.

북한에서 목사가 되기 위해서는 평양신학원을 꼭 나와야만 합니다. 평양신학원 교장은 연맹 위원장이 당연직으로 맡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강영섭목사가 교장직을 수행합니다. 신학원 교과목은, 목회학 성경 조직신학 찬송가학 외에도 철학사와 기독교사상 등이 커리큘럼으로 정해져 있습니다. 현재 공부하는 학생들 중에는 목사와 전도사로 나누어져 총38명이 공부하는 것으로 전해들었습니다. 교실 강의보다는 통신강의에 더 비중을 두는 것 같았고 목사안수 받기 전에 꼭 가정예배처에서 전도사로 봉사해야하는 규정이 있습니다.

기독교도연맹 오경우 서기장에 따르면, 3년제 학제에 따라 신학을 공부시키지만 학습을 제대로 시키기 위한 신학서적이 부족하기 때문에 어려운 점이 있다는 겁니다. 남측에서 많은 서적들을 제공해 달라는 부탁을 받았습니다.

- 북한복음화에 뛰어드는 교회들이 갈수록 많아집니다.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는데 문제는 전문적인 연구없이 이루어지는 북한복음화가 오히려 과다경쟁으로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북한학을 연구하시는 양 목사님이 바라보는 북한복음화 방안을 듣고 싶습니다.

첫째, 역지사지(易地思之)라는 말에 주목했으면 합니다. 선교는 일단 복음을 받는 나라 입장에서 이루어져야 합니다. 즉 북한체제 입장에서 선교를 생각해야 한다는 겁니다. 우리 입장만을 고집할 경우, 아전인수(我田引水)의 우를 범할 수 있으므로 북한측의 정책, 세계관 등을 예측할 수 있어야 합니다. 둘째는, 정치적 접근 대신 복안적(複眼的)접근이 필요합니다, 정치적인 이해득실을 떠나 먼 훗날 진정한 통일을 위한 정치 경제 사회 종교분야에서 편견없이 역사적인 관점에서 접근해야 된다는 점입니다. 즉 한반도에서 벌어지는 국제정세 흐름과 이를 활용하는 북한의 야누스적 양면성을 동시에 바라보는 균형적 판단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셋째는, 통일이 어느 날 갑자기 오는 것이 아니라 꾸준히 이루어지는 민간교류의 결과로 온다는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민족통일 이라는 거대한 중압감보다는 사람의 통일이 더 중요하다는 점에 주목해야 합니다. 단순히 땅의 통일이 아닌 사람마음의 통일이 이루어지도록 해여 한다는 겁니다.

이런 의미에서 북한선교는 당장 교회를 세우는 것보다 의약품이나 빵공장, 국수공장, 비누공장과 같이 북한주민의 피부에 와 닿는 사회봉사의 장을 넓히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고 봅니다. 현실적으로 북한 내에 교회를 세우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오히려 북한내 조선그리스도교연맹의 위상을 높이고 그리스도의 사랑을 직접 전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도록 지원하는 것이 효율적인 선교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렇게해야 북한으로부터 우리 교회의 신뢰가 쌓아질 수 있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우리 모두가 명심할 사항은 북한교회와 지킬 수 없는 약속은 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하지 못할 것을 약속해 놓고 이행 못하면 신뢰가 깨지기 때문입니다. 기독교에 대한 이미지가 좋을수록 북한선교는 예상보다 큰 열매를 맺을 것인데 그러기 위해서는 이 일을 주관하시는 성령의 도우심을 간절히 사모해야 할 줄로 믿습니다.

-감사합니다.

윤영호기자(yyho@ucn.co.kr) 동북아한민족협의회의 대북지원사업

지난 98년에 조직을 갖춘 동북아한민족협의회는 16억명이 살고 있는 중국과 북한을 포함한 전체 아시아복음화를 목적으로 만들어진 단체다. 통일부로부터 사단법인 인가를 받은 협의회는 북한동포 돕기와 평화통일 여론조성을 중심으로 한 단일민족으로서의 동질성회복에 사업의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그 외에 조선족 고려인 재일동포 등 한민족을 향한 선교비전을 실천하고 있다.

지난 2002년 북한을 방문, 150만달러 상당의 의약품을 지원했으며 10월에는 1억원 상당의 옷감을 조그련에 지원했다. 동북아한민족협의회는 또 북측이 요청해온 항생제 비타민 영양제 등 의약품과 컴퓨터 50대를 무조건 지원하는 등 북한교회가 바라는 물품지원에 정성을 기울이고 있다.

앞으로 이 협의회는 에장 헙동총회가 건립한 봉수 빵공장의 각종 재료들을 보관할 수 있는 냉동고를 추가로 설립할 예정이다. 규모는 약150톤으로 건립비용만 8억7천여만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오는 7월5일 냉동고 제작을 위해 엔지니어들이 방북할 예정이다. 협의회의 이같은 조직적인 사업에 주목한 북한교회 강영섭목사는 여러 대북단체 중 유일하게 이 협의회에 한해서만 연2회(5월과 10월)북한방문을 정례화했다.

영안교회의 탈북자 지원사업

양병희목사가 담임하는 영안교회는 ‘탈북자들을 사랑하는 모임’을 결성, 활발한 사업을 벌이고 있다. 주요사업은 가정 초대식사, 주1회 밑반찬 나누기, 직장알선, 기도와 사랑의 교제 등을 통해 남한정착을 측면지원한다.

양병희목사는 탈북자인 주성일씨(22세)를 수양아들로 삼는 한편 연세대 상지대 한국외국어대 명지대 등에 다니는 이주민학생들을 수양아들, 딸 삼기운동을 벌여 귀감의 대상으로 주목받고 있다. ‘탈북자를 사랑하는 모임’은 제도지원, 교육지원, 가족연결 등 목표를 정하고 사선을 넘어 남측에 온 북한 주민들이 잘 살아가도록 사랑을 실천하는 중이다. 지난해 5월에는 탈북자돕기 유명브랜드 바자회를 열어 지역주민들로부터 큰 호응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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