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리와 십 리
상태바
오 리와 십 리
  • 이찬용 목사
  • 승인 2021.01.05 15:08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궂은 날씨 속에 음식을 배달하던 라이더가 넘어지면서 음식이 엉망이 됐음에도 따뜻한 말 한마디를 건넨 고객의 사연이 감동을 주고 있다고 며칠 전 신문에 기사가 나왔습니다.

최근 여러 커뮤니티 게시판에는 배달 중 넘어져서 음식이 섞여서 옴이라는 제목으로 유튜브 댓글을 캡처한 게시물이 올라왔는데요.

게시자는 비 오는 날 배달을 시켰는데 1시간 30분 정도 늦게 왔다고 운을 떼며 그는 늦게 도착해 문을 열고 나가니 배달원이 죄송합니다. 봉투 안에 음식이 다 섞였는데, 제 실수니까 돈은 안 받겠습니다라고 했지만, 이때 글쓴이의 아버지가 나와 비 오는데 배달을 시킨 우리 탓에 벌어진 일입니다라면서 음식값과 세탁비를 지불하고 당신의 책임감으로 우리 가족이 오늘 저녁에 이 음식을 먹을 수 있게 됐습니다라고 말하였고, 이에 배달원은 감사합니다하면서 눈물을 흘렸다고 하네요. 글쓴이는 돈을 적게 벌든 많이 벌든 다른 사람의 직업을 하찮게 생각하면 안 되고 내가 이렇게 살 수 있는 걸 항상 고맙게 생각해야 함이라고 덧붙였구요.

글을 본 누리꾼들은 크게 감동하며 대다수는 울컥했다”, “아버지가 참 멋지다”, “인품에 감명받고 간다등의 반응을 보였습니다.

예수님 당시 이스라엘은 로마의 식민지였구요.

로마 군인이 창이나 방패를 들고 행군할 때 그 군인이 식민지 사람에게 이 방패를 들고 같이 옮겨 달라고 부탁하면 오 리 (2km)는 의무적으로 옮겨줘야 하는 거리였습니다.

주님이 또 누구든지 너로 억지로 오 리를 가게 하거든 그 사람과 십 리를 동행하고” (6:41)이라고 말씀하신 것은 우리가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오 리 (의무적인 거리, 의무적인 어떠함)에 머물지 말고 십 리 (의무 이상의 거리, 의무적인 것보다 더한 어떠함)으로 나아가는 게 예수님의 제자의 도리라고 말씀하신 거였구요.

글쓴이의 아버지는 오 리를 넘어선 십 리의 주님 말씀을 실천하신 분이었습니다.

그 글을 읽으면서 그 아버지가 그리스도인이었으면 좋겠고, 진짜 그리스도인이라면 지금 주님의 말씀을 실천하고 계시는 분이구나하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손해 보면 바보가 되는 세상입니다.

손해 보면 절대로 안 되는세상입니다.

이런 악다구니 쓰고 살아가는 세상에서 주님은 우리에게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 의무 이상의 조금의 넉넉함을 갖고 살라고 말씀하시는 것입니다.

사실 지금 코로나 시대의 어려움은 과거 4, 50년 전 어려움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닙니다. 우리가 먹고사는 것도 나아졌고, 집도 과거보다 훨씬 따뜻하고 아늑합니다. 옷감 재질도 좋아져 과거처럼 두꺼운 옷도 여러 겹 껴입어야 하는 것도 아닙니다.

그럼에도 이 시대 사람들은 뭔가가 늘 불안하고 힘들게 사는 것만 같습니다. 이런 시대에 우리 그리스도인은 행동과 삶을 통해 우리가 믿는 아버지가 누구신지 세상이 알게 하는 삶, 오 리보다 십 리’, ‘의무보다 의무를 조금 더 넘어선 삶이고, 우리의 행동이 예수님을 닮아야 한다는 건 아는데이게 참~! 아는 것만큼 실천하는 게 그리 쉽지 않네요.

어른 노릇, 사람 노릇을 한다는 건 생각만으로 되는 건 아닙니다. 이기적인 세상에서 다가오는 2021년은 오 리보다 십 리, 의무보다 의무를 조금 넘어선 삶을 결단해 봅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강현진 2021-01-07 09:54:08
은혜의 글 감사합니다^^